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번 달토끼 마블 기간에 구매한 건 아니고 이전에 친구의 추천을 받아 구매해두고선 묵혀뒀던 작품이다. 그동안 어쩐지 손이 잘 안 가서 나중에 봐야지~ 하고 있었다.
작가인 어피님은 어피님이 리디에서 <피자배달부와 골드팰리스>를 연재하면서부터 알게 되었는데알고보니 내가 어피님의 작품은 이미 갖고 있었다~는 그런 이야기.
이 작품에 손이 썩 가지 않았던 건 내가 1권 표지를 보고서 조폭물인줄 알았기 때문이다. 조폭물을 싫어하는 건 아니지만 표지를 보고서 조폭물+시리어스물이라고 생각하였고, 당장은 감정소모할만 한 작품보단 가벼운 걸 보고 싶어서 미뤘다.
어쨌든 틀렸던 찍기...
<향하는 길의 마지막 걸음>은 사랑하는 사람(가족)을 상실하여 자포자기했었던 두 사람이 서로를 만나 치유하고 미래를 향해 함께 나아가는 이야기였다. 제목이 왜 <향하는 길의 마지막 걸음>일까 계속 곱씹는 중인데 그건 아직 잘 모르겠다. '향하는 길'이 어디고 왜 '마지막 걸음'이고 무엇에 대한 '마지막 걸음'인지... 나중에 의미를 곱씹으며 재탕해봐야 할 것 같다.
잔잔하고 전체적으로 두 주인공이 서로를 정말 좋아해서 달달한 작품이었지만 두 사람의 설정상 무거운 작품이기도 했다. 둘의 관계는 연하공의 끈덕진 집념으로 이어진 관계지만, 둘이 서로를 보듬고 이해할 수 있었던 건 결국엔 서로 비슷한 상처를 가졌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수인 기란이는 공인 선경이의 정체를 몰랐고 선경이도 기란이의 이전 사정을 잘은 모르고 있었지만... 기란이에 대한 선경이의 혼자 이미 깊어진 사랑과 기란이의 스트라이크존인 선경이의 얼굴, 잘 맞으면서도 함께 있을 때 불편하지 않은 점, 잘 맞는 속궁합 등등으로 인해 둘은 이미 제법 안정적인 상태이긴 했다.
따지고 보면 커다란 갈등 구조는 없었던 작품이었다. 그러니까 둘 사이의 갈등이라거나 둘이 만난 이후로 어느 한쪽 혹은 양쪽에게 닥치는 시련이나 갈등.
하지만 아직 상실에 대한 상처와 슬픔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상태의 기란이, 기란 덕에 상실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던 선경과 함께 하며 치유받고, 그동안 손놓고 있던 미래를 걸어가는 과정이 지루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