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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과 의사에게 배우는 듣기의 기술
다카하시 가즈미 지음, 정지영 옮김 / 시그마북스 / 2020년 6월
평점 :
"대다수의 사람들은 뭔가의 문제를 안고 있지만, 정확히 어떤 문제인지는 인식하지 못한 채 살아간다."
어쩌면 이 책을 본 누군가는 자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책일 거라고 여기고 그냥 지나칠지도 모른다. 일상에서 이따금씩 일어나는 불안, 고질적인 스트레스 등의 좋지 않은 감정들을 품고 살기는 하지만, 제목에서 가감없이 드러나는 '정신과 의사에게 배우는' 이라는 단어가 주는 괴리감이 분명히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익숙하고, 생각보다 재미있다.
'익숙'하다란 건 누구나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공통적인 고민에 대한 내용을 주축으로 한다는 의미에서다. 대개 사람들이 하는 고민을 4가지 분류로 압축하여 이 책에선 소개하고 있는데, 저마다 갖가지 이유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받곤 하지만 사실 깊게 파고들어 보면 정말 그 4가지의 가지로 정확하게 구분된다.
가령 4가지 분류 중 하나인 '다른 사람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를 예로 들어보자.
사실 비단 소심한 성격의 사람에만 이 분류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회사에서든 학교에서든 우리는 타인과 교류를 맺으며 살아가야 한다. 제아무리 초긍정적인 성격의 소유자라 한들,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갈 수 있을 리는 없다.
안 맞는 사람도 있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 그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분명 존재할 것이며, 그 역시 이 분류에 해당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책이 정말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내용을 다뤘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심리 치료의 상담자를 위한 도서이기는 하지만, 심리 치료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독자 또한 내면에서 겪고 있던 갈등의 실마리나 해결 방안을 발견해낼 수도 있는 것이다.
아울러 재미있다라는 건 말 그대로 우리가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사례를 제시함으로써 백번 공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책의 한 대목에 등장하는 대화를 발췌해보면,
a. 이렇게 하고 싶다, 이렇게 해야 한다
b. 그럴 수 없어서 몹시 괴롭다
다음과 같은 상황은 평범한 사람들도 자주 겪는 내용이다. 상황과 성격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이는 심리적인 불안감을 유발할 수 있다. 치료를 원하거나 정신과에 방문하기를 바라지 않는 경우에는 이런 유의 책에 의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이 책에 적합할 것 같은 타겟층을 3가지로 분류해 봤다.
1. 상담가에게 필요한 자질과 태도에 대해 공부하고 싶은 사람
2. 주변 지인 중 비슷한 문제로 고통받고 있는 사람에게 심리, 정신적으로 도움을 주고 싶은 사람
3. 정신과 심리에 관심이 많은 사람
필자는 위 세 가지 중 어떤 경우도 아니었지만, 굉장히 유용하고 유익하게 읽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인, 특정 직업에 대한 정보가 쉽고 빠르게 습득된다는 점이 발휘된 것이다.
또한 특정 사건이 열거되면서 우리 주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상황과 그것이 긍정적으로 해결되어 가는 과정이 보여진다. 이러한 과정은 상담자의 역할을 상기시키고 듣기의 중요성을 증대시킨다.
제목에도 나와 있는 잘 '듣기'란 사실 사람에게 굉장히 중요한 자질이다. 잘 들어주는 사람에게 속이야기를 하다가 무심코 자신도 알지 못했던 문제를 끄집어내기도 한다. 듣는 건 말하는 것만큼이나, 혹은 그 이상으로 중요한 일이다.
타인의 말을 경청하는 행위는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을 만들어준다. 직업적으로 따져보아도, 상담사 뿐만 아니라 영업직, 교사 등 듣기의 기술이 매우 중요하게 작용되는 사회적 역할은 무궁무진한 것이다.
책 말미에 작가도 서술하였듯,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또 자신의 마음을 듣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다. 따라서 인간에게 있어 평생의 숙제와도 같은, 인간 관계에 대한 해결책이 의외로 이 책 속에 있을 지도 모른다.
생각지도 못했던 계기가 비로소 열쇠가 되듯 말이다.
딸기 찹쌀떡과 케이크, 이것은 망설임인가 갈등인가? - P189
안개가 걷혀서 시야가 해방되며, 인생의 수수께끼가 풀린다. - P165
갈등의 해소가 삶의 방식을 바꾼다. - P219
심리 상담은 이제 필요 없어진 뚜껑을 열어 봉인된 감정을 해방하는 작업이다. - P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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