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 뷰티 - 장애, 모성, 아름다움에 관한 또 한 번의 전복
클로이 쿠퍼 존스 지음, 안진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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를 둘러싼 어휘들이 점점 줄어들고 축소되는 것들을 느끼곤 내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 설명하는 연습을 자주 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많은 다짐들이 으레 그러듯, 해야겠다고 생각한 만큼에 비하면 턱 없이 작은 시도들이긴 했지만, 단순히 ‘좋다’라는 말을 어떻게 풍성하게 펼칠까를 고민하는 시간은 단 1초도 아깝지 않았다. 말에 촘촘한 결을 더하는 일은 내가 설명하고자 하는 대상 뿐만 아니라, 그 대상을 설명하기 위해 떠올린 단어 하나하나를 몇번이고 돌아보게 만들었다. 그래서 나는 책을 읽는 동안,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는 물론, 좁고 납작해서 우리를 거부하고 상처주는 많은 단어들에게 풍성한 의미를 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이탈리아의 미술관, 밀라노의 비욘세 콘서트장, 프놈펜의 킬링필드를 거닐면서 작가는 장애인이자, 어머니이자, 여성인 자신의 여러 ‘속성’을 향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유와 질문,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이 걸어온 삶의 궤적을 나침반 삼아 점점 더 다가간다. 자기도 모르는 새 내재화했던 외부인의 시선으로 스스로를 판단하지 않으려 하면서.

덤덤한 작가의 글을 읽는 동안 나는 감정적으로 읽지 않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감정 이입과 공감 보다는 우리 사회가 이런 글을, 이런 작가를 필요로 하는 이유, 우리가 더 많이 글을 읽어야 하는 이유, 시끄럽고 부지런한 혐오에 맞서 공론장에서 목소리를 내야 하는 이유 등등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추기 위해 감정적으로 무뎌지기 위해 노력했지만 번번히 실패했다. 역겹게도 선의와 사회구성원 대부분이 합의한 상식이라는 단어로 포장된 타인의 ‘악의 없는’ 말과 행동들에 (도대체 어떻게 우생학이 좋은 학문이라고 말할 수 있는가? 누군가의 삶이 살 만한 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는가?) 계속 화가 나거나 눈물이 나거나 아님 화를 내면서 눈물을 흘릴 만큼, 오히려 작가의 글이 퍼석하게 느껴질 정도로 이입을 하고 말았다.

그렇게 이입한 바람에 책의 무게와 두께에 살짝 긴장했던 것이 무색하리만큼 책장을 넘기는 속도는 빨랐다.

많은 포스트잇과 그보다 더 많은 생각과 질문들을 남기면서, 삶이 본의 아니게 투쟁 그 자체인 사람의 이야기가 항상 그렇듯이.

저자가 자신의 삶으로서 치열하게 아름다움에 대해 고민한 것과 정반대로, 아니 어쩌면 바로 그만큼, 아름다움(Beauty)이라는 단어는 쉽다(Easy).

시대에 따라 미의 기준이 바뀌는 걸 보면 절대적이지도 않고, 평가의 대상이 되는 어떤 것도 영원하지 않는 데도, 누구도 그 단어를 펼치려고 하지 않고 오히려 모두가 그 좁고 고루한 틈에 우리를 끼워넣으려고 한다.

어떤 것을 보고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을 하는지, 그 좁은 정의에 배제되거나 혹은 상처 받는 사람이 있지는 않은지 꼼꼼하게 살피고 치밀하게 토론했으면 한다. 언어가 단순한 의사전달의 도구가 아닌, 의사 ‘소통’의 도구로서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선, 모두의 사전을 입체적으로 다시 써야 한다.

개별 단어의 풍성한 의미는 곧 더 두터운 상상력과 더 많은 가능성, 그리고 더 작은 여집합을 의미하리라.

우리 모두가 어느 교집합에서는 작은 목소리의 소수라는 것을 잊지 않는 것,

그것이 오늘 내가 ‘아름다움’의 정의에 추가하고 싶은 것이다.

* 이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만 지원 받아 솔직하게 작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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