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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들은 어디로 갔나
서영은 지음 / 해냄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읽기 전에 김동리작가의 연애스캔들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기때문에 글을 읽기전에 기사들을 먼저 찾아보고 대강의 사건을 이해한 후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이 서영은 작가의 자전적인 소설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때문이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우선 제목이 참 절묘하다는 생각이 든다 대작가의 연륜이 묻어나는 엄청 절묘한 제목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책을 덮고 나서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나이차이가 30살이나 나는 사람과의 사랑이 가능한 것인지 의심이 되기는 하지만 그것이 가능했던 사람의 자전적 소설이니 이것이 어쩌면 그냥 스캔들이나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던 유명인사의 연애담같은 찌라시 같은 이야기로 흘려버릴 그런 사건도 아니겠다 싶었다
24살에 처음 김동리 선생을 만나서 처음부터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는 작가는 사실 그 사랑이 시작되는 이야기보다는 마지막 결혼생활 3년동안의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는데 나도 결혼을 해보았지만 생활이 사랑을 이길 수 없다는 명제를 확인하는 사건과 시간들의 연속 그것을 잔잔히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보고싶고 같이 있고 싶어서 애태우던 연인은 없고 늙고 도둑이 자기 물건을 빼앗을까 전전긍긍하면서 신경을 곤두세우고 사는 늙은이를 발견하게 되었을때 젊은 청춘을 다 바치고 세상의 비웃음과 멸시를 견뎌가면서 오롯이 사랑하나는 지키고자 했던 여인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그냥 다른 사람의 남편이고 사회적으로 성공한 인사의 숨겨진 애인으로 지내면서 사랑의 감정을 키워오던 것과는 많이 달랐을 것이다 그냥 아름답게 포장된 이야기도 아니고 너무나 사실적으로 담담하게 쓰여져있는 자전적 소설이라서 더 슬픔이 아릿하게 다가오는 것 같다
이 이야기를 아무렇지도않게 담담하게 풀어놓는데 40년의 시간이 필요했다고 하니 이 심정을 알것도 같다
진짜 사랑이었지만 당당하게 남들앞에 나설 수 없었고 그래서 더 소중하고 감사하고 애틋했을 연애였지만 막상 부부로 함께한 3년동안의 시간은 사랑을 확인하는 시간이라기 보다는 저 신기루넘어에 있는 사람의 실체를 확인하는 처철한 시간이었음을 너무도 담담하고 담백하게 그려내고 있다
세번째부인으로 살아가는 30살 어린 젊은 부인으로써 그전부인들의 체취가 남아있는 집안에서 그것들과 하나씩 부대끼면서 하루하루 살아내는 일은 생각만해도 얼마나 상처가 되고 고단했을지 짐작이 가고도 남지만 그렇게라도 사랑하는 사람곁에 머물고 단 하나의 사랑을 지키고자한 주인공의 노력은 참 미련스러울만큼 대단하다
내 삶이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세상이 옳지 않다고 다 비난하고 멸시를 할지라도 지키고 싶은 그 사랑을 가졌다는 것도 그런 사람을 만나고 사랑하고 서로 열정을 나누었다는 것도 생각해보니 행운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사람을 가지지 못한 사람도 많이 있고 그런 사람을 만났더라도 여러 환경의 요인때문에 주변의 시선때문에 때로는 여러 조건들 때문에 포기하는 사람이 훨씬 많이 때문이다 요즘은 사랑도 하나의 신분상승의 도구가 되고 상업이 되고 하나의 기술이 되어 감정마저도 포장되는 시대에 이런 지고지순한 사랑의 이야기가 참 고결하게 다가온다 온 생애를 다 바쳐서 사랑했고 그래서 후회도 미련도 없을 사랑이었지만 40년이 지나고서야 담담히 고백할 수 있는 그런 뜨거운 사랑의 이야기 자전적 소설이어서 더 감동과 여운이 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