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인류로 남기까지
김래온 지음 / 포레스트 웨일 / 2024년 9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인류가 존재하는 이유를 고민해본 적이 있나.

만약 단 한번이라도 있다면, 이 책은 기꺼이 인류의

존재 의미를 다시금 되새길 수 있는 길을 열어줄 것이다.

​

인류에 대한 깊이 있는 철학과 사유가 담겨있다.

김래온 작가는 인류에게 닥칠 위협에 대한 경고와 미래 세계를,

창조적 상상력을 통해 파괴적이면서도 현실적으로 그려낸다.

​

목차는

​

'종의 기원',

'홍, 피랑, 알노'

'에필로그'

'작가의 말'

​

순서로 구성되어있다.

'종의 기원' 은 문화재 보존파와 반대파의 대립으로 인해

인류가 멸명하고 구인류로 전락하기까지의 과정을 담는다.

​

그리고 '홍,피랑,알노' 는 신인류의 탄생과 결합과정, 그리고

구인류의 잔재를 없애려는 신인류의 욕망, 그리고 신인류 간의

대립으로 인한 파멸과 바이러스로 인한 모든 인류의 멸망의

과정까지를 세밀하게 다루고 있다.

​

'에필로그' 는 신인류가 만들어낸 인공지능 '재플린' 과 '메리' 의

대화로 구성되어있다. 이때 알노와 메리의 대화로 결말을 맺는다.

이때, 알노는 메리에게 살아남은 자들을 향해 가자고 말한다.

이것은 결국, 살아남은 인류의 욕망이 또 다른 파괴와 결핍을

불러일으키게 될 것을 암시한다.

​

아래,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구절과 장면들을

따로 정리해보았다.



'종의 기원'_세 번째 생존자가 첫 번째 생존자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장면

​

'종의 기원' 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이다.

문화재를 혐오했지만, 폭력의 사태가 심각해지자

세 번째 생존자가 첫 번째 생존자의 도움을 요청하고 있다.

​

생존을 했지만 다른 신념을 갖게 된 두 사람.

그러면서 문화재 반대파, 보호파로 갈리게 되는데

이때 두 사람의 만남은, 문화재가 파괴되는 것이

실상 인류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다는 심각성을

일깨워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종의 기원'_짐승으로 전락하고 만 인류에 대한 묘사


자신들의 손으로 모든 문화재를 파괴하고

산으로 도피해버린 첫 번째 생존자와 그의 딸.

딸이 짐승의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인류가 멸망했고 그들이 짐승과 다를 바 없이

변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종의 기원'_인류의 멸망 앞에 선 첫 번째 생존자의 고뇌

​

인류가 쌓아올린 문화 유산.

그것을 그들 손으로 직접 파괴해

결국은 파멸에 이른 인류에 대해

깊은 상실감을 느낀 첫 번째 생존자.

​

그는 문화재에 깔려 자신의 가족을 잃고,

또 다른 가족을 얻지만, 그렇게 얻은 자신의 딸은

인류에게 남은 마지막 유산마저 파괴해버리고 만다.

​

인류는 모든 정체성을 잃고,

짐승과 다를바 없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





 

'홍,피랑,알노'_구인류와 신인류의 대립을 보여주는 장면


신인류가 구인류를 억압하고 핍박하지만, 결국

두 인류 모두 같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인류를 지배하려는 싸움이 무의미한 것임이

이들의 대화를 통해 사실적으로 드러난다.



'홍,피랑,알노'_ 신인류 멸망의 원인이 된 내부 분열

​

신인류 내부에 일어난 분열이

결국 모두를 멸망시키는 원인이 된다.

​

결국, 신인류 역시 그들의 뒤틀린 욕망과 대립으로 인해

구인류가 그랬던 것과 마찬가지로 종말의 길을 걷는다.

마치 처음부터 정해진 숙명처럼.

​


이 책은 '인류가 인류로 남기까지' 의 제목처럼,

인류가 인류로 남기 위한 치열한 여정을 보여준다.

​

하지만 그 치열함은, 과연 정말 인류를 위한 치열함일까.

그들이 '생존' 하기 위해, 파괴를 기꺼이 일삼는 모습은

인류가 결국 '종말' 을 향해 열심히 달려가고 있음을

암시한다는 점에서 또 다른 아이러니를 낳는다.

​

결국, 인류는 끝없이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또 파괴하면서 끝을 향해 달려갈 것이다.

그것이 인류가 타고난 숙명이라면, 과연 그것을

어떤 태도로, 어떤 모습으로 바라보아야 맞는 것일까.

​

그것은 이 책을 접하는 독자가 결정할 몫이라 생각한다.

작가가 던져준 메세지를 받아들이는 것은 각자의 몫이지만,

작품이 던져주는 경고 메세지는 분명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

​

현재를 살면서, 인류의 존재 의미를 고민할 일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분명 사유한다는 것은 '살아간다' 는 것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잘 살아가기 위해 우리가 잊으면 안되는

가치를 깨달아야함을 반증하기도 한다.

​

이 책의 가제가 '혐오의 시대' 였다고

작가는 말미에 적어두었다.

인류는 분명 혐오의 시대를 살고 있다.

​

하지만 작가는 제목을 바꿨다.

'혐오의 시대' 로 시대를 단정짓기 보다,

'인류가 인류로 남기까지' 끝없이 발버둥치는 것을

향한 작가의 애증어린 헌사가 아니었을까.

그것이 더욱 책 제목에 부합한다고 생각해

작품의 제목을 정한 것이 아닐까 추측해본다.

​

오랜만에 생각할거리가 많은 책을 만나,

너무나 감사하고 의미있는 시간을 보냈다.

더욱 많은 사람들이 작가의 책을 접하고,

그 의미를 곱씹어보는 시간을 가져보길 바란다.

분명히 유익한 시간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인류는 자신들을 괴롭히던 잔재가 주는 괴로움에서 벗어났다.

나는 그들에게 묻고 싶다. 괴로움에서 정말 벗어났느냐고.

우리는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

잔재에서 벗어남과 동시에 괴로움에서 벗어났으면 이제 인류는

한 차례 진화하였는가, 답을 알고 싶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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