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레인보우 피쉬 2 (완결) [BL] 레인보우 피쉬 2
그루 / 비하인드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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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로운 설정, 현실적인 배경이 만난 매력적인 이야기였습니다. 작가님의 예쁜 문장이 빛을 발한 글이었어요. 주인공 태경의 유연한 성격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람호의 우직함도 좋았고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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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너를 다시 만난 건 2 (완결) [BL] 너를 다시 만난 건 2
디삼 / BLYNUE 블리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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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크리스마스 선물상자처럼, 놀랄 정도로 취향인 키워드를 모아 넣어둔 작품이라 고민 없이 구입했습니다.
캐릭터 설정부터 두 인물이 시간이 흘러 재회를 한다는 부분까지.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취향에 꼭 맞았어요. 다소 가볍게 흐르는 이야기지만 작품 분위기와는 적절하게 잘 어울렸습니다.
소개 글에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듯이, 등장인물의 어른스러운 모습을 기대하신다면 실망하실 거예요. 어릴 적에도, 어른이 되어 재회한 이후에도 둘은 여전히 유치합니다.
흔히 재회 키워드가 등장하는 글은 저마다의 사연이 있어 아련함과 과거와는 달라진 분위기에 어딘지 가슴 한쪽에 씁쓸함이 번지는 법이건만. 이 작품에서는 재회가 말 그대로 시간의 흐름만을 나타내주는 것 같습니다.
아 잊을 뻔했네요. 큰 차이가 있긴 합니다. 세월의 흐름 덕에 할리킹 키워드가 더해질 수 있게 됐죠.ㅎㅎ
신나게 놀림을 당한다는 표현이 가장 궁금했는데, 기대만큼 유쾌했습니다. 흔히 할리킹 키워드에서는 재벌 캐릭터의 잘나고 멋진 부분이 부각되는 법이건만. 특히 입이 떡 벌어지게 만드는 현실과 동떨어진 기준과 단위에 놀람의 연속인 법인데.
이 작품에서는 하찮음이 그 자리를 대신합니다. 드문드문 아니 꽤 자주 등장해요. 할리킹인데 가진 자가 영, 모양새가 안 납니다.
나름의 사연이 있는 캐릭터이긴 하지만 설정을 더 한다 해도 충분히 넘치는 조건인데, 참 많이 홀대받습니다.

 

시작부터 취급이 하찮아요. 물론 갑님이시죠. 갑질도 제대로 하시고. 하지만 각종 새끼를 찾게 만드는 갑질을 해주신 덕에 무려 소설 첫 문장부터 갖은 욕, 악담을 먹으며 시작합니다. 문장도 아니에요 무려 문단. 이 무슨... 주인공 취급이 이토록 하찮을 수가 있나... 정을 쌓기도 전에 동정심이 무럭무럭 자라났지만, 앞서 말했듯 갑질을 제대로 해주셨기에 오래가진 않았습니다. 현실 욕을 소환하게 만드는 짓들을 참 많이 해주셨거든요. 엄청난 속도로 주인공 은수에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주었죠.
주인공들의 재회가 이런 식인데, 아련 씁쓸... 어울릴 리가 없죠. 하지만 두 사람의 과거는 이보다는 추억 보정이 제법 됐습니다. 물론 상대적일 뿐이지만.

 

학창시절 이야기는 마치 필터를 한 겹 입힌 것인 마냥 훈훈했어요. 사실 이 또한 훈훈과 한참 거리가 있는 내용이긴 했습니다. 흔히 재회 키워드라고 하면 첫사랑 최소 짝사랑 정돈되던데, 아무리 못해도 썸 비슷한 것쯤은 되던데. 둘은 정말. 심지어 마이너스 관계로도 애매한 위치였습니다.
이사장의 아드님과 평범한 은수는 성적이 나올 때에나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즉 아무 사이도 아니었어요. 1등과 2등, 고정된 등수라 매번 이름을 맞대고 있을 뿐 접점이 전혀 없는 관계였죠.
사실 과거 설명은 여기서 마쳐도 충분할 정도지만. 도무지 지나칠 수 없는 설정 하나가 있어 좀 더 부연설명을 붙입니다.
공부를 조금 잘할 뿐인 은수와 달리 창효는 주렁주렁 많은 것들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저렇지? 막연한 동경 부러움 정도의 감정을 가지고 있는 거리감 상당했던 두 사람은 모 사건을 계기로 급하게 가까워집니다. 마치 찰싹 붙어있던 이름처럼 현실에서도 딱 붙어 지내게 되죠. 정말 누구보다 가깝게, 조창효 이름 아래 김은수가 있었듯 현실에서도 조창효과 바로 옆은 무조건 김은수 차지였죠.

