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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 : 이론, 사례 및 대응 전략
이명호.성기정 지음 / 행복에너지 / 2020년 12월
평점 :
언젠가부터 현대 사회인이 앓는 고질적인 증상 중 하나로 탈진 증후군을 뜻하는 ‘번아웃’, 또는 ‘번아웃 신드롬’이라는 단어가 자주 언급된다. 책의 내용에 따르면,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심리분석가인 프로이덴버거가 처음으로 이 번아웃 현상을 발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연구는 ‘번아웃’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프로이덴버거는 번아웃 현상을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헌신적으로 수행하였으나 기대했던 상과나 보상이 없어 인간적 회의감이나 좌절감을 겪는 상태’라고 정의했다. 책 본문의 문장 중 ‘번아웃의 필수적 선행조건은 불타는 열정과 관심 그리고 강한 연대성을 가졌다는 것이다.’ 라는 문장이 문득 마음에 박혔다. 참 아이러니하고 씁쓸한 지점이란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맡은 업무에 대해서 굉장히 열정이 있고, 또 잘 해내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게 어떤 이유로든 충족이 안 됐을 때, 예를 들어서 이상과 현실 사이에 커다란 괴리가 있거나 개인의 능력치만으로는 도무지 바꿀 수 없는 조직의 구조적, 상황적 요인이 존재할 때, 혼자서 감당하기가 버거울 정도로 과중한 업무를 떠맡았을 때 등 정말 말 그대로 일을 처리하기 위해 나를 전부 갈아 넣고, 불살라도 목표에 도달할 수 없을 때 번아웃이 찾아온다는 것이니까.
<번아웃 : 이론, 사례 및 대응 전략>이라는 책의 제목처럼 이 책은 실제 번아웃을 경험한 이들의 사례와 더불어, 번아웃이 왜 일어나는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분석한 내용들로 이루어져 있다. 자가진단 체크리스트와 함께 번아웃 증상의 유형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표도 함께 실려 있다. 사실 나 역시 번아웃을 겪고 힘든 시기를 보낸 적이 있어 이 책을 골랐다. 지금은 업무 환경도 바뀌고 맡은 업무도 많이 바뀌고 하면서 아주 괜찮아졌지만, 불과 일 년 전 정말 극심한 번아웃을 겪고 있었다. 당시의 내 상태를 떠올려보면서 체크리스트를 점검해보니까 거의 대부분의 증상이 해당됐다.
일단 첫 번째 항목이 ‘매일 출근하는 데에 대한 높은 저항을 느끼는가?’ 였는데, 내가 번아웃에 시달릴 때에는 아침에 일어나서 화장실에 가서 양치를 하는 게 세상에서 제일 힘들었다. 정말 아침에 눈 뜨는 게 지옥같다는 말이 딱일 정도로. 거기서부터 하루가 시작되는 건데, 하루를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모든 에너지가 고갈된 상태로 안간힘을 다 쥐어 짜내서 무거운 몸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이었다. 출근길이 고통스러운 건 말할 것도 없고, 겨우 사무실에 도착하면 너무 피곤하고 힘들어서 업무를 시작하기까지 한참 걸렸다. 컴퓨터로 치자면 너무 낡고 오래돼서 부팅하는 데에만 한나절이 걸리는 고물이 된 느낌이었다고 할까. 집중력이 바닥을 쳐서 별로 어렵지 않은, 사소한 일을 처리하는 데에도 능률이 떨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항상 만성적인 피로에 시달리고 예민하고 신경질적인 상태이다 보니까 사람들을 대할 때에도 상투적이고 무뚝뚝하고 차가운 태도로 대하게 됐다.
번아웃은 일상 전반에 지장을 주는 굉장히 다층적인 증후군이고, 직무 스트레스나 우울증이나 자존감, 또 만성피로 등등의 증상과 교집합이 너무나 많은데, 이 현상에 대해 책에서는 번아웃과 단순 스트레스 증상에 대한 차이점, 또 번아웃과 우울증의 상관관계 등 비교와 분석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스트레스는 누구나 겪는 현상이지만 번아웃은 누구나 다 겪는 현상은 아니다. 번아웃은 기대치가 크거나 쉼 없이 일하는 사람들이 주로 많이 겪는다. 또한 직장에서 일의 의미를 찾으려고 노력하거나 기대하는 사람들일수록 번아웃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경험하지만 번아웃에 빠지지는 않는다.’ 혹은 ‘우울증은 상황과 관계없이 인간 생활의 전반에 걸쳐서 나타나지만 번아웃은 직무와 같은 특정한 상황에서 발생한다.’, ‘원인과 결과 면에서 번아웃이 우울증을 초래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다른 증상들과 번아웃의 인과관계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거기다 더해 번아웃이 발생했을 때 실질적인 대응전략까지 제시해주고 있으니, 앞으로 번아웃 현상이 재발하지 않도록 스스로를 관리하는 데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