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천년 중국사 속의 사랑과 욕망
김문학 지음 / 지식여행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모든 역사는 밤에 이루어진다’라는 말이 있다. 밤과 낮의 경계를 잘 몰랐던 시기엔 이 말 속에 에로틱한 의미가 포함되어 있으리란 것을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역사 속의 수많은 황제와 그들을 유일하게 지배했던 여인들. 그리고 영웅들. 그들과 밤은 대체 무슨 관계였을까.

이 책은 야하다. 하지만 야한 만큼 솔직하다. 사람들은 영웅의 아름다운 모습만 보려 한다. 그야말로 영웅다운 모습. 하지만 ‘영웅답다’는 것이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들도 성을 갈구하는 한낱 인간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저 보통의 사람들에겐 변변찮고 천박한 것으로 여겨지는 성적 문화로 인해 끊임없이 역사는 변화해 왔다는 것을.

책 속에서는 오천년 중국 역사 속에 은밀하게 숨겨져 있던 성적욕망과 그 실체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유교 사상으로 널리 이름을 떨친 중국이 그 무엇보다도 에로틱하며 동시에 부조리한 성적 환상에 가득 찬 역사를 지녔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적이었다. 얌전한 고양이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옛 속담이 절로 떠오를 정도였다.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를 채워주기 위해 무분별하게 가해졌던 일종의 폭력인 전족 풍습과 왕 다음의 권력을 휘둘렀던 환관과 그들을 둘러싼 야사, 아름답고 관능적인 여성을 향한 찬양어린 시선은 현대의 시각과도 별로 다를 바가 없다. 21세기의 현재에도 여전히 여성들은 남성들의 성적 판타지에 지배당하며 그들이 요구하는 미적 기준에 따르기 위해 무분별한 성형을 감행하면서까지 미모를 가꾼다. 다만, 살아가는 시대가 다를 뿐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변함없다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정석대로의 중국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은 뜨악한 소재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은 특별한, 그러면서도 은밀한 야사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반가울지도 모른다. 나는 후자 쪽이다. 나는 언제나 정석보다는 그 뒤에 숨겨진 비밀을 캐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 세상에 완벽한 인간이란 없다고 믿는다. 그렇기에 황제들의, 영웅들의 호색 향연이 오히려 인간적으로까지 느껴졌다. 특별하고 새로운 이야기를 원하는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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