 

계기는 다름 아닌, 이사장 아드님의 남모를 비밀을 은수가 알아버렸다는 것. 은수의 탓이 아니었는데. 그저 다시 교실에 가야 할 일이 있었을 뿐이고, 훤히 개방된 교실에서 그 비밀 이야기를 떠든 건 갑님과 그 친구분이었을 뿐인데.
은수는 순식간에 애물단지, 처치 곤란, 별수 없이 곁에 두고 감시를 받는 입장에 놓이게 됩니다.
동경했고 부러워했지만 이런 관계를 바란 건 아닌데. 둘의 급격한 친분은 그 누구도 반기지 않았습니다. 은수 본인도 창효의 곁에 붙은 친구 비슷한 존재들도. 모두가 못마땅한 상황이었죠. 조창효는 적어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았으니 결국 얘만 속 편했다고 봐야겠네요.
그저 참을 수밖에 없는 은수와 달리 주변의 몇몇들은 종종 불만을 토로했고, 그 날도 어김없이 제 성질을 부려댔는데. 상황이 좋지 않았어요.
비참한 순간. 은수는 결국 울음이 터지고, 때마침 조창효가 나타나지만 은수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칩니다.
보통은 이런 순간, 짠하고 나타난 주인공이 눈물이 쏙 들어갈 만큼 멋지게 악당들을 물리치고 마무리로 위로 한 마디 건네며 토닥토닥 해줘야 법인데. 주인공의 출연 타이밍은 어찌어찌 맞췄는데, 이런 퇴장 타이밍을 맞추지 못했네요. 둘의 과거는 결국 그대로 막을 내리고 맙니다.

 

은수의 과거는 그렇게 끝이 나진 않았어요. 기구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혹독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눈물이 나왔던 그 순간은 아무것도 아니다 싶어질 만큼 힘든 시간이 흐르고, 은수는 스물여덟이 됩니다.

두 사람의 재회는 우연이었어요. 은수에게는 기회, 창효에게는. 그 또한 기회였을지도 모르겠네요.
초반 상사의 갑질에 욕을 욕을 하는 은수를 보고 마냥 힘겨운 직장 생활을 하는 줄 알았는데, 한 방 두 방 아니 수십 방 먹여가며 나름대로 속 시원하게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창이라고, 반항 아닌 반항이 가능한 생활이라 다행이다 싶었어요. 너무 속 시원하게
그래도 나름 나이를 먹었건만, 유치원생들마냥 유치한 싸움을 이어가는 두 사람.
주변인들에겐 훤히 보이는 관계이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한 방 먹였다며 유쾌해 하고 당했다며 분해하는 쌈박질일 뿐입니다.

 

창효의 시점이 나왔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전 너무 빤히 보이는 행동 탓에 당연히 기정사실, 자기 마음 정도는 알고 있을 거로 생각했어요. 유치한 대거리를 하는 두 사람이지만 그래도 너무 뻔한 마음을 정말 몰랐다니. 심지어 별거 없었던 과거, 그것도 은수의 시점에서 봤던 일방적인 과거의 장면에서조차 창효의 마음 정도는 훤히 보였는데.
이렇게 자기 마음도 모르는 어린놈과 아직은 마음 한 톨 없는 놈이 만났으니, 과연 이 주인공들 잘 될 수 있을까... 희망이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쓰니 굉장히 서정적인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아예 정반대 분위기에서도 이런 결론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으로 알았어요. 하긴 연애소설에서 이런 걸 알 기회가 있을 리 없죠... 후...
그 어떤 꼬인 관계보다, 그저 동창일 뿐인 둘의 미래가 더 깜깜했습니다.
그 정도로 주고받은 것들이 참 많았어요. 좋아하면 괴롭히고야 마는 미숙한 창효의 행동이 쌓은 것이기에 할 말이 없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둘 관계 진전이 보이려나 진심으로 걱정근심이 들려던 차, 사건이 터집니다. 창효의 지갑을 잃어버리고만 은수. 소중해 보이는 사진까지 있었던 지갑을 잃어버리고 은수는 사색이 되고 맙니다.
하지만 의외로 아무렇지도 않게 넘겨버리는 창효. 은수가 덜덜 떨며 진심으로 미안한 마음을 표했기에 태연히 반응한 것이었지만 은수가 거기까지 알 리 없죠.
밥이나 사라며 데려간 식당은 휘황찬란했고, 가격조차 없는 메뉴판에 은수가 또 다른 걱정에 휩싸여있을 즈음. 테이블에 누군가 접근합니다.
과거의 악연. 여전히 입으로 쓰레기를 뱉는 이들에게 산전수전 겪으며 강해진 은수는 속 시원하게 한 방 먹이지만, 쉽게 물러설 이들이 아니죠. 그 정도 눈치가 있었다면 진즉 철이 들었을 테니. 간단히 떨어지지 않습니다.
결국, 시비에 휘말리게 된 둘. 싸움이 커진 것도 문제지만 그 과정에서 상처받은 창효의 모습에 은수는 마음이 좋지 않습니다.

