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엘 마이어로위츠 Joel Meyerowitz 열화당 사진문고 26
콜린 웨스터벡 지음, 신가현 옮김, 조엘 마이어로위츠 사진 / 열화당 / 200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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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 마이어로위츠>-조엘 마이어로위츠

 

작년 연말에, 나는 어느 분한테서 한권의 책을 선물로 받았다. 그 책의 제목은 <철학카페에서 시 읽기>이다. 평소에 시를 읽지 않는 나에게 이 책은 여간 부담스러웠다. 그리고 책의 분량도 생각보다 많아서, ‘그냥 한쪽 구석에 치워둘까?’ 라는 생각이 맨 먼저 떠올랐다. 하지만 ‘선물로 받은 거니까, 읽어나 보자’라는 마음을 먹으면서, 한 페이지 씩 읽어 나갔다.

 

첫 장의 주제는 ‘시란 무엇인가?’ 이다. 이 저자는 시는 ‘상징’ 과 ‘비유’로 이루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즉 시인이 어떤 것을 바라보면서 받았던 생각 및 느낌 등을 단어들로 표현한 것이 ‘상징’이고, 시인이 받았던 감정 및 생각을 독자에게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비유’라는 것이다.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시인은 독자들에게 ‘자신만의 시각으로 본 것’을 말하고 있다. 그러면서 독자는 ‘시’를 통해서 시인의 시각으로 본(독자가 생각해보지 못한 것) 것들을 볼 수가 있으며,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시’ 라는 것이다.

 

이러한 시의 모습은 ‘사진’과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한 장의 사진에는 사진 작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즉 사진은 ‘소리 없는 아우성’처럼 자신의 이야기를 온몸으로 말하고 있다. 시인이 단어들을 사용하면서 ‘비유’와 ‘상징’라는 도구를 써서 목소리를 내듯이, 사진 작가도 피사체들을 이용하면서 ‘비유’와 ‘상징’라는 도구를 써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를 읽은 독자처럼, 사진을 본 사람도 ‘작가의 시각으로 본 세상’을 보고, 깨닫고, 생각을 다시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받는 것이다.

 

이번에 본 사진집은 조엘 마이어로위츠의 사진집이다. 이 사진 작가의 사진은 ‘비유’와 ‘상징’이 잘 표현이 되어있다. 우선 조엘 마이어로위츠에 대한 간략한 소개를 하고, 그다음에 그가 찍은 작품을 살펴 볼 것이다. 조엘 마이어로위츠(1938-)는 로버트 프랭크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전통을 이어받아, 뉴욕의 거리에서 생동감 넘치는 사진을 찍었다. 우연히 벌어지는 사건들을 포착한 그의 사진은 삶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유머를 지니고 있다. 그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주제를 컬러 사진에 담아냈는데, 건축과 빛, 공간과 같은 주제를 유려한 색채감각으로 표현하여 이 분야에 선구적인 업적을 남겼다. 서정적이고 섬세한 색채를 띠는 그의 컬러 사진들은, 과거 상업적 성향의 한계를 뛰어넘어 예술적 가치를 충분히 입증해 냈다.

 

다음으로는 그의 사진들 중에서 인상적인 몇 장을 추려서 보도록 하겠다.

p55

스페인, 1966. 한 노인이 놀고 있는 아이들을 지쳐보고 있다. 이제 막 청소년기를 벗어난 듯한 젊은 청년은 앞쪽을 향해 걸어오고 있는 있다. 어른들의 세계를 기대했지만 실망이라도 한 듯, 그는 침울한 표정으로 걷고 있다. 아무런 관계가 없어 보이는 사건들도 함께 모이면 새로운 의미, 신선한 견해를 만들어낸다.

p70

터키,1967. 삶은 우리에게 애정이 가득한 순간을 선사하기도 한다. 다리가 없는 장애인이 손을 씻을 수 있도록, 한 아이가 조심스럽게 물을 따르고 있었다. 이 아이는 예의를 갖추고 주의를 집중하기 위해서 몸을 한껏 굽히지만, 노인은 대수롭지 않은 듯이 아이의 대접을 받고 있다. 한편, 사진의 왼편으로 카메라를 목에 건 사내가 걸어가고 있다. 그도 나처럼 이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나는 이 사진을 찍었지만 그 남자는 못 찍었다는 것이다.

p86

뉴욕,1968. 추측하건대 이 두 남녀는 장난을 치는 듯이 보인다. 왜냐하면 두 사람 모두 환하게 웃고 있기 때문이다. 남자는 여인에게 간청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청혼을 하는 것일까. 그러나 여자는 남자의 부탁을 거절하는 몸짓을 취한다. 두 사람 모두 젊고 명랑하다. 이 장면에서 심각해 보이는 유일한 사람은 그들 곁을 지나가는 행인이다.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이 노인은 결혼이 결코 장난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p92

대초원, 1971. 구부정한 어깨, 공허함, 고독감, 해질 무렵의 음산한 날씨. 나에게 이 사진은 불안한 시기의 미국인을 표상한다. 국가는 국민의 동의를 언지 못한 전쟁이라는 수렁 속에 빠졌지만, 계속 밀고 나갔다. 누군가가 “당신의 낡은 자동차는 잘 갑니까”라고 묻자, 차가 폐차 직전의 고물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네, 잘 갑니다”라고 대답하듯이 말이다.

 

 

우연한 상황에서 ‘자신만의 목소리’를 내는 것. 이것이 이 사진작가의 특징이다. 이와 반대로 지금 나의 사진은 목소리가 없다. 개그맨들의 개인기로써 ‘성대모사’를 하듯이, 나의 사진도 ‘나만의 목소리’가 없다. 아~아~ 나만의 시각과 목소리를 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되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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