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다시 온다 (양장) -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은 왜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가
조윤제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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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금융위기 이후 거시경제학의 관심 영역과 방법론이 크게 바뀌었다. 경제정책에서도 종전 워싱턴 컨센서스를 중심으로하는 자유주의에 대한 반성이 광범위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위기의 원인으로 주목된 금융은 경제운영 리스크를 높이고 경기변동을 초래하는 근본 요인으로 간주되고 있다. 책은 금융위기 이후 바뀐 국제사회에서의 금융에 대한 관점을 소개하고 금융규제가 어떻게 강화되고 있는지를 상세히 설명한다. 무엇보다도 책의 장점은 최근의 금융산업 규제 관련 논의를 경제학적 관점에서 그리고 경제사조의 흐름의 관점에서 정리하고 있어 ``숲과 나무''를 함께 볼 수 있도록 한다는 데 있다.


저자에 따르면 글로벌 경제의 근본 문제는 2차대전 이후 확립된 국제 governance가 이후에 나타난 구조변화에 조응하지 못한 ``제도의 실패''에 있다. 생산, 교역, 금융은 빠른 속도로 국제화되고 있는 반면 규제는 국민국가의 틀 안에서 다루어지다 보니 새로운 형태의 경제활동을 규제하고 보호하지 못해 위기가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부조화는 금융에서 특히 두드러졌고 금융위기로 표출되었다.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국제사회는 금융위기 이후 자국의 금융감독체제를 개혁하는 한편 FSB, BCBS 등을 조직하여 국제공조를 강화하였다. 구체적으로 자본 규제, 유동성 규제, G-SIFI 지정 등을 통해 금융산업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저자는 국제사회에서 논의를 정리한 뒤에 우리나라의 금융산업 규제와 감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간략히 논의한다.

  1. 우리나라의 부채규모는 정부를 제외할 경우 주요국에 비해 GDP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어서 금융위기의 개연성이 높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2. 우리나라의 거시건전성 담당 기관의 역할이 분명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적절한 수단이 전혀 없는 상황이며 개발 위주의 금융정책과 건전성 위주의 감독정책 담당이 금융위원회로 통합되어 상충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이원화는 효율성과 유효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   
  3. 우리나라 금융기관의 소유구조를 살펴보면 외국인 비율이 높아 규제완화에 따른 단기이익 수혜자와 위기시 비용 부담자가 다르다는 문제도 있다.
  4. 원화가 국제통화로 사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글로벌 대형금융회사의 출현은 국가경제의 안정성장을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
  5. 정부의 금융산업 규제는 금융산업의 건전성 제고가 아니라 관료의 인사개입, 창조금융과 같은 재정역할을 강제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는 점은 문제이다.
  6. 금융회사의 보수체계는 인력의 해외유출 가능성이 낮은 만큼 실물부문에 비해 지나치게 높을 필요가 없다.

저자의 깔끔한 국제사회에서의 논의 정리는 금융산업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개''에 머물고 있다는 아쉬움이 크다. 저자와 같이 학계와 행정부에서 주요 역할을 하신 분이 가질 것으로 기대되는 ``본인의 의견''에 지면을 많이 할당했으면 좋았을 법하다. 특히 우리나라 금융산업과 관련하여 기관간 역할분담에 대한 의견은 근거가 다소 빈약해 보인다. 또한 국제사회의 논의도 G20 등을 중심으로 확정된 정책만을 대상하고 소개하고 있다는 한계가 있다. Martin Wolf, Laurence Kotlikoff, 그리고 최근 Mervyn King 등을 포함하여 여러 논자들이 금융위기 이후 근본적인 개혁이 없다며 제기하고 있는 흥미로운 대안에 대한 소개가 빠져 있다.


금융산업은 다른 산업과 달리 정부의 보호와 규제 위에 존재하는 산업이다. 금융회사의 부채인 화폐는 일반 상품과는 다르며 뱅크런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이러한 까닭에 자본금 규제, 임원 적격심사 등을 거쳐 영업이 허가된다. 진입규제가 존재하는 금융산업에서 이윤은 이노베이션에 대한 댓가라기 보다는 기본적으로 프랜차이즈에 따른 이익이다. 따라서 금융산업 규제를 다른 산업의 규제와 혼동해서는 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 금융산업에서는 규제 폐지란 불가능하며 단지 나쁜 규제를 좋은 규제로 바꾸어야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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