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 신아리랑 - 경산시 일상공간의 재발견
신재기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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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백색의 세상 위에 힘차고 푸른 경산의 산맥이 길게 뻗어 있다. 그 위로 유유히 지나간 필자의 발자국이, 때로는 님 몰래 연정 품은 수줍은 처녀의 고해처럼, 때로는 저만치 앞 선 낭군의 안타까움처럼 골짜기마다 배어난다. 필자의 공간은 과거 그 누군가 자신의 의미를 부여한 다채로운 공간이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자아가 맞닿은 판타지 공간에서 미래의 누군가 다른 색깔의 의미를 부여하고 갈 것이다. 
  처음 문을 열면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자연이 눈 앞에 펼쳐진다. 경산 시민의 쉼터가 있는 남천강, 하양읍이 내려다보이는 장군봉, 전설 어린 성암산이 그것이다. 내게는 사진으로 만족하는 일차원의 공간이지만 필자 에겐 그 너머 풀 한 포기 정겨운 추억의 공간일 것이다. 
  필자가 본 금호강은 내게 위로를 준다. 지난 6개월 여 내가 본 금호강은 주황색 가로띠를 두르고 여기 저기 생채기를 낸 고통의 강이었다. 지금은 생채기에 딱지가 앉아 혹시라도 날개 접은 백로를 볼 수 있을까? 매주 그 곳을 지나치며 행여나 고통이 내게도 옮을까 한동안 무심했었다. 이번 주말엔 다른 마음으로 강물을 담아야지. 
  책의 중반으로 접어들면, 그저 한 나라의 작은 도시로만 여겨졌던 경산의 역사가 보인다. 굳이 사람살이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지 않아도 좋을 거리에 마주 하고 있는 역사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유적은 임당고분이다.  가까운 가족의 임종을 지켜본 뒤로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 이을 수 없는 생의 끈을 한 줄기 눈물로 대신하고 간 것은 지나온 인생을 회한하는 걸까? 모를 일이다. 또, 예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압독국에 얽힌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다. 먼 곳 이야기로만 들리던 것이 이제야 반가워지는 것은 무심한 인식이 한꺼풀 벗겨진 탓이리라. 아! 경산이야기구나. 아이들과 함께 가 보고 싶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짜잔’. 어느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늘 그런 것 같다. 버스 타고 여기 올랐다 저기 내렸다 하는 손님처럼 이 곳 저 곳 많이 찍고 다녔다. 언제나 붙박이처럼 살 것 같지만 사람살이 길게 보면 붙박이가 어디 있나 싶다. 급행 탄 사람도 완행 탄 사람도 언젠가 종착역에 내려, 가는 차 한 번 쳐다보고 마침표 찍겠다. 그런데도 안 떠날 사람처럼 나의 자리를 잠시 비워두기가 쉽지 않다. 경상북도 남부의 기쁜 산동네에도 이렇듯 많은 이야기가 빚어낸 듯 앉았는데 그 자리 지키느라 재미있는 이바구 다 놓쳤다. 이 참에 시인처럼 눈 딱 감고 떠나볼까, 그도 안 되면 지겹게 먹은 김밥 싸서 소풍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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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 신아리랑 - 경산시 일상공간의 재발견
신재기 지음 / 학이사(이상사)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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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백색의 세상 위에 힘차고 푸른 경산의 산맥이 길게 뻗어 있다. 그 위로 유유히 지나간 필자의 발자국이, 때로는 님 몰래 연정 품은 수줍은 처녀의 고해처럼, 때로는 저만치 앞 선 낭군의 안타까움처럼 골짜기마다 배어난다. 필자의 공간은 과거 그 누군가 자신의 의미를 부여한 다채로운 공간이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자아가 맞닿은 판타지 공간에서 미래의 누군가 다른 색깔의 의미를 부여하고 갈 것이다. 
