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사라졌다! 단비어린이 문학
청웨이 지음, 강영희 옮김, 김미희 그림 / 단비어린이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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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가 사라졌다


청웨이 글/ 김미희 그림 / 강영희 옮김


샤를로테네 집은 특이하다. 아빠는 가끔 혼자만의 주말을 즐기고, 여름휴가도 아빠와 샤를로테, 그리고 온 가족이 이렇게 2번 간다. 다른 가족들은 모든 일을 가족이 함께 하지만 샤를로테네 집은 엄마와 아빠가 각자의 시간을 가지며, 샤를로테 눈에는 서로가 사랑하지 않는건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친구 마이아네 집은 아주 행복한 집이다. 항상 모든 일은 가족이 함께 하고, 엄마 아빠는 한번도 싸운적도 없고, 외출시에는 두분이 손을 꼭 잡고 다닌다. 마이아의 아빠는 항상 귀가 시간이 정확하고, 엄마도 정확한 아빠에 맞추어 정확하게 저녁을 준비한다.

이런 마이아어네 집을 보면서 샤를르테는 자신의 가족이 더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어느날 마이아의 아빠가 사라졌다. 집에 오지 않고, 회사에도 가지 않았고, 아빠의 휴대전화도 집에 있다. 아빠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찾을 수가 없다.

사실 마이아네 집은 행복해 보이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진정한 행복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항상 나보다는 다른 가족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나의 의견은 말하지 않는다. 엄마는 아빠가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항상 분홍옷을 고르지만, 사실 엄마는 분홍색을 좋아하지 않는다. 사실 아빠도 분홍색을 좋아한다고 엄마에게 얘기한 적은 없다.

서로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물어보지도 않고, 이야기하지도 않는다. 다만, 상황을 봤을 때, 이런 것을 좋아하나보다, 이런 생각을 하나보다.. 하고 짐작할 뿐이다.


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것이 상대의 생각을 내 생각대로 판단하는게 아닐까? 상대에게 무엇을 좋아하는지 물어보지 않고 내가 생각해보니, 상대의 모습을 보니 이런 것을 좋아하겠다고 판단하고는 행동하는 것이다. 이때 나 스스로 내릴 판단이 상대가 좋아하는 것과 같지 않을 경우, 상대는 자신을 몰라줬다 속상해할 것이고, 나는 나대로 생각하고 준비한 것인데  상대가 좋아하지 않는 모습에 실망하고 만다.

이것은 모두가 나 중심으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했기 때문이다.


마이아의 아빠는 남편으로 아빠로 열심히 살아왔고 인정받았지만 자신은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것 같다. 자신을 돌아보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채 그 상황속에서 역할극을 한 것은 아니었을까. 이에 반해 샤를로테의 아빠는 남편으로, 아빠로서의 역할도 하지만, 가끔씩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면서 스스로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 혼자 있는 시간동안 의미있는 활동은 하지 않더라도, 아니 무엇인가를 한다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시간을 가진다는 그 자체에 의미가 있다.


둘째 아이를 낳고 남편에게 반나절의 휴가를 받았다. 반나절을 휴가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젖먹이를 반나절이나 떨어뜨린다는 것은 그때만 해도 큰 일이었다. 육아에 지친 나에게 남편이 준 시간이었지만 난 무엇을 할지 몰랐다. 갑자기 생겨버린 시간에 무엇을 할지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것이다.

이미 그때 나는 나를 돌아볼 여력도, 내가 뭘 좋아하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참만에야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차를 한 잔 마시고는 집으로 돌아왔었다.

지금도 가끔 남편과 아이들만의 캠핑을 가면, 나는 현관문 밖으로는 한발짝도 나가지 않고 혼자만의 시간을 즐긴다. 내가 배고플때 먹고, 졸릴때 자고... 그 이상 행복할 수 없다.


아빠가 사라지는 바람에 슬퍼했던 마이아어도 언젠가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샤를로테의 아빠와 함께 이야기하면서 마이아는 아빠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랑하기 때문에 항상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그 사람 혼자만의 시간도 이해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아빠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아빠는 더 사랑하기 위해 잠시 떨어져 있는 것 뿐이다. 더 큰 사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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