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은 끝났다 - 우리 삶에서 가장 중요한 곳, 다시 집을 생각한다
김수현 지음 / 오월의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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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2011년 7월에 출간되었으니 6년이 넘은 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부동산 시장의 현황과 정책에 관한 그 어떤 책보다 낫다. 폭넓은 연구,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배려, 정책결정 담당자로의 고뇌 등을 통해 정제된 견해가 담겨있다. 저자가 사회수석으로 일하고 있는 문재인 정부가 현재의 부동산 문제를 잘 해결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의 주택정책에 좋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기대된다.


저자는 먼저 주택시장 통계와 국제비교를 통해 우리의 상황을 보여준다. 그리고 조세제도을 포함한 주택 관련 정책이 오늘날과 같은 모습을 갖춘 과정을 보여준다. 주택시장과 정책은 path dependent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정책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역사를 알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과거 주택정책을 평가하며 저자는 상대적으로 후한 점수를 부여한다. 노태우 정권 이후 진보와 보수 모두 주택시장 안정을 위해 꾸준히 공급과 수요를 관리해온 점을 평가하고 있다. 특히 저자에 당연하게 예상되지만 노무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은 글로벌 추이와 국내 경제상황 변화를 고려할 때 결코 실패한 정책이 아니었다고 강변한다. 솔직히 부동산 관련 통계를 살펴보면 저자의 평가에 동의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사후적으로 볼 때 좀 더 과감한 정책이 바람직했다는 아쉬움은 있는게 사실이다.


저자는 영국, 독일, 일본, 싱가포르, 미국, 북유럽 등 여러 선진국의 현황을 소개하면서 "자가소유 - 공공임대 - 민간임대"의 주택구조와 정부정책이 다양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남의 떡"을 부러워하기 보다는 우리에 맞는 시장을 차분히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선진국 혹은 복지국가들의 주택정책에서 배울 것은 있되, 어느 하나의 모델을 최선이라고 고집해서는 안된다. 보유세 금융규제 분양가 공공임대주택 세입자 보호 그 어느 하나가 '종결자'가 될 수는 없다. 진보적 주택정책에 '한방'은 없는 것이다. 이 점을 인정한다면 좀 더 겸손하게 좀 더 조심스럽게 한국의 진보 주택정책을 함께 만들 일이다. 환상 없는 우리의 목표를 정하고 그에 이르는 단계적이며 패키지화된 로드맵이 필요하다. 

저자는 책의 말미에서 우리나라 주택정책의 방향을 제시한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의 근간으로 보인다.


  1. 무엇보다 부동산 분야를 인위적인 경기부양책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2. 근대적인 주택시장 제도를 정챡시키자. 특히 임대등록, 투명한 조세 등이 필요하다.
  3. 저출산 고령화에 대응하여 임대사업자제도, 주택연금 활성화, 도시형생활주택 등을 정비해야 한다. 
  4. 기존 시가지 환경개선에 공공지원을 늘려 서민들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5. 부동산 정책이 세제, 공급정책, 금융정책이 일부 세력에 경도되지 않도록 중심을 잡아야 한다.


우리 집 창밖 너머에는 내부순환도로 주변을 중심으로 오래된 주택단지가 보인다. 주변의 아파트 숲에 둘러싸인 연립주택과 허름한 1층 단독주택들이다. 2년전 처음 이사와서 창밖을 내려다보며 작은 아이의 우울하다는 말에 우리보다 부자인 사람도 많고 부동산 대박의 꿈을 꾸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라 대답했었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거기에 살고 있는 사람들과 도시의 주택이 제공해야 하는 기능에 대해서 전혀 이해하지 못했음을 알겠다. 


도시는 사람들에게 소득수준이 높든 낮든 거기에 맞는 거처를 제공해야 한다. 질 높은 주택을 많이 공급하는 것이 능사가 아니다. 질 높은 주택에 살아갈 능력이 되지 않는 사람도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해야할 일은 그들을 몰아내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들도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 국민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선 이후 강남 재개발 아파트를 중심으로 가격이 급등했다. 언론은 '언제나와 같은' 무책임으로 정부정책을 평가하며 부동산 띄우기에 골몰하고 있다. 하지만 강남 부동산은 대부분의 사람들의 생활과 별로 관계가 없다. 대부분 거기에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도 않고 거기에 거주할 계획도 전혀 없다. 그 지역이 오르든 떨어지든 아무 상관이 없는게 보통사람들이다. 비트코인 가격이 오르든 말든, 김환기의 그림이 오르든 말든 그리 중요하지 않다. 언론의 소란스러움은 그들 자신의 경제적 이익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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