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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묘약
성지혜 지음 / 문이당 / 2022년 7월
평점 :
책을 읽고나니 인기 드라마를 본 기분이다. 얽히고설킨 인간들의 삶과 그들의 관계를 책 한권에 엮어낸 작가가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등장인물들의 세밀한 감정 표현과 독특한 인물 구도 역시 이 책에서 맛볼 수 있는 묘미 중 하나이다.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 가운데 유독 채희라는 아이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이수인의 딸이지만 오홍자의 친딸인 채희. 즉 채희는 사생아이자 불륜의 씨앗이다. 친구 준기 아빠를 처음 뵙는 자리에서 그의 이마에 뽀뽀를 하고 아빠라고 부르며 단둘이 쇼핑을 하는 채희의 당돌함에 나는 사실 당황스러웠다. 평범치 않은 그녀의 행동이 좋게만 보이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사생아인 채희를 키워준 엄마, 수인에게는 채희가 목에 걸린 가시라는 작가의 표현이 인상적이었다. 또 밀회를 즐기는 채희와 준기를 성냥갑 속에 갇힌 성냥개비라고 표현하면서 둘의 육체적 사랑을 성냥개비가 불꽃으로 타올랐다고 묘사한 부분 역시 인상 깊게 남았다.
수인의 배다른 네명의 딸들이 성장해 나가는 것을 유심히 보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한 어머니 밑에서 자랐지만 각기 다른 성격과 눈에 띄는 성품을 가진 그녀들이 갖는 사랑의 색깔 역시 고유의 영역이 있다는 것을 느끼며 재미있게 책을 읽었다. 또 풋풋한 청춘들이 시간이 흘러 노련미를 가진 어른으로 성장한 부분을 읽으며 등장인물 각각이 가진 사랑의 방식을 보는 것도 하나의 볼거리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에 대한 '사랑'이란 것이 십수년이 지나도 한 사람의 가슴에 그리고 인생에 남아있다는 것이 새삼 신기하다. 솜사탕처럼 달콤하기만 할 것 같은 '사랑'이라는 것이 우리의 삶을 풍요롭게 하지만 때로는 멀쩡한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고 좌절시키며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는 양날의 검같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여러 사람들의 얼굴만큼이나 서로 다른 방식의 고혹적인 사랑의 이야기가 담긴 이 책을 추천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