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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기울이면 빛나는 ㅣ 사과밭 문학 톡 22
로르 몽루부 지음, 도아마 그림, 김영신 옮김 / 그린애플 / 2024년 9월
평점 :
'콤플렉스' 하면 생각나는 감정이 뭘까?
나는 상처, 아픔, 고통, 창피함,
두려움, 긴장, 불안, 공포
같은 키워드를 떠올린다.
콤플렉스는 평소에 모습을 감추고 있다.
그러다 예기치 못한 순간에 툭, 튀어오른다.
소리는 들리지만, 불을 끄면
잠적해버리는 모기와 같다.
근원적 원인을 처치하지 않으면
깊게 단잠에 들 수가 없다.
페넬로페에게는 콤플렉스가 있다.
한쪽 다리길이가 짧은 것.
남들과 똑같이 걷지 못하는 것.
이것은, 누군가 페넬로페를 상처주지 않아도
페넬로페에게는 언제든 자신이 '무시' 당하고
'차별' 당할지 모른다는 콤플렉스로 작용한다.
나에게도 콤플렉스가 있다.
하체에서 유독 무릎이 툭 튀어나와있는 것이다.
이것은 청소년시절부터 늘상 스트레스였고,
외모콤플렉스로 작용했다.
사춘기때가 유독 심했다.
아이돌들의 예쁜 다리,
주변 친구들의 얇은 다리만 보였고
그래서 창피해서 교복치마 대신
바지를 사기도 했었다.
다이어트를 하고, 살을 빼도
유독 툭 튀어나온 무릎살이 비대해보였다.
코끼리 다리 같아보여서 드러내기가 창피했다.
예쁜 치마를 입고 싶어서 사놓고도,
늘 무릎때문에 욕을 먹을까봐
사놓고도 입어보지 못했다.
누군가 내 다리를 지적한 적은 없었다.
그저 남들과 비교했을 때, 내 다리가 두껍고
무릎이 유독 미워보여서 싫었다.
거울을 볼때, 앉아있을때
무릎이 내 시야에 들어오면
툭 튀어나온 살을 계속해서 꼬집고
잡아뜯어 벌건 멍자국이 들곤했다.
웃긴건 가족도, 아주 가까운 친구도
내게 이런 콤플렉스가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지금은 어떻냐 물으면,
나는 여전히 내 무릎이 싫다.
그래도 나는 남들 시선보다
나를 먼저 생각하기로 했다.
욕을 하라면 하라지 뭐,
라는 마인드로 이겨내고 있다.
조금씩 생활 속에서
콤플렉스를 이겨내보려 노력한다.
페넬로페는 자신의 콤플렉스로
상처입을 것이 두려웠다.
어린 시절의 기억에 갇혀,
사촌들을 만나는 것도 무서웠다.
하지만 인생에서는 꼭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페넬로페에게도 다시 상처를 맞딱뜨려야 할 순간이 찾아왔다.
무섭다고 무작정 '피할수' 는 없는 것. 부딪혀야 하는 것.
외삼촌 집에 가는 것이 이러한 시련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시련은
점점 반짝이는 멋진 추억으로 바뀐다.
페넬로페가 새로운 경험을 하고,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어른들, 그리고 멀게만 느껴졌던
사촌들도 페넬로페가 겁내지 않고 새로운 세상에
천천히 발을 디딜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수로 길을 잃었던 숲에서 만난 마야와 딜랑 역시
소중한 깨달음을 준다. 자신이 규정하던 '나'는
다리가 삐뚤고 걷는 모습이 이상한 사람이었지만,
마야에게도 딜랑에게는 그 모습이 못나지 않고
귀엽고 사랑스럽다는 것이다.
그래서 짐을 싸고 돌아갈 준비를 하는 날
페넬로페는 외삼촌 집을 오는게 무서웠던 전과 달리,
자신이 이곳을 떠나기 슬퍼한다는걸 깨닫는다.
소설은 아이들에게 명확한 교훈을 준다.
두려워하지 말고, 지레 겁먹지 말고
일단 '도전' 하고 '귀기울이라고'
그러면,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라고.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들이 찾아올거라고.
마야가 페넬로페를 생각하며 만든
보석의 이미지를 상상했다.
아마도 처음 만났을 때
경계심이 심하고 사람을 무서워하던
페넬로페와, 이후에 이야기를 나누면서
변해가고 성장한 페넬로페를 보면서
겉은 평범해보이지만, 속이 꽉차고
영롱하게 빛나고 있는 반지를
선물해주지 않았을까?
페넬로페에게는 콤플렉스가 여전히 있다.
하지만 이전처럼, 무섭지만은 않을 것이다.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모험이, 결과적으로
멋진 사람들을 만나 반짝반짝 빛나는 경험으로
바뀐 것이 페넬로페를 단단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규정하는 '나',
타인과 세계를 만나 형성된 '나'
나는 과연 지금 어떤 모습에
더 귀를 기울이고 있을까?
책장을 덮는 마지막 순간,
다시 한 번 스스로 묻게 된다.
몇 주 전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외삼촌 집을 떠나는 것이 슬프냐고 물었다면,그냥 웃었을 거다.
하지만 짐을 꾸리고 방을 정리하는 이 순간,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고개를 끄덕일거다. - P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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