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만리장성 - 그림자 금융, 유령 도시, 대규모 부채 그리고 중국 경제 기적의 종말
디니 맥마흔 지음, 유강은 옮김 / 미지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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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경제가 머지않아 위기를 겪을 것이라는 예언은 많다. 부동산 버블, 과잉 생산설비, shadowing banking 확대에 따른 금융시스템 부실, 부채급증에 따른 기업과 가계의 취약성, 미중무역갈등 등 위기 원인으로 지목되는 리스트는 길다. 이런 점에서 책 "빚의 만리장성"은 다가올 위기를 예측하는 다른 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월스트리트저널의 기자로서 오랫동안 중국에 머물렀던 저자가 기자다운 감각으로 구체적인 관찰에 바탕을 두고 예언하고 있다는 점에 차이가 있다.


맥마흔에 따르면 중국의 문제점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시장기구가 작동하지 않고 사회갈등을 해결하는 정상적인 정치기구를 갖추지 못한 상황이 빚어낸 결과이다. 지금까지의 중국 경제성장은 자생적인 혁신 능력보다는 선진국으로부터의 기술을 이전해 노동력을 결합하여 생산성을 높인 데 기초하고 있다. 생산성 향상에 따른 잉여는 혁신을 촉진하도록 분배되기 보다는 투기와 협잡을 초래했다. 공무원은 부패를 통해서, 기업은 노동자 착취를 통해서, 가계는 부동산투기를 통해서 잉여를 더 얻고자 분주하다. 

문제는 앞으로의 성장잠재력이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는 데 있다. 선진국과 격차가 축소됨에 따른 낮아지는 생산성 향상 속도를 시장원리에 기초를 둔 자원배분과 혁신으로 보완해야 한다. 그럼에도 중국은 혁신 대신에 과거의 방식을 확대하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다. 욕망과 성장에 대한 환상을 기반으로 신용이 확대되고 그 결과 양적성장은 이루고 있지만 대신에 생산 효율성은 저하되고 부실은 쌓이고 있다. 맥마흔은 "그들의 경제 기적이 고통스럽고 불확실한 종언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라고 책을 끝맺는다. 

저자의 분석 가운데 중국의 1990년대말과 현재 상황을 비교는 눈에 띈다. 1990년대말 아시아 외환위기를 지켜보며 많은 분석가들은 중국도 비슷한 운명에 처할 것으로 예견했었다. 당시 중국은 은행부실 누적, 생산성 저하, 경제개혁 전망부재로 침체상태에 있었다. 그러나 많은 분석가들의 예측과는 달리 중국은 장쩌민과 주룽지의 지도하에 기적처럼 성장의 길을 걸었다. 장쩌민과 주룽지가 발견했던 해법은 "주택 시장을 자유화해서 20년에 걸친 도시화의 문을 열었고,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처리해서 수출부문에 엄청난 힘을 실어주었"던 정책이었다. 이제는 이런 묘책이 존재하지 않는다. 시진핑은 비전으로 수입대체라는 공급측 개혁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효성은 의심스럽다. 상명하달식 관료주의적 정책은 당면한 중국의 문제를 되려 키울 가능성이 크다. 

사실 맥마흔이 지적하는 중국의 문제점은 한국이 경험하였고 아직도 상당 부분 지니고 있는 이슈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은 중국에 비해 규모가 작고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문제들을 조금 빨리 맞이했
을 뿐이다. 가장 큰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는 정치도 한국경제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지는 의문이다. 민주화된 정치가 계층간 갈등을 조정하고 자원배분을 원활히 하기보다는 분노를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꾸준히 변화와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한국의 경험을 돌아볼 때 중국 경제는 폭발하기보다는 추세적으로 성장률이 떨어지는 가운데 간헐적으로 가속과 정체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책을 읽다가 발견한 흥미로운 논의 가운데 하나는 맥마흔이 제시한 중국의 개혁방안이다. 저자는 시진핑의 공급주도 정책을 비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이라고 비판한다. 반면에 그는 "정통 경제학 이론에서는 경제의 수요 측면-즉 가구와 개인-으로 부를 이전해서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를 하면 성장이 진작된다고 주장한다"라고 쓰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 말하는 소득주도성장과 그리 다르지 않다. 

국내의 보수 언론과 학자들은 소득주도정책이 비전통적 경제학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권의 소득주도정책보다 혁신경제정책이 오히려 현대 경제학 주장과 거리가 멀다. 그리고 혁신경제정책은 박근혜씨의 창조경제정책 또는 박정희의 산업정책과 비슷하다. 사실 한국의 경제발전은 경제학이 추천하는 정책을 따른 결과가 아니다. 정책은 이론과 현실을 고려하되 적절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은 오직 실용성에 있을 뿐이다. 빈수레가 요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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