은근슬쩍 창효의 집안 사정은 눈치챌 수 있었지만, 막상 실체가 드러나니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안쓰러웠어요. 저런 인간들 사이에서 그동안 얼마나 힘들었을지. 어릴 적부터 계속된 창효의 난독증이 떠올라 속이 뒤집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창효는 그들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은수만 싸고돌 뿐입니다. 본인에 대한 말에는 부들부들 떨면서도 끝내 참아냈던 창효가 은수를 향한 비아냥에는 끝내 참지 못했듯, 집안과 주변의 압박에도 아랑곳하지 않던 창효는 은수의 너 나 좋아하냐 한 마디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어쩔 줄을 모릅니다.
마음을 들키고 심지어 사고 수습을 위해 미국행이 결정된 창효는 드디어, 적극적으로 돌변합니다. 어딘지 씁쓸함이 느껴지는 마지막 기회. 어린아이처럼 툴툴 심술을 부리는 것이 애정 표현의 한계였던 창효가 대놓고 표현하며 데이트해달라며 제안합니다.
창효가 신경 쓰이지만 연애라니 말도 안 된다며 도리질 치던 은수는 그와의 시간을 보내며 점차 마음이 열립니다. 하지만. 스물여덟 인생 연애와 인연이 없었던 모태솔로들은 쉽게 이어지진 않아요.


허무한 이별. 이년의 시간. 뒤늦게 깨달은 마음에 마치 실연을 한양 피폐한 삶을 이어가는 은수.
아니 얘들아, 이렇게 훤한 마음이면 얼른 만나서 얘길 해...
이 연애 고자들을 어쩌면 좋으냐 답답함을 넘어 짠함이 들 찰나 연애 외에 모든 면에서 똑 부러진 은수는 내가 왜 이러고 사냐 잘 먹고 잘살자 억지 극복을 합니다.

일 년이 더해져 무려 삼 년의 시간이 흘렀고, 미국에서 성공을 거둔 창효는 귀국합니다. 사고 수습으로 쫓겨간 그가 금의환향했다는 소식을 뉴스에서 무려 창효의 사진까지 띄워 전달해준 덕에, 겨우 극복한 은수의 시간은 순식간에 물거품이 되고 맙니다. 귀국하고 한 달이 지났지만, 연락 하나 없는 창효에 분노에 휩싸이는 은수.
먼저 연락해보라는 지인의 말에도 그쪽에서 연락 하나 없는데 끝난 감정인가 보죠 생각이 많은 은수. 걔는 내 이런 마음 따위 모를 텐데 이제 와서. 자존심 따위 시원하게 버리면 좋을 텐데 쉽지 않습니다.
은수가 먼저 다가섰다면 좀 더 좋았을 테지만 다행히 창효가 늦지 않게 찾아옵니다. 그 후론 일사천리. 참지 못하고 찾아온 창효는 은수의 마음을 알게 되자 브레이크 따위 없이 밀어붙여요. 매일같이 대전 출근을 하며 은수를 보느라 여념이 없는 창효. 눈과 귀를 은수에게 집중하며 순전히 놀리기 위해 쓰던 호칭을 이제는 애칭처럼 불러댑니다.

