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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박동을 듣는 기술
얀 필립 젠드커 지음, 이은정 옮김 / 박하 / 2014년 7월
평점 :
절판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덮었을 때 오랜만에 가슴이 먹먹하고 찡한 울림을 느낄 수가 있었다. 첫장을 읽고 책의 1/3쯤을 읽었을때도 이 이야기가 어디로 흘러갈지 종잡을 수가 없었는데 마지막 1/3은 완전히 압도당한 채 책에 빠져들었다
지은이는 얀 필립 젠드거 라는 작가인데 다양한 이력을 가진 사람으로써 미얀마에서 특파원으로 일한 경험때문인지 너무도 생생하게 미얀마의 풍경과 사람들과 모습 그리고 미신까지 자세히 옮겨와서 나중에는 책을 읽을때 어디선가 미얀마 재래시장의 냄새마저 풍겨오는 느낌이었다 그만큼 책에 빠져들고 몰입할 수 있는 필력을 자랑하는데 이 책의 백미는 미얀마라는 신비스런 배경도 한 몫을 하고 있지만 신화와 같은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에 있다
수 많은 사랑이 있고 사랑없는 인생을 상상할 수도 없지만 사랑의 정도와 진실의 깊이는 많이 다를 것이다 여기 이 두 주인공 눈이 보이지 않지만 소리를 잘 들을 수 있어 심장박동을 듣는 기술을 터득한 청년 틴윈과 선천적으로 불구의 발을 가지고 태어나 걸을 수 없지만 누구보다 아름답고 현명한 미밍의 사랑은 인간의 사랑의 한계를 보여주면서 시간과 공간과 기다림 그리고 약속의 의미마저 무색하게 만드는 영혼이 깊이를 느끼게 해준다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 때문에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는 줄리아 윈이라는 딸이 4년전 갑자기 사라진 아버지를 찾아 미얀마로 떠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곳에서 딸은 아버지에 대한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그게 바로 아버지 틴윈과 미밍이라는 여자의 절절한 사랑의 이야기이다 아버지의 불행한 탄생에서부터 눈이 점점 멀게되고 다시 시력을 회복하게 되는 과정과 그 사이에 아버지에게 일어난 엄청난 변화들. 그에게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우바 라는 낮선 남자인데 책을 읽으면서 나도 자꾸 이 남자가 도데체 누구일까 자꾸만 궁금해졌다 제일 마지막에 밝혀지는 남자의 정체가 이 소설의 마지막 감동을 더 선사한다
이 책의 추천사에 있던 구절처럼 사랑의 의미가 점점 퇴색되어 가는 요즘 이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감동적인 서사였다 단 하나의 사랑으로 일생을 살아갈 힘을 얻고 어디에 있든지 함께 살아가며 사랑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이들의 사랑에 진심으로 감동했고 누구에게라도 추천하고 싶을만큼 재밌고 감동적이며 소설이 가질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있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좋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