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들어진 서양
니샤 맥 스위니 지음, 이재훈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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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서양 #서평단

서양 대 동양, 기독교 대 이슬람이라는 익숙한 대립항. 그리스 로마를 주요하게 계승한 것이 서유럽과 중유럽이며 그 후 기독교를 구심점으로 르네상스를 맞이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양의 패권을 거머쥐는 제국주의까지 발전한 이야기. 아마 한국인에게도 익숙한 서양 중심 세계사의 골조라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정말 '고전기 그리스 세계는 서양의 초기 판본(p54)'일까요? 로마는 백인종의 것이고, 이슬람은 그리스 로마와 아무런 교집합이 없을까요? 저자는 '서양이라는 거대서사'에 반기를 들면서 '유럽 중심의 기독교 세계관'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게 되었는지, 그 과정에서 '누락'된 것은 무엇인지.. 또 그렇다면 이전의 사람들은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 인식하고 있었는지 다루고 있습니다.


저자는 각 챕터 별로 중심 인물을 한 명 씩 정해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서술 방식을 택하는데요, 그래서 정말 잘 읽힙니다.. 읽는 맛이 뛰어나요. 열 네명의 일대기에서 거시적인 흐름으로 뻗어나가는 방식이 탁월해요. 저자가 책을 여는 첫 인물로 걸출한 이야기꾼인 헤로도토스를 고른건 우연이 아닐 것 같습니다. 헤로도토스가 이민자로서 차별을 받았다는 이야기-그리스는 단일하지 않았다-로 시작하여 중국의 '병렬적 문명' 모델을 대안의 하나로 제시하며 책은 마무리됩니다. 서양사에 대항할 새로운 거대 서사는 무엇일지, 상상력이 더 필요할 때입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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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킹맨션의 보스는 알고 있다 - 기존의 호혜, 증여, 분배 이론을 뒤흔드는 불확실성의 인류학
오가와 사야카 지음, 지비원 옮김 / 갈라파고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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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손해를 보지 않으려 하지 않는 세상에서 '겸사겸사'의 경제를 외치다.. 홍콩 청킹맨션의 탄자니아인들이 이루고 있는 생활상과 경제 시스템을 다룬 책. 서로를 대가없이 도와주지만 동시에 이들에게 '사랑과 우정의 비결은 돈벌이'이기도 하다.


동포가 사업에 망하면 흔쾌히 빚을 갚아주고 누군가 죽는다면 조합을 꾸려 돈을 모아 시신을 고국으로 보낸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동시에 모두를 사업의 기회로 보기도 한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공유경제'와는 결이 다른, 세련되지 않고 '겸사겸사'의 논리로 돌아가는 TRUST 시스템.


어쩌면 이 시스템은 저자가 짚듯 청킹맨션에 체류하는 많은 탄자니아인이 '거주자'가 아니라 '이동자'여서 가능한 것처럼 보이기도 함.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무너진 사람에게 '나는 당신의 동료'라고 보여주는 징표로서, 어느정도 '호구'가 될 마음을 동료의 증명으로 품어야 한다는 것.. 


그 마음은 망해버렸거나 알콜중독으로 절어있는 동료에게 '어째서' 망했는지 묻지 않는 마음이기도 하지만 친구를 언제든 사업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로 보는, 철저히 자본주의 하에서 적응한 '이기적인' 사고방식에서 비롯한 마음이기도 하다..


이 재미있는 공존과 모순을 잘 풀어낸 책이다. 강력추천,,

"괜찮아. 사야카가 나를 정말 좋아한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으니까."

보스 카라마의 마지막 말이 기억에 오래 남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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닌텐도 다이어리 - 엄마와 딸, 게임으로 레벨 업!
조경숙 지음 / 이김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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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좋아하지 않는 어린이는 찾기 힘들다. 저는 아니었는데요.. 라고 반박하고 싶은 어른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미지의 세계를 적극적으로 탐구하기를 좋아하는 어린이에게 그 어떤 종류건 '게임'은 지나칠 수 없는 반짝거리는 새로운 것이다. 아닌 어린이도 있겠으나, 나의 어릴적 친구들이나 지금까지 만나본 어린이 중에서 게임 자체를 '싫다'라고 하는 이는 없었다. 부모님이 게임을 못하게 해서 게임을 못 할지언정..

90년대생인 나의 어린 시절도 게임을 빼놓고 말 할 수가 없다. 나부터가 열렬한 게이머였다. 운 좋게도 어머니는 게임을 함께 플레이하는 타입이었지만, 대부분의 어른은 게임을 '중독-규제'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았다. 뉴스에서는 게임과 폭력성의 관계를 열심히 설명했다. 담배 냄새가 나던 PC방을 가끔 가면 게임을 싫어하는 어른으로부터 매일 도망쳐온 친구들이 있었다.

