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로드
조너선 프랜즌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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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조너선프랜즌의 책은 처음이다.
전작 ‘인간수정’을 향한 그에 대한 평가-극찬 에서 어떤 필력을 가졌기에 그런 찬사를 받을지 매우 궁금했다.
책을 읽으며 심리학자가 아닐까 할 정도로 등장인물들에 투영되어 표현 된 그의 섬세한 표현력은 캐릭터들이 책속에서 살아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 극한의 감정들- 질투, 욕정, 불안, 결핍, 연민, 자기혐오, 애증들이 어느하나 어색하지 않게 설득력있고 입체적으로 그려졌다. 도스토예프스키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읽으며 느꼈던 인간감정의 다양성과 복잡한 심리의 묘사를 프랜즌의 소설을 통해 또 한번 느꼈다.

위기를 겪던 미국의 목회가정-
결혼생활에 권태를 느끼고 젊은과부에 대한 욕정을 품으며 젊은 전도사에게 극심한 질투를 느끼는 부목사 아버지 러스,
20대까지 이어진 불운한 유년기를 보낸, 회개하는 마음으로 만난 러스와 그와의 사이에서 생긴 4자녀들에게 평생 헌신했으나 이해받지 못하는 아내와 엄마의 입지에서 또 한번 스위치를 꺼뜨리려 하는 어머니 매리언,
존경하는 아버지에 대한 배신감, 사랑하는 여동생에 대한 집착, 그리고 어떤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모른채 방황하는 첫째 클렘,
소설의 슈퍼스타, 사랑도 찾고 신도 찾고 자신의 길을 찾지만 그것을 위한 과정에서 또다른 희생을 감내하고 상실을 맛보며 진정한 행복인지 냉소인지 모를 감정을 얻게 되는 둘째 베키,
소설의 문제아, 그의 인생에서는 진정한 행복이 란 너무나 먼 일일 뿐, 오직 결핍과 불안, 과잉, 진정욕구- (부정한 방법으로 충족될뿐인) 끝까지 희망은 없어보이는 안타까운 셋째 페리,
가장 어리지만 일련의 사건을 통해 괜찮은 소년으로 성장하는 것 같은 희망을 보여주는 막내 저드슨,
이 6가족이 결국 가족에 닥친 위기와 서로에 대한 불신을 극복해 나가는 이야기다. 물론 드라마틱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러한 점이 더욱 현실적인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는 한계점을 가지고 어느정도 선에서 극복한 채 마무리 된다. 하지만 소설속에서 형편없게 느껴졌던 인물들이 성장해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이후의 이야기에서 더욱 성장해나갈 힐데브란트 가족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책에서 가장 위대하게 느껴진 캐릭터는 역시 처음부터 가장 흥미로웠던 엄마 매리언이다. 매리언은 소설 초반에 불운한 성장시절과 현재 자신에게 닥친 현실에 신경과민 여성으로 변신해 무너지는 것 처럼 보여지지만 자신이 품었던 욕구는 허황된 상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놀랍도록 멋지고 차분하게 가정으로 돌아와 용서와 사랑을 보여준다. 일부 독자들에게는 다소 불편하게 생각될 수도 있다고도 생각되지만 엄마들의 헌신과 자식에 대한 사랑 그 위대함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기에, 그리고 누구나 잃어버린 것, 잊고산것에 대한 후회를 할 수 있으니까! 매리언의 감정에 존중과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다. 소설의 끝무렵 클렘에게 보낸 편지만 봐도 그녀의 온 가족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올곧이 느껴졌다.

인간은 누구나 여러겹의 페르소나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페르소나를 절제하며 살아갈 수 있는 것은(절제가 아니라 숨긴다는 표현이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우리에게 지성과 이성과 통제력이 있기 때문일테지. 책에서 작가에 의해 철저하게 까발려진 힐데브란트 가족의 내면도 사실은 지금 우리 곁에 살아가는 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의 감정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느낄 수 있는건 자유이며 누구나 자유롭게 생각하고 상상할 권리는 있으니까. 다만 윤리와 도덕적 잣대가 주는 보편성이라는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현대 사람들에게는 이상하게 보일 수 있지만 어쨌든 우리는 모두가 다르지만 또한 다양성을 존중하며 사회적으로 살아야 하는 인간이기에!!- 그러므로 인간내면의 다양한 심리적 갈등과 변화를 이토록 훌륭하게 표현한 크로스로드는 어마무시한 두깨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우리가 꼭 읽어야 하는 필독서라고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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