너 딱 걸렸어! 단비어린이 문학
이상권 지음, 박영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5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너 딱 걸렸어!

이상권 글 / 박영미 그림


효진이는 교통사고로 인해 몸이 불편하다. 다솔이네 엄마는 효진이를 도와주라고 하지만 다솔이는 어쩐지 자신이 없다.

효진이는 무엇이든 느리다. 5분이면 갈 수 있는 식당까지 17분이나 걸리고, 뭘 해도 느리다. 다솔이에게 부탁할때는 미안하다며 말하지만, 다솔이는 미안하단 말을 하지 말라고 한다. 그리고 효진이가 부탁하는 것은 무엇이든 들어준다.


어른들은 다솔이에게 너무나 착하다, 힘들겠지만 조금만 참아라, 효진이를 잘 도와줘라 라고만 이야기를 한다. 다솔이도 효진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힘들기만 하다. 효진이는 급한 일이 있는 것처럼 다솔이에게 연락을 하고, 다솔이는 친구와의 약속도 어기며 효진이에게 간다. 그런데, 효진이는 심심해서 불렀다는 것이다. 다솔이 입장에서 얼마나 황당했을까. 효진이는 배달온 피자를 옮기고, 먹기 좋게 차리고, 음료수를 내놓는 것까지 모든 일을 다솔이에게 부탁한다. 하지만 효진이는 애완견 지지의 목욕이나 똥 오줌 치우는 것은 누구에게도 부탁하지 않고 혼자서 한다. 조금 느리기는 하지만 효진이가 하지 못하는 일은 아니다.

다솔이는 이런 효진이 모습을 보며, 가슴이 답답하고 힘이 든다. 하지만 어른들은 이런 다솔이의 마음을 알아 줄 것 같지가 않다. 이 때문인지 다솔이는 장염에 걸려 입원하게 되고, 역시나 문병 온 어른들은 다솔이가 힘들겠지만 효진이를 잘 돌봐줄 것을 이야기 한다.

하지만 친구 지우만큼은 다솔이의 마음을 이해한다. 효진이가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당연히 도와줄 수 있지만, 혼자서도 할 수 있는 일은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처음 지우가 이런 말을 했을 때, 다솔이는 지우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

효진이는 느린 자신의 모습에 다른 사람이 안쓰럽게 보는 시선이 싫다고 한다. 다솔이는 이 마음도 이해는 되지만, 이젠 지우의 말이 더 맞는 것 같다.

결국 다솔이는 효진이에게 속마음을 말하고, 다음날 효진이가 학교에 오지 않는다. 걱정을 하는 다솔이에게 온 문자. 효진인가 혼자서 학교에 오는 중이고 4교시가 끝나기 전까지는 도착할거란다.

다솔이 너 딱 걸렸어!


읽는 내내 나의 어린시절이 생각났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우리집 뒺집에는 청력이 약한 또래 친구가 있었다. 같은 반이 되었을 때, 선생님은 그 친구와 나를 짝꿍으로 맨 앞자리에 앉게 했다. 다솔이와는 다르게 난 내 의지는 아니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다시 친구에게 전하고, 계속되는 질문에 답해줘야하고. 집에 와서는 담 넘어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친구를 도와야 한다는 생각에 어른들 말씀대로 했지만, 귀찮았던 것이 사실이다. 보청기도 해서 전혀 안 들린건 아닌데, 왜 자꾸 같은 말을 반복해서 물어보는지 나는 귀찮기만 했었다. 2학기가 되어서는 내가 전학을 가는 바람에 더 이상 그 친구를 만날 순 없었다. 아직도 소식을 듣지는 못했다. 지금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어른들은 몸이 불편한 친구가 있으면, 도와주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줄 수 있고, 내가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받을 수도 있는 것이니까. 그런데 그 도움이라는 것이 어는 부분까지인지, 어떤 행동인지는 뭐라 말하기 어렵다. 나는 도움이라고 손을 내밀었지만, 상대에게는 전혀 필요하지 않을 수 있으니까.

아이들의 눈에 효진이는 어떤 아이였을까? 몸이 불편하니 친구들이 도와야만 하는 친구로 보일까? 아니면 똑같은 친구인데 조금 느린, 그래서 가끔은 친구들의 도움이 필요한 아이일까?

저자의 말처럼 아이들에게 효진이는 단지 조금 느려서 가끔은 답답해 보이는 친구일 뿐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책은 어른과 아이가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다. 아이들 눈에 비친 효진이의 모습과 어른의 눈에 보이는 효진이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또 어떤 점은 같은지. 함께 책을 읽고 이야기를 나누면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면 서로를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