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천선란.윤혜은.윤소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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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온전히 이해받으리란 믿음이 충만한 채 타인에게 나를 드러내는 행위가, 요즘에는 얼마나 조심스러워졌는지 생각했다.

가깝지 않은 사이는 영 내키지 않아서, 가까운 사이는 혹시라도 잃게 될까 너무 귀해서 그렇다. 그래서 내 친구들이 아닌데도, 이렇게 진솔하게 자신의 마음과 상태를 고스란히 전하는 일기가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다가왔다. 남을 보여주기 위해 쓰는 일기 특유의 가식과 생략이 없었기에, 또 거리 두기에는 나와 너무 가까운 이야기들이었기에 가볍게 읽어야지, 하고 시작했다가 많이 웃고 또 눈물이 핑 돌기도 했다.

꼭 친한 친구들과 수다 떠는 느낌이었다. 네 얘기에 나도 눈물이 날 만큼 진지한 이야기를 하다가도, 뜬금없이 튀어나온 실 없는 얘기에 또 신나서 떠드는.

책의 후반부에는 친구들끼리 떠는 즐거운 수다를 구경만 하고 있는 느낌이라 너무 근질근질해져서, 친구에게 선물할 요량으로 내가 하고 싶은 말과 내가 들었던 생각을 메모에 적어 마구마구 붙여놓았다. 이렇게라도 너와 맞닿고 싶어서. 그 연결된 감각이 내게 필요해서.

그렇게 마지막 장까지 읽고 책을 덮은 뒤 제목을 보니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다는 말이 참 좋았고 힘이 됐다.

서로 다른 모양의 삶을 살아가고 있지만, 나는 절대 엉망이라고 생각하지 않지만 ‘엉망’이어도 열심히 사는 작가들의 모습이 정말로 반짝였다.

그래서 나의 평범한 일상도 꾸준히 길어올린다면 반짝이는 부분이 있지 않을까. 나에겐 당연해도 남들 눈에는 새삼스레 귀하고 사랑스러운 구석이 있으리란 근거 없는 믿음이 차올랐다.

그래서 내년에는 다시 일기를 성실히 쓰려 한다. 내 일상 속 반짝임을 길어올리고, 부지런히 수집하기 위해서. 또 내게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 위해서. 내년에는 나로 사는 일이 더 익숙해지면 좋겠다. 편해지는 건 아무래도 글렀으니, 30년 넘게 살아온 나 스스로가 새삼스럽지 않게 만이라도.

<2024년에 해야 할 일> 리스트가 이렇게 점점 길어진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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