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지 엄마 단비어린이 그림책 21
김인자 지음, 한상언 그림 / 단비어린이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되지 엄마

김인자 글 / 한상언 그림

   

냉장고에 잔뜩 낙서를 하는 아이의 표정이 너무나 개구지다. 난 개구쟁이에요. 하고 말하는 것 같은 표정이다. 냉장고에 그려진 그림은 머리가 산발에 입은 커다랗고 빨갛게 칠한 엄마인 것 같고, 옆의 작은 꼬마는 동생이 아닌가 싶다. 아무래도 이 아이는 매번 장난만 치느라 엄마에게 혼나고, 그래서 아이 눈에 엄마는 마녀처럼 보이는 것 같다. 반면에 어린 동생은 엄마에게 보호를 받고 있는, 이 아이와는 다른 느낌이다.

얼마나 개구진 아이의 이야기일까 생각하며 책장을 넘긴다.

   

이제 자자는 엄마의 말에 아이는 졸립지 않다. 바닥에는 장난감이 흐트러져 있다. 잠이 오지 않는다는 아이의 말은 무시되고 불이 꺼진다. 나도 아이가 자야할 시간에 잠을 자지 않으면 억지로 재우려고 불을 껐던 기억이 있다. 잠이 오지 않던 아이도 그렇게 하면 잠이 들곤 했으니까...

   

이야기가 시작되면서 반전이 일어난다.

유치원에 가면 안 되냐는 아이의 말에 엄마는 ‘되지’하고 대답한다. 조금 더 자는 것도 ‘되지’. 밥 안 먹는 것도 ‘되지’

어어.. 이거 이야기가 이상해지는데? 얼른 자라고 불까지 끄던 엄마가 다음날 아침이 되자 갑자기 다른 사람이 되었나 하는 생각을 하며 계속 책장을 넘긴다.

아이는 씻지도 않고, 텔레비전도 맘껏 보고, 사탕도 먹는다. 어디에든 그림을 그리고, 비가 오지만 물장구를 첨벙첨벙, 아이스크림도 잔뜩, 이불장에서 이불을 뭉개며 논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되지’. 엄마라면 이런 일들이 다 가능하게 허락할 수 없음은 안다. 하물며 9살 딸아이도 ‘엄마, 책 속에 엄마는 진짜 이상해요. 아이가 하면 안 되는 건데도 다 된다고 해요.’라고 말할 정도다.

그러다 ‘엄마, 나 이제 자면 안 돼?’라고 묻자 ‘안돼!’

그럼 그렇지. 그 모든 것을 다 된다고 말하는 엄마는 없지. 아이는 하고 싶지만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은 모두 ‘되지’. 아이가 하고 싶어 하지는 않지만 해야 하는 일들은 모두 ‘안돼’. 이 모든 것들이 반대로 되어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작가는 책 뒷표지에서 ‘갑갑하고 반복되는 하루하루에 지친 엄마와 아이에게’라는 글을 실었다. 뭐 하루쯤 어떨까? 신나게 놀아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맞아, 맞아. 하루쯤 어때? 하루쯤 유치원 안간다고 문제가 생기는 것도 아니고, 하루쯤은 밥 안 먹고 사탕이나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갑자기 건강이 안 좋아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엄마의 입장에서 아이에게 그 하루를 허락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그 하루가 하루로 끝나기 힘들고, 한번이 힘들지 그 뒤에는 더 쉽게 허락되지 않을까? 난 아직도 뻔한 엄마모드인가보다.

   

어른들도 가끔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중에 선택의 고민을 하기도 한다. 아이라고 이런 고민이 없을까? 상상 속에서라도 하고 싶은 일을 맘껏 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난 어떤 것을 하고 싶을까?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중에서 매일 고민하며 결정하는 것 같다. 나중에, 나중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