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 우울을 벗어나 온전히 나를 만난 시간
정재은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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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을 고치며 마음도 고칩니다, 라는 제목이 마음을 사뭇 끌어당긴다.

동시에, 제목만 봐도 어떤 내용인지 알 것 같다 라고도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펼쳐지는 기승전결, 그 다음의 내용이 궁금해서는 아니지 않는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책은 집을 사고, 집을 고치고 (거의 신축이나 다름없는) 한공간 한공간

쓰임새에 맞게, 때론 낭만을 지키기 위해, 햇빛 한자락 온전히 맞이하기 위해

남편과 상의해가며, 충분히 고민하고 또 시행착오를 거치며 일구어낸 그녀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하지만 그져 집을 고치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그녀는 집을 고치는 과정을 통해 10대때의 우울했던 소녀, 사회성이 없는 20대때의 본인의 모습,

최근까지 이어지던 우울의 이유까지 전부 인정하고 보듬고, 떠내보내고 있다

도저히 버릴수 없을것 같던 물건들을 처분하며, 그때의 자신도 놓아주고 있었다

 

책과 서재에 관한 글은  내 마음까지도 뜨끔하게 만들었다

책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도, 그 책을 소유하게 되었을때 마치 모든것을 이해하고 있는 듯한

허영심과 만족감을 그녀는 솔직히 인정했다.

집에서 일하는 프리랜서의 삶, 알맞게 소유하는 것에 대한 고찰, 집을 고치며 생긴 능력, 함께 사는 친구같은  남편의 이야기와, 반려견 이야기까지  담담하면서도,  지루하지 않게 술술 풀어내는 그녀의 문장력에 감탄을 하며 읽었다.

무엇보다도 작은집에서 해를 즐기는 법과, 새벽에 배웅나가는 달의 여행 이야기는

그녀는 대체 어떤 사람일까? 호기심을 갖게 만들었다.  

본인 스스로는 안개에 오랫동안 갇혀 있던 사람이라 말하지만  나는 그녀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어느새 읽으면서 연필을 꺼내어 종이에 받아적는 내모습을 볼 수 있었다.

담백함을 가장한 화려한 문장은 내 마음을 꽤나 오랫동안 두드려 댔다.

이런 호감은 아마도 그녀가 집과 공간을 대하는 자세에서 비롯되지 않았을까

집을 생각하고 가꾸는 그녀의 마음은 부족하지도 넘치지도 않게 찰랑이고 있었다.

그곳에 본인의 삶과 미래를 녹여내고 있었다. 

 

나는 원래도 집순이지만, 최근 감영병으로 인해 집밖에 나가지 못해 강제 집순이가 되자

왠지 더 답답한거 같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시선을 돌려보니 우리집 베란다에 햇빛이 한가득 놀러와있다

커텐은 한쪽 마감이 어디로 도망갔는지, 너덜너덜하게 매달려 있다.

나도 집을 정리하며, 마음을 정리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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