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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없이 우리가 법을 말할 수 있을까
천수이 지음 / 부키 / 2025년 1월
평점 :
책을 처음 받았을때,
콤팩트한 사이즈와 두께가
마음에 들었다.
그러다 디자인을 봤는데,
큰 유리창에 구름이 비춰져 있고
그 사이에 '변호사 천수이' 라는
입간판이 그려져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이 책의 저자인 천수이 변호사는,
친숙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 나오는,
우리가 알고 있는 '변호사' 의 모습은 어떤가.
늘 전화를 받느라 바쁘고, 멋드러진 정장을 입고,
사무적인 태도로 잘 갖춰져 있는 사무실에 출근한다.
일을 대하는 태도 역시 단호하고 강단있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터가 처음 생각과는 다르게
초라한 상태로 덩그러니 놓여져 있다고 서술한다.
'무료법률상담' 이라는 입간판이 세워져있는,
칸막이 안의 공간이 그녀의 일터라고 한다.
그리고, 모든것이 서툴었고 그저 배웠던 말만
반복해야 했던 미숙했던 자신의 모습을 고백한다.
그리고 전쟁터와 같은 일상의 연속에 처한,
변호사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변호사는 피의자의 입장을 변호하고,
법으로서 보호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며
실리만을 따지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어떤 사건이 판결 되어야 함에 있어,
논리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되어야 하는 일에
'다정함', '사랑' 같은 것들이 끼어드는 것은
낭만적인 것이며 불필요한 요소라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저자는, 사실과 진실은 다르다고 말한다.
진실은 윤리적인 영역이며, 사실과 진실이 다른 경우가
존재하기 때문에, 변호사의 입장에서는 그것을
'진실' 로서 믿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 말이 가슴깊이 와닿았다.
천수이 변호사는 직접 겪은 사례들을 통해
자신이 깨달은 것들을 일목요연하게 전달하고,
자신을 찾아오는 사람들이 각자 저마다의 사연을 안고
자신을 방문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그녀는 그들의 입장을 이해하려 노력하고,
저마다 그들의 직업에 따라 짙게 배어있는 향을 묘사하며,
인간적인 모습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비록 그것이 이해하기 어려운 것일지라도.
저자의 업무는 전문 분야가 정해져 있지 않아서,
남녀노소 경중을 따지지 않은 다양한 이야기를 접해왔다.
그리고 법에 관련된 지식적인 이야기보다,
내담자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이 더 많다고 한다.
변호사로서 자신이 모든 일을 해결해주지 못해 안타까워하면서,
그들을 법에 앞서서 사랑하고자 노력하며 지금도 칸막이 안에서
자신의 인생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 냄새나는
천수이 변호사님의 이야기가 감동적이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래도 나는 하지 않았어>
영화를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자가 책 속에서 이 영화를 언급하는데,
모든 사람들은 누구나 부당한 일을 겪기 쉽다.
법의 보호 아래 사람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가 되어야, 사랑과 존중이 먼저가 되어야
법도 사람을 지키는 도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모르는 분야에 대해서,
이처럼 친절하게 풀어준 글은 처음이었다.
그것이 평소에, 그녀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더군다나, 법이라고 하면 어려울 것 같고
변호사는 딱딱할 것 같다는 편견을 깨줬다.
오랜만에 잔잔하게 여운이 남는
따뜻한 에세이를 읽게 되서 좋았다.
이제는 증거가 없어 밝혀지지 못한 진실도 존재한다는걸 안다.
그래서 누군가의 말이 진실하다는 것을 나라도 먼저 믿어주기로 했다. - P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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