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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 살의 유서
김은주.세바스티앙 팔레티 지음, 문은실 옮김 / 씨앤아이북스 / 2013년 10월
평점 :
절판
마지막 책장을 다 덮고 난 지금 어떤 감동적인 소설을 읽었을때보다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낀다 소설도 아니고 모든 것이 실화라는 이 책의 맨 앞장에 있던 한 문장이 이제 섬뜩하게 느껴질 정도이다 인간이 얼마만큼의 의지와 신념과 능력을 가지고 있어야 이 모든 일들을 이겨낼 수 있을까? 이 책의 내용은 나의 상상력의 한계를 깨주었다
함경북도 은덕에 사는 은주는 아빠 엄마 언니와 단란하게 살고 있는 어린여자아이이다 하지만 1980년대를 강타한 대 기근이 시작되면서 아버지와 할아버지 그리고 할머니를 차례로 영양실조로 잃고 난다음에 집안의 모든 세간을 다 팔아치울 정도로 궁핍한 삶을 살다가 결국엔 북한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그리고 그후로 겪게되는 탈출의 과정과 다시 북한에 잡혀와서 겪게되는 일련의 고문들 중국에서 어느 남자에게 팔려가 고통스럽게 살게되는 이야기 그리고 중국의 대도시에 적응하며 살아가면서도 자유를 꿈꾸고 자유로운 신분으로 살아가기를 희망하면서 끝까지 도전하며 포기하지 않는 주인공과 그의 엄마 언니 그들의 이야기는 남한 사람이 아니라도 누구나 인간이라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는 이야기였다
나또한 북한과 통일을 한다면 그 비용을 누가 감당할 것이며 통일과정에서의 진통과 사회적 비용이나 야기될 문제들 때문에 통일이 되기는 되어야 하지만 우리세대에서 꼭 통일을 해야하는 하는 알팍한 기회주의적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지금으로써도 충분히 안정적인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나서 통일의 문제는 어떤 방법과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꼭 이루어내야하는 인도적인 문제임을 깨달았다
후원단체를 통해서 동남아 아이에게 매달 후원금을 보낸지 이제 8년째가 되어간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내가 돈을 벌기 시작하면서 같이 시작한 일이었다 불쌍하고 힘없고 굶주림에 허덕이는 아이들이 그저 안되어서 시작했던 일이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우리 같은 동포가 더 폐쇄적인 나라에서 그들이 고통받고 어떤 상태에 있는 줄도 모르면서 그렇게 서서히 죽어가고 있다는 것이 너무 가슴이 아팠다
정작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김일성이 김정일이 세상의 신인것 마냥 알고 사는 주체사상에 물든 불쌍한 인민들이 아무 이유도 없이 배고픔과 굼주림에 아사직전까지 내몰리고 있는 상황을 이 책을 통해서 생생하게 알게되었다
애써 관심을 가지지 않았으면 전혀 알지 못했을 이런 문제에 대해서 이제부터라도 관심을 가지고 북한에서 왔다고 하면 왠지 삐딱한 시선을 봤던 것도 이제는 다시 생각해봐야겠다 사람으로써 겪을 수 없는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도 자유와 약속의 땅으로 온 이들을 환영해주지는 못할망정 이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고 잘 살 수 있도록 따가운 시선은 거두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