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김애란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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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생활>
1. 100년전 사람들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진보적인 기계 앞에서, 내 등은 네안데르탈인처럼 점점 굽어갔다.
2. ‘재수‘ 나 ‘전학‘ 이라는 말과 달리 ‘편입‘이란 말은 묘한 빈곤감을 준다고 생각했다.
3. 언니는 새벽마다 어깨에 쌀 포대 만한 졸음을 이고 학원에 갔고, 주말이면 다리 사이에 그 포대를 끼고 한없이 깊은 잠을 잤다.
4. 무엇보다도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피로‘나 ‘긴장‘을 느끼고 싶었다. 긴장되는 옷을 입고, 긴장된 표정을 짓고, 평판을 의식하며, 사랑하고, 아첨 하고, 농담하고, 험담하고, 계산적이거나 정치적인 인간도 한번 돼 보고 싶었다.
5. 여름이 끝난 후 반드시 가을이 올 것 같았지만, 계절은 느릿느릿 지나가고, 우리의 청춘은 너무 환해서 창백해져 있었다.
<침이 고인다>
1. 담담하고 점잖은 말투였다.
2. 그날 이후로 사라진 어머니를 생각하거나, 깊이 사랑했었던 사람들과 헤어져야 했을 때는 말이에요. 껌 반쪽을 강요당한 그녀가 힘없이 대꾸했다. 응. 떠나고, 떠나가며 가슴이 뻐근하게 메었던, 어떤 참혹한 시간들을 떠올려볼 때 말이에요. 후배가 한없이 투명한 표정으로 말했다.
‘지금도 입에 침이 고여요.‘
3. 후배는 그녀의 말투를 따라했다. 원래 말이란 주인이 없고, 오염되고, 공유되기 마련인 것이지만 후배 입에서 자신이 즐겨 쓰는 어휘 나 농담이 튀어나올 때마다 뭔가 도둑맞은 기분을 느꼈다.

<성탄특선>
1. 세련됨이란 한순간에 완성되는 것이 아니며, 오랜 소비 경험과 안목, 소품에 자연스러운 조화에서 나온다는 것을. 옷을 ‘잘‘ 입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잘‘ 입기 위에 감각만큼 필요한 것은 생활의 여유라는 것을. 21살 여자는 남자에게 예뻐 보이고 싶었다.

<기도>
1. 대화는 반복적이고 희망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는 몇 년간 ‘올해는 잘 될 거다.‘ 란 얘길 처음 해보는 소리인 양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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