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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즈 앤 올
카미유 드 안젤리스 지음, 노진선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6월
평점 :
책표지에 햇빛을 받으면 눈부시게 빛날 것 같은 은빛 머릿결과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에메랄드 눈동자의 매혹적인 그녀가 이 책의 주인공인 매런이자 사람을 먹는 소녀라고 생각하니 역시 눈에 보이는 것은 내가 아는 모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일깨워주는 그림이다.
이 책에는 열여섯살 소녀, 매런의 평범하지 않은 삶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식품으로 달랠 수 있는 허기와 보통 사람이라면 받아들일 수 없는 또 하나의 허기를 가진 식인자 매런. 두번째 허기는 매런의 내면에서 때를 기다린다고 하니 어찌보면 인내심이 꽤나 있는 모양이다. 매런의 어린 시절, 귀가한 엄마가 딸의 입속에서 보모의 시체 일부를 발견했다는 부분을 읽고 오싹했다. 하지만 어린 아이가 성인을 먹는다는 상상이 좀처럼 잘 되지 않았다. 참고 참았던 매런의 엄마는 딸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은 마음과 딸에게 자신도 잡아먹힐 수 있다는 두려움 등의 복잡한 감정을 안고 떠나버린다. 내가 매런의 엄마였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가늠이 되지 않았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될 수 있어. 2300페이지를 읽는 동안 보통 사람의 고민을 공유할 수 있다고."라고 말하며 나는 책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매런의 말이 인상깊었다. 이 말을 통해 주인공 매런 내면에는 지금의 모습이 아닌 평범한 사람으로 살고자 하는 욕망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책을 읽으며 타인의 삶으로 잠시나마 살고싶다는 그녀의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이 갔다. 설리아저씨와 리의 얽히고 설킨 관계 속에서 씩씩하게 친부를 찾는 매런의 용기에 감탄했다. 열여섯살의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커다란 진실이 담겨있는 이 책을 읽으며 나는 십대로 돌아간 듯 했다.
앞으로 이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가 상영될 예정이라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매런이 느꼈던 냄새와 향기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했을지 무척 기대가 된다. 아니 뭐든 기대하면 실망하기 마련이니 영화 감독과 배우가 관람객들이 놀랄만큼의 후각을 자극하는 영화를 제작하길 바란다. 독자들도 이 책을 읽으며 잠시 식인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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