이쯤 되면 쉽게 시작될 법도 한데, 막상 은수의 결정은 쉽지 않아요.
내가 어떻게 마음을 접었는데. 물론 반쯤 연애 비슷한 것을 시작하긴 합니다. 은수가 사랑스럽다는 듯 어찌할 줄 모르는 창효와 고민이 많은 은수. 가벼운 키스에 심장이 뛰지만, 삽질을 그만둘 수 없었던 은수의 마음이 굳어진 건 의외의 상황이었습니다. 몇 년 만에 들린 창효 사무실, 책상 가득한 본인의 사진들. 끝이 헤지고 일상의 자연스러움이 가득한 액자에 그동안의 고민이 무색하게도, 순식간에 마음이 열립니다.
두근두근 고스란히 느껴지는 창효의 마음과 그에 마음껏 휘둘리는 은수의 설렘에 읽는 저 역시 마음이 술렁였어요.
하지만. 문득 확인한 페이지 수는 저를 안달하게 했고, 감상을 쓰고 있는 지금까지 아쉬움을 토로하게 했습니다... 돌고 돌아 드디어 마음이 닿았고, 상큼한 연애 시작을 알리는 고백과 동시에 책장의 마지막이었어요. 흡.
보고 싶은 것들이 잔뜩 기대한 장면들이 잔뜩인데 아쉽게도 둘의 연애는 상상에 맡겨야 했습니다. 물론 과정이 워낙 길었고, 나름이 데이트도 했던 사이이지만. 그래도 무려 3년을 넘도록, 학창시절까지 따지면 대체 몇 년인지 모를 오랜 시간을 돌고 돌아왔는데! 둘만큼이나 어쩌면 그 이상으로, 누구보다 둘의 진짜 연애를 기다려온 사람인데! 볼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웠습니다.

 

