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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아우슈비츠의 약사입니다
퍼트리샤 포즈너 지음, 김지연 옮김 / 북트리거 / 2020년 11월
평점 :
유대인 의사 베르너는 1944년 5월 가축수송열차에 실린 채로 아우슈비츠에 도착한다.
그의 부인과 딸들, 동네주민 80여명과 함께였다. 승강장에서 남녀가 나뉜채 선별작업(일할 수 있는 자는 오른쪽, 그 외에는 왼쪽(가스실)으로 보냄) 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베르너는 죽음의 천사라 불리우던 맹겔레 박사의 옆에 서서, 함께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지인을 만나게 된다. 그가 바로 독일의 제약회사 바이엘의 영업사원이자, 자신과도 친분이 있었던 약사 카페시우스 였다.
카페시우스는 삼촌의 약국에서 일하던 약사였다. 결혼도 하고 세 딸을 둔 평범한 가장이기도 했다. 약사로 일하며 정치나 뉴스엔 관심도 없이 느긋한 여가생활을 보내던 그는, 독일의 제약회사 파르벤의 자회사이자 우리에게도 익숙한 바이엘의 영업사원으로 이직을 한다.
파르벤은 독일의 거대한 기업이자 2차세계대전 전까지 노벨상을 4개나 휩쓴 기업이기도 하다. 이 거대한 제약회사는 나치와 결탁하며 악명높은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세우고 전범기업이 된다.
그들에게 유대인은 생체실험의 도구이자, 쓸모가 다하면 없애버리는 소모품이었다.
이 평범한 영업사원은 전쟁이 발발하자 나치 친위대원이 되어 수용소 의약품 조제실에서 약사로 복무하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생체실험에 필요한 약물을 관리 및 제공하고, 가스실에 주입하는 독가스 치클론B도 그의 담당이 된다. 직접적이진 않아도 간접적으로 학살에 관여하게 되었음이 명백하다. 부인과 아이들이 있는 평범한 가장이 여자들과 아이들은 무조건 가스실로 보낸다는 걸 알고 있음에도 어떻게 아무렇지 않을수 있을까?
"처음에는 우울하고 구역질이 난다. 그러다가 차츰 익숙해지게 된다"
아우슈비츠에서의 일상을 그는 이렇게 묘사했다.
나중에 붙잡힌 그는 생체실험과 가스실에서의 대량학살을 몰랐다고 잡아떼지만, 늘 시체태우던 냄새와 검은 여기로 뒤덮히던 아우슈비츠에서 그걸 모를 수 있을까? 정치인이나 기업인이 재판에서 '기억나지 않는다'며 모르쇠로 일관하는건 어쩜 이렇게 똑같은지 읽는 내내 마음이 씁쓸했다.
카페시우스는 양심의 가책이나 불편함등은 전혀 모르는 사람인것처럼, 자신의 욕심 채우기에만 급급했다. 당시 수용소의 유대인 치과의사들은 시체에서 금니를 발치해야 했다. 이 금니로 가득 채운 가방이 카페시우스의 방에만 1500개가 쌓여 있었다고 한다. 그는 이렇게 빼돌린 금을 전후 재판에서 변호사를 선임하는데 쓴다.
"제가 무슨 죄를 저질렀죠? 전 시키는 대로 했을뿐. 제게는 명령을 거부할 권한이 없습니다"
▪️전쟁은 인간의 감정이나 가치관을 나락으로 떨어뜨린다. 인간성을 상실한 상태에서 전쟁 중 삶을 유지해야 하는 그들에게, 도덕적 윤리는 과연 어떠한 것일까. 윤리는 살고있는 시대와, 상황에 따라 그 해석이 다르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가져야 할 최소한의 인간다움을 져버린 그들에게 다음세상은 곧장 지옥이길 바란다.
▪️시인 윤동주가 생각난다.
그의 죽음에 대해선 정확한 기록이 없다. 731부대에서 마루타로 삶을 마감하지 않았나 추측만 할 뿐이다. 이러한 죽음들이 숱하게 많을 것이다. 이스라엘에는 모사드라는 나치 전범 추적기관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 홀로코스트 기념관이 설립되어 있다. 2차세계대전이라는 비극적인 역사를 잊지 말자는 취지에는 모두들 공감할 것이다.
우리 역시 소녀상 설치를 끊임없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침략이 되풀이 되었던 역사를 잊지 말고, 바로 공부해야 다음 세대에게 같은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