아이가 게임과 맺는 관계는 예전보다 복잡해졌다. 스마트폰의 등장 때문이다. 당장 아이 이전에 어른의 스마트폰 중독부터 통제하기 힘든 세상이다. 또한 무방비로 풀린 자극적인 콘텐츠나 과도한 게임 과금 문제 등.. 양육자로서는 고민할 지점이 많아진다.

이 책 또한 이러한 고민에서 출발한다. 프롤로그의 제목은 '안전한 콘텐츠를 찾아 게임기를 쥐여주다'이다. 열렬한 1세대 게이머였던 저자는 아이의 엄마가 되었다. 여러 고민 끝에 딸 소해와 함께 닌텐도 스위치를 플레이하기 시작한다. 책의 목차를 보면 각종 게임 타이틀의 각 장의 제목을 차지하고 있다. 이 책은<닌텐도 다이어리>라는 제목답게 엄마이자 게이머인 저자의 '플레이 일지'이다.

캐시 충전을 하고 싶어하는 아이에게 '게임 용돈'을 따로 주기 시작하거나(<토카월드&로블록스>) 오래 이어져 온 게임 시리즈 내 성차별적인 요소를 아이와 함께 이야기해보거나(<슈퍼마리오 오디세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캐릭터의 비가역적인 죽음을 아이와 슬퍼하는(<페이퍼 마리오 종이접기 킹>) 등 일반적인 어른 게이머로서는 무던하게 지나칠 수 있는 부분을 양육자가 아이와 함께 플레이하며 기민한 시각으로 탐구한다. 같이 플레이하는 소해의 생각도 곳곳에 묻어나와 '아이는 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하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개인적으로는 <젤다의 전설: 야생의 숨결> 부분을 정말 재미있게 봤다. 엄마는 몬스터 퇴치를, 아빠는 퍼즐 퀴즈에 가까운 사당 퀘스트를, 아이는 요리와 마을 퀘스트를 각각 맡아 플레이하는 모습을 보며 1인이 플레이해야 하는 <젤다>를 이렇게 같이 할 수도 있구나 싶었다. 또 최종 보스 가논과 싸우기 전 외식을 하며 심기일전 하는 가족의 모습까지.. 아이와의 플레이 일지가 이토록 생생한 이유는 저자 자신부터 <바람의 나라>에 푹 빠져 학창시절을 보낸 1세대 게이머 출신이라서일 것이다. 저자의 게이머로서의 통찰이 가장 크게 느껴진 부분은 <별의 커비>의 이 대목이었다.

'아이의 말을 들으니 불현듯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어린 시절 나는 어떤 게임에서나 고집스럽게 '마법사' 직업군을 택했다. (...) 반면 아이는 힐러 타입인 것 같았다. 특수능력으로 음식을 꾸준히 만들어내는 아티스트 캐릭터를 통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캐릭터의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형태로 플레이에 참여하고 싶어했다. 자세히 보니 전체적인 프렌즈의 밸런스를 계산하며 유효타를 넣는 건 언제나 나였고, 그걸 보조하며 체력이 떨어진 캐릭터들을 챙기는 게 소해였다.(71p)'

재미있지 않은가요... 아이의 플레이 모습을 보며 어떤 포지션인지 깨닫는 부분.

사실, 나는 아이가 있지 않고 주변에도 아직 미혼이 더 많다. 그럼에도 이 책의 출간 예고를 보고 눈이 번쩍 뜨였던 건, 다음 세대의 게이머들이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지 궁금해서였다. 고인물과 뉴비가 함께 플레이하는 모습, 그것도 엄마와 딸이라니, 최고잖아! 나 또한 초등학생 시절 밤 새서 클리어하던 닌텐도의 게임들, 오빠와 함께 플레이하던 <삼국지> 시리즈 등을 거쳐 어엿한 게이머가 되었기에... 더욱 소중한 책이 아닐까 싶다. 좋은 책이다.

(참고로 나는 방금도 게임을 하다 왔다........ <다키스트 던전> 정말 재밌네요^^)

<요약>
아이가 있는 양육자에게 특히 일독을 권한다.

(1) 어린이와 게임과의 관계를 단순한 '중독-규제'의 이분법을 넘어 어떻게 만들 것인가
(2) 게임으로 아이의 창의성과 인내심이 길러지는 모습
(3) 게임이 생소한 양육자를 위한 친절한 팁(dlc란 무엇인가, 게임 시간을 얼마나 허용해야 할 지 등)

등이 친절하게 서술되어 있다.

또, 미래 세대의 게이머의 '뉴비 모습'을 보고 싶은 어른에게도 꼭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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