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분홍 코 길고양이 레기 ㅣ 반짝반짝 빛나는 아홉살 가치동화 10
정명섭 지음, 류주영 그림 / 니케주니어 / 2022년 6월
평점 :

이번에 읽은 책은 니케주니어 출판사의 <분홍 코 길고양이 레기>이다. 책표지에 쓰레기더미 속의 분홍 코를 가진 갈색고양이의 표정이 어딘가 어둡다. 야생이나 가정집이 아닌 버려진 고양이라는 느낌이 강렬하다. 깨끗하고 안락한 곳이 아닌 더럽고 불쾌한 냄새가 나는 곳에서도 살고자 발버둥치는 것 같아서 대견하기도 하지만 안쓰럽고 불쌍하다는 생각이 앞선다.
사실 나는 20대에는 동물원에 가는 것을 좋아했다. 여러 모양의 각기 다른 특색을 가진 동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어서 편했다. 그 뿐만 아니라 가만히 수많은 동물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조물주의 놀라운 솜씨에 감탄을 금치 못 했다. 특히 얼룩말의 줄무늬가 가장 신기했다. 이렇게 동물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하는 나지만 반려동물을 집에서 키우는 것에는 그리 호의적이지 않다. 하나부터 열까지 내가 해야할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에 비해 느끼는 행복감이 적기 때문이랄까?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 우진이의 마음이 십분 이해되었다.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키웠던 샴고양이를 책임지지 못했던 우진이의 모습이 비단 그만의 행동이 아닐 것 이다. 나도 예전에 손이 덜간다는 달팽이를 키운적이 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신경쓸 것이 많아서 한달도 못되어 다른 집에 보냈적이 있다. 이 책을 읽고보니 달팽이의 책임감이라는 무게를 우진이처럼 나도 가볍게 생각했던 것은 아닐까?
그에 비해 우진이의 짝궁 도아는 야무진 아이이다. 집에서 돌보는 고양이만해도 일곱마리라고 하니 어린 나이지만 그녀가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사람이나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그에 따른 책임감이 꼭 필요하다. 이 책은 현실감있게 어린이 독자들에게 그것을 잘 전달하고 있다. 길에서 우연히 만난 아기 고양이를 우진이가 이번에는 책임감있게 잘 돌볼 수 있을까? 어느 날 문득 나에게 혹은 우리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도 있는 길고양이와의 만남과 관계, 그에 따른 책임감을 이 책을 읽고 생각해보았다. 나에게는 뜻깊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