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보글 ㅣ 오늘의 젊은 작가 57
전예진 지음 / 민음사 / 2026년 5월
평점 :
두 자매에게는 거슬리는 걸 없애는 자기들만의 방법이 있다. 그냥, 먹어버리는 것. 씹고 삼키면 없던 일이 된다고. 뭐든 먹어 없앨 수 있다는 건 사실 자매가 세상을 대하는 태도에 가깝다. 불편한 걸 마주하는 대신 입안으로 욱여넣어 지워버리는 태도. 그리고 그렇게 둘만의 비밀이 목구멍 너머로 하나 삼켜지고 나면, 그때부터는 계속 거짓말을 해야 한다. 비밀이 새어 나오지 않게 두 입을 맞춰야 하니까.
할머니가 하나둘 기억을 놓치는 동안 자매는 반대로 뭔가를 필사적으로 삼켜서 없애려 한다. 방향은 달라도 결국 둘 다 견디기 힘든 걸 지워버리는 방식이라는 점에서 닮아 있다. 할머니의 기억이 문득문득 이상한 형태로 새어 나오는 것처럼, 자매가 삼킨 것도 결국 '보글'로 튀어 나오는 것이다.
삼키고 소화했다고 믿었던 것들이 사실은 어딘가에서 조용히 부패하며 부글거리고 있었던 것. 그러다 결국 원래보다 더 흉한 모습으로 튀어나오는 것들. 그 안을 들여다보면, 소름 끼치게도 그게 나를 닮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