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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 이전의 건축, 공동성 - 사회와 인간에 지속하는 건축의 가치
김광현 지음 / 공간서가 / 2014년 11월
평점 :
나도 건축 책을 쓰는 사람이지만, 김광현 교수님의 이책을 읽으면, '아~ 건축 얘기 하기 전에 국어 공부부터 해야겠다' 는 다짐을 하게 된다. 단어 하나 하나의 사전적 의미를 꼼꼼히 따지며 글을 전개하는 모습. 문장 하나 하나는 쉽지만, 두세 문장이 지나가면 글의 논리성 때문에 생각은 깊고, 포인트는 찌른다. 간만에 독서중에 밑금을 많이 쳤다. 숱한 밑금 중, 단 하나만 고르라면, 나는 단연 이 문장을 고른다. "그렇다면 '아직 말해지지 않은 것',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은 이미 말했고 이미 만든 무언가의 공동체 '밖'에 있는 것이다. 따라서 공동성은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 에 서있다." 신앙인이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런 쉽지만 깊은 문장을 구사할 수 있을까? 건축가 루이스 칸의 건축 철학을 우리나라 전통건축의 매스터피스인 부석사에서, 그것도 가장 멋진 건물인 무량수전 ('이미 만든') 앞이 아닌, 요사채의 스님 고무신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 앞에서 건축의 공동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책의 공동성은 신학이 건축학화한 모습 같다. 구약의 메시아 신앙 (유대교-루이스 칸)과 신약의 십자가 사건 (기독교/천주교-저자)의 요체인 "Already (이미 십자가로 돌아가셨지만)... but not yet (아직 그의 나라가 오지는 않았다)..." 구속사적 문장구조가 윗글의 '아직 ~이미~' 로 재현된 점이 느껴진다. 공동체와 공동체 사이에 공동성이 있는 점으로 미루어 보아 이기성이 아닌 이타성, 개인성이 아닌 사회성이 공동성은 방점을 찍고 있다. 건축이 형태로 지어지기 전의 사회적 목적의식 외에도 책은 건축의 수많은 이야기꺼리를 풀어논다. 참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