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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 이후의 세계
김정희원 지음 / 창비 / 2022년 7월
평점 :
공정은 모두가 이득을 보는 상황이 되어야 하는데 요즘 사람들이 주장하는 공정은 모두 함께 별로인 것을 당해야 한다는 의미가 강합니다. 과거에 무엇인가에 의해 고통받았으니 그것을 경험하는 다른 사람들도 똑같은 경험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바로 그것입니다. 사실 저 또한 예전에는 모두가 다 함께 고통받는다는 것을 공정한 것으로 여겼고, 지금은 그것이 옳지 않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작가 소개에서도 알 수 있듯 누구도 낙오되지 않는 세계를 공정한 것이라고 알 수 있습니다. 조직 구조와 소통, 권력 격차, 조직 공정성, 대안적 조직 운동, 노동과 번아웃을 전공으로 책에서도 그에 대해 다루고 있었습니다.
공정이라는 사회는 공평하고 올바른 사회를 이루기 위함이었는데, 이 말이 어떻게 변질되었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홍성수 교수님의 말처럼 허울뿐인 공정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 책입니다.
1부는 공정이 해체된 현재 상황에 대해 다루고 있으며 2부는 다시 쓰는 정의론으로 어떻게 올바른 공정을 이룰 수 있는지에 대해 그 과정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들을 차별하고 무시하게 만들고, 승자와 낙오자에게 보란 듯이 번호표를 붙이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속삭이는 우리 머릿속의 그림자를 걷어내자.
공정 이후의 세계,7p
아무리 공정하게 대하려고 노력해도, 자신의 마음에서 그리고 주변에서 타인을 재단하려 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 그 생각이 정말 맞는지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려해봐야겠습니다.
남성 100만원과 여성 64만원의 간격은 너무나 멀지 않은가? 그런데도 남녀 간의 임금격차는 '공정'한가?
공정 이후의 세계,85p
공정이라고 하면 성별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남성들은 군대에 간다는 이유로 여성과 남성이 평등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말 평등하지 않는 것은 위와 같은 임금 격차에서도 드러납니다.
부당한 노동 강도, 상명하복을 강요하는 직장 문화, 인격적 존중을 보장하지 않는 서열화된 관계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번아웃을 악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공정 이후의 세계,121p
서울대 청소 노동자의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현재 조직 문화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현대인이 회사에서 겪는 번아웃 증상을 그와 연관지어 새롭게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 보통 번아웃을 겪는다고 하면 자신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기 마련이었는데, 회사에서 적절한 대우를 받지 못해서 생긴다는 것입니다.
정의로운 조직은 가능하다. 우리는 그런 조직을 가질 자격이 있다. 일터에서 정의를 요구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고, 장애물이 있더라도 끝까지 연대의 힘을 믿자.
공정 이후의 세계,211p
정의로운 조직과 사회를 위해서 연대의 힘을 언급합니다. 한 사람의 힘보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면 더 큰 힘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가 살고 있으면서 보이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납니다. 공정해 보였는데 실상을 알고 보니 불공정한 내면이 숨어 있습니다. 이렇게 불공정함을 안고 있는 공정함이라는 껍질에 평소 알고 있던 사실과 다른 것이 많았습니다.
특히 인천국제공항의 정규직 전환은 5년이라는 오랜 시간동안 비정규직을 유지했던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에 대해 놀랐습니다. 정규직을 찾기 힘든 현재 상황과 맞물려 비정규직이던 사람들의 처지에도 공감되었습니다.
공정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모두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이해관계 속에 있다는 것 또한 알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이득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받는 조그만 이익조차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진정한 공정을 위해서는 타인이 이득을 얻을 때 그에 대한 이유 또한 함께 생각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