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안드레아스 헤르만.발터 브레너.루퍼트 슈타들러 지음, 장용원 옮김 / 한빛비즈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앞으로도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배우고 싶지 않은게 운전이고 따고 싶지 않은 게 운전면허증이다. 첫째, 술술술 노래부르는 애주가라 대리운전 할것이 뻔하니 굳이 차가 필요없고, 둘째 내가 운전을 안하는게 여럿 살리는 길이다. 쫄보답게 느릿느릿 가다가 속터져 죽는 뒷차들이 속출할 것이고 학교 운동장에서 운전 연습하다 (아니 가만 있는) 축구 골대를 (대체 왜?ㅎㅎ) 들이받은 후 장롱면허라 무사고이신 (그래놓고 무사고에 방점을 찍으시는) 여사님의 딸이니 그 유전자가 어디갈까 싶다. 아마 나 자신을 포함한 도로에서 마주치는 모든 운전자가 데스노트에 적힐 예상 피해자일게 뻔하다. 그런 내가 왜 자율주행이냐고? 그렇기 때문에 자율주행이다.

SF영화들의 많은 볼거리 중 하나가 영화가 설정한 시대와 미래의 모습들이다. 한 예로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보면 범죄를 예측하는 시스템과 직접 호객을 하는 전광판, 로켓 엔진 배낭을 메고 날아다니는 사람들도 있다. 그중 내 호기심을 자극한 장면은 건물 외벽에 주차된 자동차, 자율 주행하는 자동차와 도로였다. 기계치에 쫄보라 큰 전환점이 없다면 이제껏 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하지 않을 내가 꿈꾸는 장면이었다. 자율 운행! 오오 그야말로 멋진 신세계가 아닌가

요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한결같이 삶이 편해지지만 과거 산업혁명들로 인해 대규모 실업이 발생했듯 어떤 직업군은 위험하고, 어떤 직업군은 살아남을 거라고 겁을 잔뜩주면서 정작 해결책이나 논의들은 빠져 있어 공포심마저 자아낸다.

그런데 이 책은 매일 업그레이드 되는 기술로 완벽한 완성단계는 아니지만 4차 산업혁명을 과거로 거슬러올라가 실마리를 제공한다. 컨베이어 벨트 시스템에 기반을 둔 포드주의적 생산방식 부터 그로 인한 비약적인 생산성 향상과 석유로 인한 물질적 풍요를 거쳐 4차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하는 건 바로 빅데이터이며, 그 생존의 중심에 '자율주행'이라는 창의력에 대해 이야기하는 전문적인 책이다.

음주운전, 운던 중 스마트폰, 교통사고 등의 인간이 내는 사고에는 관대하면서 (AI의 반란 같은 SF를 보듯) 기계에 대한 신뢰는 개선되지 않는지와 자율주행으로 인해 교통체증, 대기오염, 시간활용 등의 긍정적 시스템도 이야기 한다. 물론 그에 대한 특정 직업군의 종말과 더불어 새롭게 생겨날 직업군, 운전하던 시간에 새로운 여가와 휴식, 업무처리 뿐 아니라 자율주행으로 인해 속도를 즐기는 운전자들과 서로 시간적 여유가 없어 차에서나마 대화를 나누는 가족이나 인간관계의 건조함을 야기시키지 않을까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함께 담고 있다. 신기하게 운전도 못하는 내가 못알아먹는 문장이 없을만큼 쉽고 예시들이 많아 누구나 쉽게 읽히는 책이다. 게다가 각 챕터의 마지막장에 요약은 스마트하게 잘 정리되어 있다.

자동차는 1885년 벤츠가 발명한 이후 100년이 넘는 역사를 거치는 동안 가장 근본적인 변화에 직면한 시기가 바로 지금이 아닐까 싶다. 자동차는 이제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다. 빅데이터화된 자율주행은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인 사건을 일으킬 다가올 미래이자 세탁기와 엘리베이터만큼 당연한 일상이 될지도 모른다. 아마 그땐 책의 서평을 쓰듯 자율주행차 1년 이용권 같은 걸 받아 후기를 쓰고 있거나 운전석이 사라질 자율주행차 공모전 같은 곳에 (비록 똥손으로 그리겠지만) 이야기가 담긴 따뜻한 디자인을 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