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 2010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좋은 의원은 맥을 짚는 것만으로도 환자의 병을 찾아낸다고 한다.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검지와 중지를 환자의 손목에 가만히 올려놓기만 해도 오장육부를 들여다보기라도 한 듯이 병을 찾아내는 것이다.


‘맥을 짚다’라고 했을 때, 맥은 의학에서 혈맥 또는 맥박을 가리킨다. 혈맥은 말 그대로 피가 지나가는 통로를 말하며 맥박은 심장에서 내뿜은 피가 혈관을 압박해 생기는 파동을 말한다.


매년 연말이 되면 약속이라도 한 듯이 여러 전문가들이 다음 한 해를 전망하는 서적과 보고서를 쏟아 낸다.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쉬울 리 없고 행여나 엉뚱하게 빗나가기라도 한다면 비난을 살 수도 있을 텐데, 해마다 더 많은 책과 보고서가 출간된다.


쪽팔림의 가능성까지 무릅쓰고 미래전망이라는 어려운 작업에 매달리는 것은, 문제를 진단해 위기를 예측하고 그에 적절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은 맥을 짚어 병을 진단하고 다스리려는 의원과 닮았다.


이들은 맥을 짚듯, 사회를 움직이는 각종 흐름을 짚어 사회와 경제의 변화를 읽어낸다. 현재 알 수 있는 건 수많은 흐름들이 만들어내는 파동일 뿐이지만 이들은 그 파동을 분석해 사회가 지닌 약점, 강점, 특이점 등을 찾아낸다. 그것들이 장차 어떤 현상으로 표출될지 분석한다.


이 책 ‘트렌드 코리아 2010’는 돈의 흐름, 대중 심리의 흐름, 문화의 흐름, 정치의 흐름 등을 짚어, 2010년 올해의 소비트렌드를 전망한다. 책에 실려 있는 2009년의 실적을 보면, 적중률도 꽤 높다.


내년을 전망하는 사람은 많지만, 1년 후 자신이 했던 전망이 얼마나 옳았는가를 퇴고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책은 ‘흔하지 않게도’ 1년 전 전망을 책 전체 분량의 1/3에 걸쳐 꼼꼼히 퇴고한다. 1년 전 발표했던 전망이 독자에게 부끄럽지 않을 만큼 실현되었기 때문이겠지만, 중요한 건 독자의 알권리에 충실한 자세다. 이 책을 접했을 ‘정보 소비자’에 대한 예의자 신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예의바르고 신의 있는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2010년을 예측한 부분은 흥미롭다. 무엇보다 2010년 트렌드를 ‘소비’라는 관점에서 찾아내는 점은, 다른 전망들과 다르다. ‘소비’는 사람의 욕망으로부터 비롯되는 행위라는 점에서, 이 책은 욕망의 트렌드를 찾는 책이라고도 할 수 있다.


사람의 욕망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보다 훨씬 크다. 다른 어떤 분야보다 합리적이라고 여겨지는 경제도 욕망의 지배를 벗어나진 못 한다.(믿지 못 하겠다면 ‘야성적 충동’을 읽어보라.)


그렇다보니, 각종 수치들을 잔뜩 모아서 공식의 결과라도 되는 양 내놓는 미래 전망들이 말린 육포처럼 심심하다면, 이 책은 나이프를 찔러 넣으면 핏물이 물큰 배나오는 스테이크처럼 재미있다.


다만 2010년을 전망하는데 할당된 분량이 다소 모자라 보이는 점은 아쉽다. 맥을 제대로 잡아 핵심만 간결하고 명료하게 제시하는 책이 더 좋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좀 더 풍부한 내용을 담았으면 하는 아쉬움이 드는 것은, 이 책이 ‘미래’를 다룬 것이기 때문이다. 미래는 다양한 가능성이다. 올해 전망되는 트렌드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현상들을 좀 더 여러 분야에 걸쳐 여러 각도에서 분석했더라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