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임여정 지음 / 살림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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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교육학을 전공하고 아이를 둘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 교육학에 대한 지식이 가끔 도움이 될 때도 있다. 아, 이게 피아제가 말한 대상영속성인가, 비고츠키가 제시한 혼잣말이 이건가 깨달을 때가 있어서 흐뭇한 웃음을 짓곤한다. 20대에 열심히 공부한 나 자신을 기특해 하며 말이다.

하지만 사실 교육학은 현실의 많은 문제들에 도움을 주지는 못했다. 출산병원, 출산방법을 정하는 문제부터 조리원 선택 그리고 산후도우미, 시터, 어린이집 선택까지 교육학 책에는 나와있지 않은 내용들이었다. 그리고 누구도 정답을 주지 않는 문제였다. 게다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의 선택은 아이의 첫 보육기관이자 교육기관인데 어디로 보내야 하는 게 가장 좋은 선택일까

평소에 학군지의 꽃이라고 불리는 강남권의 교육이 궁금하긴 했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지인도 없고 강남까지 가서 인터뷰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너무 지나친 사교육은 반대하지만 요새는 학원들어가기 전에 받는 레벨테스트(레테ㅋㅋ)마저도 과외를 받아야 한다는데 나만 너무 뒤떨어지는 거 아닌가 불안감이 있었다. 나처럼 아이를 자유롭게 놀게 하다가 초등학교 3~4학년에 학원다녀볼까 하면 학원다닐 자격조차 없어서 못다녀서 속상해하는 부모들이 있다는 이야기가 있어서 나도 어떻게 지금부터 준비해야하나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다.

이 책을 보니 영유아기부터 강남권에서 아이들을 어떻게 교육기관에 보내는지 생생하게 알 수 있었다.

엘리트코스가 24개월부터 시작된다니.. 입이 떡벌어지는 현실이었다. 게다가 그 전에 산후조리원에 대한 이야기도 비싸다는 건 알았어도 가격대를 보니 너무 놀랐다

내가 2021년에 출산하고 300만원대 조리원에 갔었는데 여기서부터 차이가 시작되는구나? 충격이기도 하고 산모교실을 서울신라호텔에서 한다는 얘기를 듣고 그들만의 문화가 정말 있구나 싶기도 했다.

그렇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은 '강남 최고야, 너희도 따라와라'는 절대 아니다. 어머 진짜 좋겠다.. 하고 내 마음이 흔들린다 싶으면 중심을 딱 잡아준다.

(49페이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만큼의 선택을 하는 것, 주변의 이야기에 흔들리지 않고 중심을 잡는 것, 압구정 육아의 시작이었다.

(146페이지)
내 아이는 아닐 거라는 생각, 내 아이는 괜찮을 거라는 생각, 내 아이는 버텨줄 거란 생각, 이런 생각들로 아이들을 책상 앞에 끌어다 앉힌다. 그러다 내 아이가 끝내는 버티지 못하는 아이가 되면, 그제야 너덜너덜해진 아이를 데리고 유치원 밖을 나온다.

(150페이지)
사교육을 위한 사교육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는다. 놀이학교를 다니며 영어 유치원 입학 테스트를 준비하는 과외를 하고, 영어 유치원에 들어가서는 영어 유치원 진도를 따라잡기 위한 과외를 한다. 또 영어 유치원을 다니면서도 초등어학원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학원을 다녀야 한다. 심지어 테스트를 준비시켜준다는 프렙학원도 테스트를 봐야만 들어갈 수 있다.

(151페이지)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말한다. "이렇게 손 놓고 있다가는 나중에 갈 수 있는 초등어학원이 없을 거야.' 그런데 나는 말하고 싶다. '그렇게 하다가는 나중에 아이가 떠올릴 수 있는 행복한 추억 하나 없을 거야.'

아마 이 저자가 압구정 거센 사교육 시장의 바람을 가장 많이 듣고 최고로 흔들려 봤기 때문에 할 수 있는 말 아닐까.


책에 나온 문구 중에 '모든 사교육은 부모의 불안을 먹고 자란다'는 말이 있다. 우리의 불안감이 이렇게 사교육 시장을 괴물처럼 크게 만들었구나 깨닫는 부분이었다. 게다가 책 후반에는 가슴아픈 이야기도 나온다.

그리고 이러한 불안감은 아이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결정적인 이유가 된다. (168페이지)

내 불안이 결국엔 아이의 자존감과 연관이 되다니 정말 다시 생각해볼 구절이었다. 내가 교육에 있어서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흔들리지 않아야 내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고 자기 자신을 건강하게 쌓아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영유아 기관부터 선택의 연속이다. 아이가 행복하고 아이가 즐거워 하는 육아를 해도 된다는 현실적인 멘토의 조언을 들은 것 같아서 책을 읽고 뿌듯한 기분이 들었다. 교육학 책에는 없었던 실전에 도움이 되는 육아서를 만난 느낌이었다.


<출판사의 무상제공으로 솔직하게 리뷰를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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