시작 전부터 취향에 꼭 맞다고 생각했지만, 예상 이상의 수확에 만족감과 아쉬움이 함께 하네요. 그래도 볼 수 없는 장면이 머릿속 훤히 그려지는 건 작가님이 과정에 공을 많이 들여주셔서 일 거라 생각해요.
밝은 제목과 표지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순식간에 몰입했고 정신없이 읽었습니다. 짧은 글이라 자주 들여다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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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BL] 너를 다시 만난 건 2 (완결) [BL] 너를 다시 만난 건 2
디삼 / BLYNUE 블리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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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취향에 꼭 맞는 작품을 만났네요.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다소 뻔한 내용이었지만 워낙 매력 있는 캐릭터들이라 푹 빠져 봤어요. 일상 이야기도 즐거웠지만, 연애에 서툰 두 사람이 쌓는 관계가 정말 귀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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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이스케이프(Escape) (외전 포함) (총3권/완결)
오더데이트 / 더클북컴퍼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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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에 책 소개 확인을 했음에도 막상 펼쳐 들고 크게 놀랐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무거운 글이라서요. 키워드 나열에 작품의 분위기가 담기기는 어려운 법이지만 아예 정반대 방향으로 착각하기는 쉽지 않은데. 배경 설정 존재감이 워낙 커서인지 가볍고 뻔한 클리셰를 예상했어요. 오만한 알파의 아이를 가진 오메가, 결국 도망을 결심하고. 자신의 오메가가 떠나고 나서야 구구절절 후회하며 새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는 알파. 그들의 사랑 이야기. 정말로 뻔하지만 언제 봐도 재밌는, 그런 소소한 내용을 기대했습니다. 쓰고 보니 정말 단단히 오해했네요. 제 예상과 하늘과 땅 차이 즈음 날까요.
1권은 정말 쉽지 않았습니다. 작품 내 배경 설정, 세계관을 차곡차곡 설명하고 있어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절망스러웠어요.
오메가의 인권을 다룬 작품은 꽤 되지만 대부분 장르 소설이라는 큰 틀을 벗어나질 않습니다. 결국은 알파와 오메가의 사랑 이야기가 주제이기에 적정선을 넘지는 않아요. 사람들이 원하는 방향도 그쪽이고요. 하지만 이 작품은 처음부터 끝까지, 심지어 외전에서도 이를 다룹니다.
오메가 삶의 현실은 1권 가득 넘치게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처참한 오메가의 인생을 그린 장면들을 꽤 보아왔지만, 이 작품은 제 골을 흔들어버릴 정도로 충격적이에요.
작품 속 오메가에겐 인권이 없습니다. 알파를 주인님이라고 부르며 마치 애완동물과 비유되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소유물에 더 가깝습니다. 생명으로 다뤄지지조차 않아요.
의도적으로 백치처럼 길러지다 보니 실제로 작품내 등장하는 오메가는 마치 무지한 어린아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순진하고 아무것도, 알파에 의해 허용된 정보 외엔 그 어떤 지식도 얻지 못해 본인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조차 깨닫지 못하죠. 그들은 지능이 떨어지는 게 아님에도 살아가며 지능을 쓸 기회를 아예 박탈당합니다.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기본적인 감정만이 살아있는 상태라 부러워하면서도 해코지할 생각은 하지 못하는 이들이죠.
이러한 일률적인 삶에서 툭 삐져나온 것이 바로 주인수 글리입니다. 글리는 오메가 공장에서 자랐어요. 기함이 절로 나오는 표현이죠. 오메가 공장. 어떤 곳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될 거예요. 이름에서 떠올릴 수 있는 이미지 그대로입니다. 알파를 위한 오메가를 만들어 파는, 말 그대로 공장이죠.
부모의 곁에서 자라는 자연산 오메가(이 기함할 표현 역시 작품 내 오메가의 현실을 뚜렷하게 보여줍니다)와 달리 오메가 공장에서 만난 히아신스에게 길러지다, 공장의 주인인 해켓에게 선택됩니다.
그가 어쩌다 도망을 선택하게 되었는지는 자세히 서술되지 않아요. 해켓은 그를 특별하다고 표현하지만 이미 한참 전에 콩깍지가 씐 이의 말은 신뢰하기 어렵죠. 글리가 다른 오메가와 특별히 다른 부분이 있는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글리에게는 현실의 부조리를 자각할 기회가 있었고, 사소한 깨달음이 그를 결국 도망치게 했겠죠.
위험하지만 자유로웠던 생활의 끝. 글리는 결국 다시 붙들려옵니다. 그리고 그의 오메가로서의 삶이 다시 한번 시작되죠.
개처럼 목걸이를 걸고 옷을 입는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 생활. 밥은 식탁 아래 엎드려 주인님이 바닥에 던져주는 고기를 핥아 먹어야 했습니다.
끔찍한 삶임에도 저택의 다른 오메가들은 그를 부러워했어요. 그들에게는 주인님의 손길, 사랑을 받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으니까요.
글리에게 중요한 일은 그와는 많이 달랐습니다. 그는 인간다운 삶을 겪었고, 자유를 억압당하며 인권조차 없는 이러한 삶을 끔찍하게 생각했어요. 주인님의 사랑은 그가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많은 것을 알고 있는 만큼 두려움 또한 알고 있었고, 차마 주인을 거스를 수 없었어요.
병원에서 강제 각인을 받고 주인에게 굴복하지 못하는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글리는 분노와 증오와 그리고 한편으로는 사랑을 깨닫게 됩니다.
끊임없이 자유를 갈망하면서도 언젠가 주인이 자신을 버리게 될 그 날을 두려워합니다.
정신적으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는 글리. 해켓은 그런 그를 소중하게 다뤄주지 않습니다. 분명 글리를 특별 취급하지만, 그의 방식은 글리를 위한 것은 아니었어요.
다정하지만 목적이 있었고 다른 알파들과 달리 오메가인 글리를 특별하게 대하지만 여느 알파처럼 교육하려 했죠.
끔찍한 순간들을 보여주고 겪게 하며 글리를 그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했어요. 그게 설령 글리의 불안을 이용하는 것일지라도 서슴지 않았습니다.
글리는 오메가로서의 삶이 주는 괴로움보다 그를 사랑함으로써 얻게 되는 상처가 더 끔찍했어요. 결국, 그의 아이를 가지게 되고 해켓의 첫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에 기뻐하면서도 두려워하는 글리.

