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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리 소이 이야기
송미경 지음 / 읻다 / 2024년 5월
평점 :
<매일 조금씩 잃어가도 매일 조금씩 다른 것으로 채운다면>
『메리 소이 이야기』는 엄마의 어린 시절 잃어버린 동생 ‘메리 소이’라 자처한 첫 번째 사람이 문을 두드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자매 둘이 유원지로 놀러 갔다가 화장실에서 동생을 잃어버린다. 열세 살이었던 엄마의 말은 ‘정말’이라는 단어를 내세우며 의심을 받았지만, 세월이 흘러 2019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다. 미미제과에서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과제에 얽힌 추억을 주제로 백일장을 열었고, 엄마는 잃어버린 동생 이야기를 쓴 것이 계기가 된 것이다. 어린 시절 동생과 딸기 맛 웨하스로 과자 집을 지으며 놀았던 에피스드는 대상을 받게 해주었고, 부상으로 3년간 매일 과자를 먹을 수 있게 된다. 마케팅 팀장의 아이디어로 과자상자에 잃어버린 동생의 얼굴이 실리는 등 사연이 퍼지면서 보상금을 노린 듯한 여러 명의 메리 소이가 집으로 찾아 온 것이다.
소설은 비어있는 공간을 채우는 사람들의 방법을 보여주는 듯하다. 엄마는 동생이라 거짓을 말하는 이들을 내치지 않고 기꺼이 받아주고, 일상을 살아갈 힘을 잃은 엄마의 딸 ‘나’는 동네 아울렛 ‘원더마트’에서 매일같이 무언가를 사며 뭔가를 채우려 애쓴다. 마케팅 팀장은 어느 고객의 부재를 마케팅 전략으로 채우며 이익을 취하기도 한다. A를 잃은 자리에 비슷한 모양의 B로 채우는 것은 채워졌다고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대체로 잃어버린다. 기억을 잃고, 시간을 잃고, 사람을 잃는다. 잃어버린 후엔 구멍이 난 듯 빈 공간이 생긴다. 구멍이 난 줄도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지만, 반대로 구멍을 메꾸려고 부단히 애를 쓰기도 한다. 소설 속에 인물들은 부지런히 구멍을 메꾸려 한다. 그것이 반드시 잃어버린 것 되찾지 않아도 비슷한 모습을 한 것을 합리화하며 말이다. 그런 모습에 우리가 비난할 순 없다. 구멍이 난 자리는 누군가에게는 슬픔이 고이기도 하고 아픔이 고이기도 할 테니, 어떻게서든 채우고 싶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소설은 뚜렷한 서사나 갈등 없이 원더타운의 사람들의 이야기로 채운다. 환상적인 분위기는 공허함을 다루는 데에도 마냥 슬프게만 다가오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한다. 어쩌면 살아가면서 작게나 크게나 잃을 수는 없다는 것을 겸허히 받아야하는 것을 말해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인지, 이야기는 오히려 위로처럼 들리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