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뭇잎 사이의 별빛
글렌디 밴더라 지음, 노진선 옮김 / 밝은세상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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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두께가 있어 읽는데 시간이 꽤 걸릴거라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삼일만에 완독했다. 여운이 깊었다. 오래토록 마음에 살아 숨쉴것 같다.

일상과 판타지를 적절히 섞어놓은 웰메이드 영화 한 편을 감상한 기분이다.

앨리스는 숲속에 아이들과 놀러왔다가 남편의 외도를 목격하고, 충격으로

어린 딸을 잃는다. 그날 이후 그녀는 일상생활이 불가할정도로 피폐해진다.

앨리스는 가정과 두 아들을 남겨둔채 자신을 되찾기 위한 여정을 떠난다.

캠핑장을 전전하며, 자연 속에서 상처를 치유하려 했지만 그 속에서

목숨을 위협받는다. 사랑에 빠졌던 남자와 친구의 도움으로 간신히

몸과 마음을 회복한 앨리스는, '와일드 우드 재래종' 가게를

운영하며 또 한 번 살아나갈 힘을 얻는다.

레이븐은 자신을 땅의 정령이 보내준 아이라 믿었다.

자신이 '마마' 라 부르는 오드리는 그녀를 레이븐이라 불렀고, 그녀를

레이븐의 딸이라 교육했다. 레이븐의 성장 과정은, 그녀를 자연과 친하게 만들었지만사람들로부터 소외당하게 했다. 그 과정에서 친구 재키를 진심으로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된 레이븐은 나중에 재키와 사귀게 된다.

오드리는 몸이 아파 집을 떠나고, 레이븐에게 유언장을 남기고 죽는다.

결국 모든 일련의 과정을 통해, 과거 바우해머 의원의 유괴된 자식이

자신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어린시절, 앨리스가 잃었던 딸이

레이븐이라는것이 밝혀지고 레이븐은 앨리스를 만난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지냈기에, 서로를 '가족' 으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혼란을 겪지만, 그들은 곧 극복한다. 레이븐은 임신할 수 없는 몸이라

교육받았지만, 재키의 아이를 임신한다. 그 과정에서 레이븐은 자신이 오랫동안오드리에 의해 세뇌당했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는다. 충격에서 헤어나오는데 시간이 걸렸지만, 그녀의 옆에서 앨리스와 가족들이 그녀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다. 결국 스스로 '비올라' 라는 원래 이름으로 불리기 원하면서,

그들은 돌고돌아 그토록이나 원했던 결말을 맞는다.

다른 두 여성의 삶의 여정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둘의 만남과 치유의 과정이 우리의 삶과 닮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해야했던 수많은 선택들,

그러면서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만 하는 결과들.

순응하거나, 회피하거나, 맞서 극복하고 책임지는 삶.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다.

그래서 때론 가슴 아렸고, 눈부셨고 아름다웠다.

이 소설에는 완전한 악인이 없다. 바람을 폈던 앨리스의 남편 조나도,

레이븐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뇌한 오드리도, 아픔이 있는 인간이었다.

그들이 선택하고 살아야만 했던 방식이 그래서 한편으로 이해되기도 했다.

결국 이들이 선택한 건 파멸이 아니라 '화합' 이었다.

이 책의 제목이 '나뭇잎 사이의 별빛' 인 이유를 생각해보았다.

레이븐, 아니 비올라. 그녀는 모두에게 한 조각의 별빛이었다.

오드리에게는 그녀의 소원을 이뤄준, 기적적으로 살아갈 힘을 준

땅의 정령이 가져다 준 보물이었다.

그리고 앨리스에게는, 인생에 있어 단 하나뿐인 소중한 딸이자,

그녀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을 물리쳐야 하는 이유였다.

저마다의 '별빛' 으로 그들의 마음 자리잡은 한 사람.

비올라는 그렇게 모두에게 한줄기 별빛같은 희망이었다.

그 별빛은 숲속에 남겨졌고, 숲에 의해 다시 '탄생' 한다.

숲은 나무가 가득하다. 울창하게 어우러져 있는 나무들.

나무들 사이로 잔잔히 비춰지는 햇살은 시리도록 아름답다.

하나의 나무에는 수많은 '나뭇잎' 이 달려있다.

나무로 태어난 이상, 그것들은 나무라는 개체가

안고가야하는 숙명, 즉 삶의 조각들이다.

그 조각들 사이로 눈부신 별빛이 비춘다.

그것이 바로 존재의 이유, 삶의 가능성이 아닐까.

그 '별빛' 만이 우리가 우리의 삶에서 행여 길을 잃더라도,

다시 살아가야 할 용기와 힘이 되어줄 것이다.

우리의 인생은 그래서 늘 비극이 아니며

완전한 해피엔딩도 아닐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행복해지기 위한 길을 알고 있다.

그 길을 잘 갈고 닦아서 좀 더 빛나는 하루가 될 수 있기를,

작가는, 소설 속 인물들은 함께 바래준다.

내 앞에 놓인, 내 인생의 '별빛' 은 무엇일까

마지막으로 책장을 덮으며, 스스로에게 질문해본다.

이 땅의 정령을 보지 않더라도 수백만 개의 식물들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오드리는 널 레이븐의 정령이 낳은 자식으로 기정사실화하면서 너의 탄생을 기적으로 만들려고 했지.사실 넌 그보다 훨씬 더 굉장한 기적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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