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운 여름 시원한 화채에 동동 뜬 얼음과 수박만으로도 행복해하며 웃는 아이였던 우리는 왜 어른이 되어서 행복에의 재능이 고갈되고 불행을 빚는 일이 많아졌을까. 많이 가진 것을 행복이라 여기면서 왜 가진것들을 행복으로 전환시키지 못했을까.우리는 행복을 꿈꿀 권리와 함께 행복할 의무도 있다. 다만 많은 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 불행을 회피하는 데 시간과 돈을 다 써버려서 정작 행복을 위한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순간 불능에 빠진다. 현실과 욕망 사이의 균형잡기에 실패하는 매일매일이 쌓여 삶 전체가 불행하다 울먹인다.동화속 해피엔딩처럼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디폴트라 여기고 '무조건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과 행복을 강요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진정한 행복은 행복을 욕망하는 마음과 강요가 아닌 '자신만의 행복'이 무엇인지 알고 행복해지는 법을 아는 것이다. 행복의 모양은 사람마다 다르고 누구에게나 저마다의 몫이 있듯 각자의 방법도 있다.호주의 시인 에린 헨슨은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눈물 젖은 베개를 가지고 있다"라고 했던 것처럼 행복은 조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찰나를 포착하고 향유하는 능력의 문제이다. 일상의 반복을 권태와 지루함이 아닌 기쁨의 리듬으로 느끼며 평범한 날들에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행복해서 웃는게 아니라 웃으면 더 행복해진다는 보편적 진리를 되새기면서, 행복할 권리가 있듯 행복을 정복하기 위해 노력이라는 기술을 연마해야 한다. 불행하다는 생각으로 고통 당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는다. 그 노력의 방법 중 가장 빠른 방법이 독서이고 그런 책들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라고 이야기 하고 싶다.행복을 많이 가진 것이라 착각하고 다른 누군가의 몫까지 취해 '함께'가 아닌 나만 웃는 삶은 행복의 실체가 아니다. 사치와 환상이라는 포장에 불과하고 병든 구석이 있을지도 모른다. 내 몫이라 여기고 누리는 행복은 온전한 나만의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수고와 불행에 빚진 바가 있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평화와 안녕의 영향을 받기에 혼자 희희낙락할 수 없다. 우리는 행복에 대한 정의부터 다시 새워야 하지 않을까? 물질적 형편의 문제가 아니라 사소한 것들 속에서 느끼고 향유하는 능력에 깃드는 그 무엇을... 작가의 시골에서의 삶이 어린 시절 부끄럽게 여기던 나의 추억을 소환해 왔다. 왜 행복한 순간은 지나고 나서야 알게 되는 것일까? 도시에서 태어나 자랐다면 몰랐을 시골에서의 어린 시절 향수가 나를 병든 사자처럼 책을 읽게 했는지 모르겠다. 산책을 하고 나무에 올라 낮잠을 자고 책을 읽던 그때가 그립기도 하지만 지금 누리는 도시에서의 혜택 또한 버리지 못하니 아직 욕망에 충실하고 가진 것에 비해 더 많이 갖길 원하는 그런 삶을 살고 있다. 이사를 갈 때가 되면 얼마나 많은 물건을 가지고 있는지 실감한다고 하듯이 물건들에 휘둘리지 않으려고 비우기 위해 책을 읽지만 종이책이라는 물성이 주는 행복감을 포기하지 못해 집이라는 공간이 책과 물건들로 가득차 마음에 들었다 안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책만큼은 비움의 목록에서 예외로 두고 싶다.작가가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을 시작으로 짧아서 아쉬운 가을, 여름의 석양과 봄의 달콤함을 더 여름답고 더 달콤하게 만들어줄 고독의 겨울, 고독 속에 유폐되었던 겨울을 지나 다시 살아 봐야겠다고 다짐하는 봄의 사계를 읽으니 장석주 시인이 전하는 '계절의 맛'을 음미하는 것도 소소한 행복의 하나라 생각된다.독서와 종이책 읽기에의 권유가 참으로 좋았고 겹치는 독서 목록이 나오면 그것 자체만으로도 소소한 행복이었다. 누군가의 고독의 피로 쓴 글들을 (비록 깊이에의 차이는 있지만 작가님과 같은 책을 읽었다는 행위와 그 책을 소유했다는 물성에 만족하며) 오독오독 씹어먹던 순간들이 또 한번 만족스러웠다.어떤 것이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끼는 안정성의 감정이 모든 것을 사랑하고 행복을 느끼게 한다. 누군가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게 아니라 나의 행복이 누군가와의 사랑을 가져온다.나의 행복 목록은 뭘까 하나씩 꺼내보는 것도 좋겠다. 그러다보면 찌는 듯한 땡볕도, 장마철의 습기도 짜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아니라 여름이라는 계절의 맛과 추억으로 기억될 행복 한 스푼의 재료가 될테니까. 우리는 모두 어머니의 자궁 속 어둠을 뚫고 나온 행복이란 움을 틔울 새싹들이다.작가가 무릎을 친 "행복은 기쁨의 강도가 아니라 빈도다"라는 말처럼 이런 소소한 행복들을 읽고 나면 가만 앉아 있을 수 없다. 여유가 된다면 작가처럼 물, 책, 김밥 한 줄, 자두 한 알을 챙겨 산책을 나가도 좋을 것 같다. 일단 신발끈부터 동여매고 걸어보자 싶어 아홉산숲을 다녀왔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눈이 부시게 아름답다는 말에 공감하면서 얼마전 시상식을 장식했던 김혜자 배우님의 대사로 마무리 하고 싶다. 우리 모두 눈이 부시게 행복하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