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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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군대의 장군-이스마일 카다레

 

장군은 알바니아로 간다. 20년 전, 당시 적지였던 알바니아로 가서, 그곳에서 죽은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발굴해서 본국으로 이송하는 임무를 맡았다. 알바니아에 도착하자, 장군은 전사자 신상 목록에 의지해, 과묵한 신부를 유일한 동반자로 삼고 인부들과 함께 묏자리를 찾으며 유해를 발굴해 나간다. 장군이 알바니라 국토를 전전하면서 죽은 자국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작업은 일종의 자기 정체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패자의 복수심과 과거를 다시 쓰고자 하는 비장한 바람을 품은채, 장군은 가파른 사간지대와 황량한 평야에서 비와 안개와 추위는 물론 거치고 무뚝뚝한 알바니아인들의 원한 어린 눈길과 맞서며 과업을 완수해 간다. 그러나 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추악하고 부조리한 전개의 진실이다. 전쟁 중에 탈영하여 알바니아인의 머슴으로 일했던 자국 군인의 일기장을 입수하고, 카페 주인으로부터 도시에 들어섰던 갈봇집과 관련된 이야기를 듣게 되며, 최종적으로 어느 결혼식에서 만난 한 노파를 통해 자국 국민 모두의 존경을 Z대령이 전쟁 당시 비열한 악행을 저지른 장본인이었음이 밝혀지자, 장군은 자신의 임무에 대해 품고 있던 환상에서 완전히 깨어난다. 긍지에 찬 열정이 사그라지고 임무의 의미가 상실되는 순간 오만했던 장군의 정신세계는 와해되고 만다.

 

p149

장군이 이렇게 설명하자 신부가 받아쳤다.

“알바니아인들은 그들에게 닥친 위험을 늘 과장하곤 합니다.”

“한데 한 가지 납득이 안가는 게 있어요. 일단 우리가 항복하고 나자 우리한테 악착스럽게 굴지 않았거든요. 오히려 반대 였죠. 전시의 동맹국들이 우리 쪽 사람들을 보는 족족 사살할 때 불쌍한 우리 군인들을 보호해 주었습니다. 신부님도 기억하시죠?”

“물론입니다.”

“알바니아에 머물었던 우리군대의 처량한 결말입니다.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무기와 계급장과 메달을 소지한 그들이 하인이 되고, 막노동꾼이 되고, 농가의 머슴이 되다니······· 그들이 했다는 그 일, 생각만 해도 얼굴이 달아 오릅니다. 생각나십니까? 어떤 대령은 알바니아 가정에 들어가 속옷을 빨고 양말을 뜨기도 했다지 않습니까!”

 

역사를 통해서 보면, 다른 민족을 없애기 위해기 전쟁을 하는 모습을 보면 꼭 한마디를 한다. 지금 무력을 쓰는 행위는 단순히 피부림 부리는 것이 아니라 투철한 사명감을 가지고한 것이라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 책의 저자인 이스마일 카다레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을 침략하는 행위인 폭력 및 전쟁은 어떠한 경우에서도 숭고한 목적이 없다는 것이다. 즉, ‘전쟁은 부질없는 행위’라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이 소설 속 장군은 알바니아로 가기 전에는 알바니아에게 전쟁 패배를 해서 그에 대한 적계심을 품고 있었다. 그렇지만 알바니아로 가서 유해 발굴 작업을 하면서 그 당시 자국의 군인들이 한 행위들을 들으면서, 장군이 여기 오기 전부터 간직한 죽은 군인들의 이미지가 조금씩 깨지고 있었다.

 

우리 주변에도 일본 침략으로 인해 고통을 받았던 사람들이 있다. 과거 일본 식민지를 겪었던 사람들은 지금도 일본에게 배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지만, 이들은 시위자들의 목소리를 외면한다. 특히, 그들은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우리들이 강제적으로 정신대, 위안부로 이끈 것이 아니라, 너희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 자발적으로 들어 온 것이 아니냐,” 라고 말하고 있다. 일본 정치인들 중 일부가 이러한 말을 발언하고 있는데, 과연 그들은 모르는 것일까? 지금까지 일본으로 인해서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생존하고 있는데, 이미 역사에도 그들의 행동들을 기록했는데, 정녕 이들은 모른다는 말인가?

 

최소한 소설 속의 장군처럼 다른 국가들로 가서 자국 군인들이 했던 치부들 보아야 하지 않는가. 과거에 어떻게 했던 모습들의 똑똑히 보아야 하고, 최소한 지금까지 생존하신 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려야 하지 않는가? 한일 협정문에서 이미 보상을 다했다고 주장하는 일본의 뻔뻔함에 이 책을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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