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끝의 온실
김초엽 지음 / 자이언트북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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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온실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연상되는 단어들이 있다. 따듯함, 안전함, 안온함 같은 긍정적인 단어들 말이다. 하지만 종말을 향해 빠르게 달려가고 있는 김초엽의 소설 속 세상에서는 그 끝에 위치한 온실 또한 결코 안전하지 않다.


 ‘더스트의 확산으로 황폐해진 지구에서 힘겹게 생존한 인류가 모스바나라는 미지의 식물에서부터 과거를 되짚어가는 과정을 그린 <지구 끝의 온실>은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가공의 세계이나, 매일같이 종말의 시나리오가 펼쳐지는 지금 우리의 현실 세계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랜 시간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명체들을 안전하게 지켜주었던 온실효과가 지금은 우리의 숨통을 죄어오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변모한 현실을 보면, 한없이 안전한 이상세계로 여겨졌던 소설 속 온실이라는 작은 세계가 갈등과 반목의 현장이 되어 결국 마지막을 맞이하게 되는 상황이 마냥 가상의 것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워진다.


 기후 위기를 넘어 기후재앙에 도래한 현 사회에 대한 경각심에서 출발한 이 소설은, 디스토피아 세계에 도달하지 않기 위한 모두의 노력이 필요함을 환기하는 것은 물론 연대’와 '이해'의 중요성까지도 일깨워준다. 현대 사회에서는 각자도생, 적자생존이 자연의 절대적 진리인 것처럼 칭송되고는 하지만, 소설 속 인물들은 공동체의 파멸을 수없이 지켜봐 왔음에도 다른 이들과 더불어 살아감을 쉬이 포기하지 않으며 이어짐을 갈구한다. 소설 속 배경은 지금의 가혹한 현실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도, 종말을 잠시 유예하는 것조차 불가능한 세상이지만, 미래를 꿈꾸지 못하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도 사람들이 계속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은 연대와 관심, 진실한 애정이라는 걸 느낄 수 있다.


 지구 끝의 온실에서 탄생한, 동시에 소설 전반에 걸쳐 등장하는 모스바나라는 식물은 어두운 곳에서 푸른 빛을 만들어내는 발광체를 지닌 식물이다. 모스바나를 만들어낸 레이첼은 모스바나의 푸른 빛이 그저 무가치한 특성에 불과하다며 이를 삭제하려 했지만, 모스바나가 뿜어내는 푸른 빛이 아름답게 느껴진다는 지수의 한 마디에 그 특성을 제거하지 않기로 한다. 모스바나라는 식물을 가공해낸 레이첼은 자신을 영면, 곧 죽음에서 깨우고 삶에 대한 의지를 갖도록 만든 지수나 로봇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대화하는 어린아이를 제외하고는 그 어떤 사람들과도 교류하지 않으려 하고 그 어떤 관계도 거부하는 인물이다. 그러나 모스바나의 푸른빛을 아무 의미 없는 돌연변이의 일종이라고 보아 이를 삭제하려던 레이첼의 생각과는 달리 모스바나의 푸른빛은 모스바나를 한 번이라도 마주한 이들에게 경이로움을 안겨다 주었으며, 그렇게 뇌리에 새겨진 선명한 추억들이 사람들을 과거로 이끌고 가 진실을 직시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계기가 되어준다. 이처럼 모스바나를 통해 시작되고 끝맺어지는 한 권의 여정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모스바나의 푸른빛이 인간의 감정같은 존재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생존만이 삶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버린 삭막한 세상에서 이성적인 판단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가 되고, 인간의 감정은 그저 사치스러운 존재이자 이성적인 판단력을 막는 걸림돌처럼 평가되지만, 사실 감정이란 존재는 세상을 바꿀 변화의 시작이자 연대의 이유가 되어 인류의 존속이 가능해지도록 만든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하고 그를 돕고자 하는 마음, 그를 진실로 이해하고자 노력하는 마음에서부터 비롯되는 교류와 애정이 힘겨운 삶을 포기하고 낭떠러지에서 떨어지려는 이들을 멈춰 세워줄 강한 마찰력이 되어주고는 한다. 연대의 시작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공감, 때로는 안타까운 심정이나 동정 등의 감정에서부터 이루어질 때가 많다. 점차 각박해져 가는 세상 속에서 연대의 가치는 공정이나 객관, 이성이라는 압도적 가치아래 불필요하고 비이성적인 것으로 치부되어 평가절하되고는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내 곁의 인물들뿐 아니라 시대와 공간을 넘어 서로를 진실로 이해하게 되는 소설 속 인물들의 여정을 보고 있으면 사실은 불필요’, ‘무의미하다는 이유로 소거되어 온 수많은 가치에 진정한 행복과 희망이 있었던 건 아닐지 되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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