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괜찮아
사노 요코 지음, 이지수 옮김 / 북로드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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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의 인생 전반에 걸친 소소한 에피소드가 담긴 책이다.

한장 한장 넘길수록 평범한듯 유쾌했던 그녀의 삶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작가의 약력을 보니 이미 고인이 되신 분이다.

1938년에 베이징에 태어나 자랐으나, 일본이 전쟁에서 패망후 일본에서 살기 시작했다

그녀의 에피소드에는 전혀 전후세대의 고뇌나 슬픔은 느껴지지 않아서, 그녀의 나이를 망각한 채로 읽었다

제목만 봤을때는, 인생 경험 풍부한 할머니가 내가 살아보니 이래도 저래도 다 괜찮더라 라고

위로해주는 글이 아닐까 감히 생각했었는데, 보기좋게 빗나갔다

 

화장하던 엄마를 몰래 훔쳐보던 어린시절부터, 학창시절의 친구이야기, 이상하지만 그래서 좋았던 이웃이야기

부동산업자에게 사기를 당했지만, 그의 꿈을 굳건하게 믿어준 그녀의 에피소드가 실려 있다.

지하철에서 만난 야쿠자아저씨에게 이런 저런 조언을 해주기도 하고, 외로운 도쿄생활을 이어가던 하숙생에게 선뜻 손을 내밀어주기도 하는 그녀의 소소한 이야기들은, 이야기 만큼이나 따뜻한 웃음을 선사해주었다.

앞뒤의 거창한 서사 없이 두부 자르듯 반듯하게 이야기 토막으로 내던져진 에피소드들은 마치, 응 그래도 괜찮아  라고 담담하게 말해주는 듯 하다. 그래서 계속 읽고 싶어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살다보면 이런일도 있고 저런일도 있는거라며, 그래도 절망하지 말고, 그래도 괜찮은거니 담담하게 받아들이라고 얘기해주는 그녀의 글에는 위로와 깨달음이 있다.

상대를 겉모습이나 배경으로 판단하지 않고 사람자체로 사랑하는 그녀의 자세를 본받고 싶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은 믿지만, 그녀 자신에겐 좀 시니컬한 모습 또한 응 그래도 괜찮아 라고 말하는것 같다.

집착하지 말고, 얽매이지 말고, 편안하게 물 흐르듯 살라고 웃고 있는것 같다.

 

우리는 “괜찮아”라는 한마디면 살아갈 수 있다.

고생이든 가난이든 겪으면 된다. 하지만 있어줬으면 한다. 있는 것만으로 우리는 살아올 수 있었다. 가장 곤란할 때 나를 구해준 것은 저축이 아니었다. “괜찮아”라는, 그 집 마루에서 당신이 해준 말이었다. 미치코에게도 나에게도 당신에게도 눈부신 인생의 사건은 없었을지 모른다. 지극히 평범하고 당연한 일만 겪으며 살아왔다. “괜찮아”가 일천만, 일억의 저금보다 우리를 살려왔다.

p. 192

어른이 되는 데는 다양한 방식이 있다. 그것을 우리는 몇 년에 걸쳐서 이해하게 되었다. 배우는 것과 성장하는 것은 별개라는 사실도 차츰 깨달아갔다.

p.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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