  처음 문을 열면 가 보지 못한 미지의 자연이 눈 앞에 펼쳐진다. 경산 시민의 쉼터가 있는 남천강, 하양읍이 내려다보이는 장군봉, 전설 어린 성암산이 그것이다. 내게는 사진으로 만족하는 일차원의 공간이지만 필자 에겐 그 너머 풀 한 포기 정겨운 추억의 공간일 것이다. 
  필자가 본 금호강은 내게 위로를 준다. 지난 6개월 여 내가 본 금호강은 주황색 가로띠를 두르고 여기 저기 생채기를 낸 고통의 강이었다. 지금은 생채기에 딱지가 앉아 혹시라도 날개 접은 백로를 볼 수 있을까? 매주 그 곳을 지나치며 행여나 고통이 내게도 옮을까 한동안 무심했었다. 이번 주말엔 다른 마음으로 강물을 담아야지. 
  책의 중반으로 접어들면, 그저 한 나라의 작은 도시로만 여겨졌던 경산의 역사가 보인다. 굳이 사람살이 분주한 일상을 벗어나지 않아도 좋을 거리에 마주 하고 있는 역사들이 친근하게 다가온다. 가장 인상적인 유적은 임당고분이다.  가까운 가족의 임종을 지켜본 뒤로 죽음이 예사롭지 않다. 이을 수 없는 생의 끈을 한 줄기 눈물로 대신하고 간 것은 지나온 인생을 회한하는 걸까? 모를 일이다. 또, 예전에 모 방송 프로그램에서 압독국에 얽힌 내용을 방영한 적이 있다. 먼 곳 이야기로만 들리던 것이 이제야 반가워지는 것은 무심한 인식이 한꺼풀 벗겨진 탓이리라. 아! 경산이야기구나. 아이들과 함께 가 보고 싶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짜잔’. 어느 유행가 가사가 생각난다. 늘 그런 것 같다. 버스 타고 여기 올랐다 저기 내렸다 하는 손님처럼 이 곳 저 곳 많이 찍고 다녔다. 언제나 붙박이처럼 살 것 같지만 사람살이 길게 보면 붙박이가 어디 있나 싶다. 급행 탄 사람도 완행 탄 사람도 언젠가 종착역에 내려, 가는 차 한 번 쳐다보고 마침표 찍겠다. 그런데도 안 떠날 사람처럼 나의 자리를 잠시 비워두기가 쉽지 않다. 경상북도 남부의 기쁜 산동네에도 이렇듯 많은 이야기가 빚어낸 듯 앉았는데 그 자리 지키느라 재미있는 이바구 다 놓쳤다. 이 참에 시인처럼 눈 딱 감고 떠나볼까, 그도 안 되면 지겹게 먹은 김밥 싸서 소풍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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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과 시의 언어
신재기 지음 / 박이정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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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사이버 매체의 등장으로 주체와 타자의 자리를 오가며 다양한 장르의 문학을 향유하기에 이르렀다. 그 덕분에 문학은 대중화되었을지 모르나 2% 부족한 자화상이 사이버상에 부유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할 순 없다. <수필과 시의 언어>에는 이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을 치유하려는 저자의 오랜 고뇌가 행간마다 오롯이 앉아 있다.

이 책은 크게 수필과 시 이야기로 나뉘어져 있지만, 몇 년여의 걸친 저자의 수필 창작과 비평 활동을 반영한 듯 수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다. 흔히 말하는 '붓 가는 대로'의 일상을 다룬 수필에  도움닫기하여 인간 삶의 보편성을 획득한 창조적 수필을 지지한다.  

 

단지 기억의 파편을 재현하는 것이 수필이라는 허물을 벗고 전략적인 구성 안에 '나'를 포함한 '인간'을 담는다. 삶의 문제에 대한 진정성을 회복한다. 수필 고유의 문학성을 한 단계 높임으로써 아마추어리즘을 극복하고 완성도 있는 수필문학을 지향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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