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승부사들 -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
서신혜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08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만 보고 승부사적 기질을 가진 조선인물들을 기대했지만, 특정 승부욕을 가진 인물들의 일화는 아니었다.

오히려 책의 부제가 이 책의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

 

이 책의 인물들이 승부수를 건 대상은 다른 출중한 경쟁자가 아니라, 당대의 관습과 제도, 출신과 환경이었다.

우리나라 위인전의 헛점, 혹은 약점으로 짚히기도 했었던 '범상치 않은 출생'과 '타고난 재능'을 번번히 드러낸것에 불편했던 것일까.

작가는 그런 신화적 위인을 꼬집기라도 하듯 비천한 태생의 낮은 신분적 위치와 열악한 환경을 갖춘 이들을, 사회적 차별과 천박함의 대상이었던 이들의 특정학문으로써, 순전히 능력으로 그런 장애들을 극복한 사례들만을 다루었다.

 

이 책의 첫번째 미덕은 기존 기술자의 과장된 기록과 미화된 흔적들을 과감히 삭제하고, 한명한명 냉정하게 당대상황과 인간됨됨이를 연결지어 개연성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두번째 미덕은 찾기 힘들었을 제약의 근거들을 제시하며 그런 힘든 역경을 딛고 보석같은 업적을 남긴 근성을 강조한다는 것.

 

그리고 마지막으로 왕의 그늘에 가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이들 - 이들의 업적이 곧 왕의 업적인양- 과 한국사회 특유의 '가려진 차별'을 받았던 분야의 이들(상례:유희경, 비파:송경운, 학자:황윤석, 천문:김영, 바둑:정운창, 출판:장훈)까지 재조명했다는 데 있다.

 

이 책을 보고 우리나라 위인전의 수준이 한단계 상승했다는 느낌이 들어 반갑다.

계속 답습되는 신화적 소재와 범잡하기 힘든 타고난 재능을 접할때마다 한숨이 나왔고, 외국의 위인에 비해 '가까이 하기엔 너무먼 당신'이었던 한국의 위인들이 각각의 인간미와 함께 한층 가깝게 느껴진다.

 

우리나라는 유독 보수의 힘이 강한 나라이다. 기득권 계층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재능을 채 피우지도 못한채 억울한 삶을 살다가 간 이들도 많을것이다. 허나, 이들이 재능을 인정받은 조선시대보다 더 하랴. 이 위인들이 볼때 현대의 한국은 만민이 평등하고 숱한 기회가 곳곳에 자리잡고 있는 약속의 땅일지도 모른다. 이들을 보면 때때로 환경탓, 제도탓을 했던 자신이 심히 부끄러워진다.

 

이책에 나온 인물들은 하나같이 비천한 태생에 벽지의 약골, 장애인까지 있다. 하물며 신분제와 유교사상으로 대표되는 엄격한 조선시대  아닌가. 절대 불리한 시대와 승부한 위인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