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권의 벽돌 - 건축가 서현의 난독일기
서현 지음 / 효형출판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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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지식인 서재에도 나올 만큼 서현 교수님의 독서 취향은 넓고 방대하다. 이 책을 읽으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저자의 팬인 나는 지금까지 저자가 쓴 다섯 권의 책을 모두 읽었는데, 유독 빨간 도시와 이 책이 좋다. 나머지 세 책은 다분히 건축적이고 조직적으로 건축 개념에 대해 쓴 책인데 반해, 이 두 책은 일기 같고 종횡무진이다. 그래서 읽기가 편하고 읽은 다음에는 생각꺼리가 있다. 소개하는 책들이 건축책이 아닌 점이 좋다. 곳곳에 흥미가 가는 책들은 페이지의 한 코너를 접게 된다. 책 중간에 예일대학의 바이네케 고서-고문서 도서관 소개글이 있다. 책의 쉼터 같이 책 중간에 있다. 저자는 예일대학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취득해서 누구보다 그 도서관의 특징을 앞뒤로 잘 알고 있다. 도서관은 창문 없이 알라바스터 외피로 지어 낮 중에는 노랑 태양빛이 돌판을 관통하여 이글거린다. 저자는 말한다, "[도서관 중앙에 쌓인 고서들을 보며]...지식은 위대하되 허약하고 강건하되 위험하다.폭력은 어디에나 잠존하며 타오르는 불길처럼 얼마든지 세상을 덮을 수 있다. 이 도서관에서 종이가 지식의 매체가 되었을 때 채석장의 대리석 (알라바스터)은 공간의 시가 되었다." 이 책을 소개할 수 밖에 없게 만든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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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 사회와 인간에 지속하는 건축의 가치
김광현 지음 / 공간서가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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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건축 책을 쓰는 사람이지만, 김광현 교수님의 이책을 읽으면, '아~ 건축 얘기 하기 전에 국어 공부부터 해야겠다' 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단어 하나 하나의 사전적 의미를 꼼꼼히 따지며 글을 전개하는 모습. 문장 하나 하나는 쉽지만, 두세 문장이 지나가면 글의 논리성 때문에 생각은 깊고, 포인트는 찌른다. 간만에 독서중에 밑금을 많이 쳤다. 숱한 밑금 중, 단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단연 이 문장을 고른다. "그렇다면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이미 말했고 이미 만든 무언가의 공동체 '밖'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성은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 에 서있다." 신앙인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쉽지만 깊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까? 건축가 루이스 칸의 건축 철학을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매스터피스인 부석사에서, 그것도 가장 멋진 건물인 무량수전 ('이미 만든') 앞이 아닌, 요사채의 스님 고무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 앞에서 건축의 공동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책의 공동성은 신학이 건축학화한 모습 같다. 구약의 메시아 신앙 (유대교-루이스 칸)과 신약의 십자가 사건 (기독교/천주교-저자)의 요체인 "Already (이미 십자가로 돌아가셨지만)... but not yet (아직 그의 나라가 오지는 않았다)..." 구속사적 문장구조가  윗글의 '아직 ~이미~' 로 재현된 점이 느껴진다.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공동성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기성이 아닌 이타성, 개인성이 아닌 사회성이 공동성은 방점을 찍고 있다. 건축이 형태로 지어지기 전의 사회적 목적의식 외에도 책은 건축의 수많은 이야기꺼리를 풀어논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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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읽는 7가지 키워드
김혜정 지음 / 효형출판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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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 개론"이 풋풋한 사랑이라는 주제로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면, 이 책은 그 영화의 제목이 실질적으로 과목으로서 담고 있는 내용을 설명한 책같은 기분이다. 책 54 페이지 [관계성]에서 저자는 이렇게 쓰고 있다, "건축은 생명의 리듬을 새로 디자인하고 그 이전에 살던 생명은 묻히고 새로운 생명을 위한 배경이 된다. 새로운 생명이 다시 공간을 메운다. 건축으로 대지에 있는 생명들의 진화가 시작한다." 그런가하면, 책 192 페이지 [무의식]에서는 이렇게 서술한다. "건축가의 무의식 세계가 남긴 결과는 인류의 무의식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집단무의식은 미래를 바꾸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 속도감 있게 책을 읽다가 잠깐 서서 밑줄을 긋고 곰곰히 생각하게 하는 부분들이었다. 책은 건축의 범주를 크게 7가지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지만, 건축 전공자인 내가 끌린 부분은 현상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관계성], 정신분석학을 이야기하고 있는 [무의식] 부분이었다. 직접 찍은 사진. 오랜 시간 생각한 7가지 키워드인 듯한 글의 내공. 깔끔한 구성. 반듯한 문체. 맑은 생각. 그리고, 쉬운 문체. 건축에 입문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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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성의 정체성 회복 이야기 - 개잔 이후 한성의 공간변천사
임희지 지음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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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4대문 안쪽 지역을 조선시대 전기부터 후기까지 칼라 지도를 통해 여행하고 온 기분이다. 저자는 천연색 도판 지도를 많이 넣어 책읽기를 수월하게 해준다. 특히 흥미로웠던 부분은 옛 서울의 산길과 물길 부분이었다. 책을 읽어 보면, 서울에는 하천이 많았고, 우리 선조들은 물길을 쓸줄 알았던 것 같다. 백악산 기슭 물길이 어떻게 노론 본거지가 되었고, 남산 기슭 물길이 어떻게 남인 본거지가 되었는지도 알 수 있어 동네의 정치성을 읽을 수 있어 흥미로웠다. 책의 이야기는 과거에만 머물지 않는다. 학부에서는 건축설계를 전공하고, 대학원에서는 도시설계를 전공한 저자는 서울 개조 방향에 대해서는 적극적이다. 오늘날에는 빌딩 숲이 되어 버린 서울 4대문 안이지만, 저자는 한성을 만들었던 조선시대 사람들의 관점과 물리적 특성을 논하면서, 서울이 잃어버린 것들 중에서 잃어버리지 말아야 했던 것들을 집어주며 앞으로 서울이 어떻게 되어야만 하는가를 이야기해 주고 있다. 참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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