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 수업 때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란 시로 처음 만난 다니카와 슌타로. 아마도 2012년, 홍대입구역 서점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다가 이 시집을 샀다. 그리고 2014년이 되어서야 드디어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다.구석구석 일그러진 시집이, 이십억 광년의 고독이 정말 내 것이 되었다는 생각.해설에 나온 내용 중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어서 옮겨 적었다. 다니카와 슌타로 시세계의 완벽한 설명 같다.그의 시의 결말은 이렇게 인생을 유쾌하게 표현하곤 한다. 유치원생 정도의 아이들이 읽어도 기분 좋게 읽을 수 있으나, 읽는 이에 따라서 다른 의미를 얻을 수 있다. 그가 겨냥하는 것은 단지 신선함이 아니다. 괴테가 ˝아이들이 읽으면 동요가 되고, 젊은이가 읽으면 철학이 되고, 늙은이가 읽으면 인생이 되는 그런 시가 좋은 시˝라고 했듯이 다니카와 슌타로의 시에는 동요와 철학과 인생이 있다.
청춘의 문장들보다 지지 않는다는 말이 더 매력적으로 읽히는 건 내 청춘이 이미 지나가고 있거나 지나갔기 때문인가 보다.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도 흥미롭게 읽었는데, 소설가가 되려면 달리기라도 시작해야 할까! 관념이 아니라 정말로, 읽으면서, 웃고 울었던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