하루하루가 반항조차 생각하지 못할 시간이 흐르고, 그즈음이 되어선 더는 글리의 정신이 버텨내질 못하게 됩니다. 불안정한 글리를 위해 해켓은 공장 방문을 허락하고, 히아신스와의 만남도 계속 이어가게 해주지만, 글리는 그녀에게서 자신이 진정 두려워하던 미래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절대 자신을 떠나지만은 말라던, 그럼 뭐든 용서하겠다던 해켓의 말을 뒤로하고 또다시 도망을 시도하지요.
이번 시도는 오래 이어지지 못했어요. 느긋하게 시기를 계산해가며 여유를 부렸던 해켓이 이번은 초조하게 안달을 냈거든요.
각인. 다시 끌려간 저택에서 글리는 해켓이 자신에게 자연 각인을 했다는 사실을 듣게 됩니다.
주인의 사랑을 갈구하던 그 어느 날이었다면 그 말이 조금 다른 의미로 다가왔겠지만, 이미 반쯤 정신이 날아가 버린 글리에게 해켓의 각인 사실은 부정적으로 다가올 뿐입니다. 그에 더해 해켓의 과거와 오메가 공장이 생기게 된 이유까지, 오메가인 글리에게는 알려지지 않았고 알려줄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된 후 글리는 폭발하고 말아요.
과연 두 사람의 사이가 회복될 수 있을까. 관망하는 입장에서조차 비관적인 생각을 하게 될 즈음, 다행스럽게도 해켓이 잘못을 바로잡습니다. 글리 또한 분노를 한 걸음 거둬요. 이대로는 결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는 걸 깨달은 두 사람은 지금까지의 주인과 소유물 관계를 지워버리고 인간 대 인간으로, 새로이 관계를 만들어 나가기로 약속합니다. 글리가 그렇게나 원했던 인간 다운 삶. 애초 살아온 시간이 달랐기에 이해하지 못했던 그 바람을 해켓은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 합니다.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노력해요. 단숨에 변화를 기대하긴 쉽지 않겠지만 그들은 상처받더라도 함께 하기로 합니다.
글리는 알파인 벡터를 낳게 되고, 언젠가는 오메가 딸을 낳고 싶다는 말을 해요. 오메가를 낳을까 봐, 그 아이가 자신과 같은 삶을 살아가게 될까 봐 불안에 떨었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자식이 결코 그러한 삶을 살지 않도록, 그 아이의 머릿속에는 끔찍한 오메가의 삶이 절대 깃들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합니다.
물론 현실이 그렇게 쉽게 바뀔 수는 없어요. 글리와 해켓의 삶에선 차별이나 주종관계가 더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들이 사는 시대는 여전히 오메가 차별이 존재합니다. 해켓의 영향력으로 많은 인식의 변화가 있었지만 완전한 건 아니었어요.
외전에선 두 사람의 애정 어린 일상과 함께 이러한 현재 진행을 보여줍니다. 앞서 말했듯 무거운 주제가 잠깐 머물다 가는 것이 아닌 3권을 꽉꽉 채워 다뤄져요.
사전 정보를 조금이나마 알고 시작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권수가 적은 게 아니다보니 어느 정도는 내용 확인을 하고 시작해야 덜 지칠 것 같아요. 쉬운 내용이 아닐뿐더러 잔혹한 현실을 보여주기 위해 많은 페이지와 반복되는 장면들이 꽤 많습니다. 다채롭지 않은 삶, 단순한 취급을 표현한 것이겠지만 내내 고통 속에서 불안정한 글리의 내면을 엿보기란 쉽지 않아요.
하지만 자극적인 설정보다 그로 인한 글리의 감정 변화에 집중해 표현해서, 인물에 몰입해 고통을 나눌지언정 불쾌하지는 않았어요.
가볍게 읽으려던 생각으로 펼쳤는데 어느새 푹 빠져 마지막 장을 넘기네요.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으려 노력하는 두 사람, 해켓과 글리 아래에서 자라난 빅터는 제법 괜찮은 사람이 될 테죠. 알파가 아닌 사람이요. 물론 좋은 사람은 아닐지 모릅니다. 실수한 사람에게 권력을 휘두르는 것은 가차 없을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불합리한 부분에서 차별을 하거나 이유 없이 자신을 우위에 놓고 제멋대로 굴지는 않을 겁니다.
연애 분량이 많지 않아 아쉽지만 이미 시간이 제법 지난 외전의 말랑말랑한 분위기가 그사이의 일들을 짐작하게 해주어 나쁘지 않았어요. 사소하게 삐치고 다투고 화해하며 베타 커플 같다며 좋아하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습니다. 글리의 생을 망쳐버리고 그에게서 다시 돌려주지 못할 것들을 빼앗아버렸다는 해켓. 담담하게 뱉을 뿐이지만 그 어떤 처절한 후회보다 와닿았습니다. 눈치를 살피며 기타 고용인들의 조언까지 얻어가며 글리를 위해 한 발 한 발 나아가려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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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BL] 이스케이프(Escape) (외전 포함) (총3권/완결)
오더데이트 / 더클북컴퍼니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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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폐 키워드 확인하셔야 할 것 같아요. 인간이 아닌 부속품 취급받는 오메가의 삶이 끔찍합니다. 주인공이 처한 현실에 대한 서술이 제법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어 어느 정도 각오를 하고 시작해야 덜 가라앉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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