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

[전자책] [BL] 안 편한 사이 2 (완결) ㅣ [BL] 안 편한 사이 2
이은린 지음 / 페르마타 / 2020년 2월

표지를 보며 홀로 그려본 관계도가 있다면 버리세요. 그 상상 아닙니다. 나란히 세 명이 서 있다는 점만 주목했지 양쪽의 인물이 판에 찍은 듯 똑 닮았다는 건 눈여겨보지 않았는데, 그게 포인트였습니다.

아주 가벼운 글이에요. 예전의 감성을 떠올리게 만드는 쾌활한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처음에는 시점이 반대라 저딴 인간이 주인공이라니 부들부들 떨었는데 아니었어요. 정반대로 뒤집어 보니 딱 예전 그 감성에 맞는 인물 구도였습니다. 적당히 민폐기가 있고 유쾌한 상황이 이어지며 자연스럽게 관계가 발전하는 이야기.

적고 보니 적당한 민폐 수준은 아니네요. 좋아한다는 이유로 플러스 선배라는 이유로 각종 민폐랑 민폐는 잔뜩 하다 결국 돌려받는 내용입니다. 자기 필요할 때마다 불러대고 각종 심부름에 과제까지 죄다 후배에게 맡겨버리는, 진상도 이런 진상이 없어요.

주인공의 설정은 표지에서 대놓고 스포해주었듯 평범한 대학생 사실은 폭력조직 후계자 정도 되겠네요. 아주 가볍고 뻔한 이야기이지만 허술함이 크진 않아서 즐겁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한 단계 볼륨을 높여둔 것 같은 느낌의 대사도 발랄한 상황들도 유쾌함이 넘쳐 흐릅니다.

(일방적인) 악연이었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은 비록 설렘은 덜 하더라도 즐거움을 느끼기엔 충분하죠. 시트콤을 보는 마음으로 시종일관 웃으며 읽었어요.

한껏 진상짓을 해대던 선배가 후배의 정체를 알게 되고 좋아하고 뭐고 일단 살고 봐야겠다 설설 기며 피해 다니지만, 도리어 그 사실을 알게 된 후배에게 지금껏 했던 짓들을 그대로 돌려받는 이야기입니다.
아니 오히려 선배는 영리하게 이용하지 못했다면, 후배는 영리하게 상황을 이용해가며 선배의 속까지 탈탈 털어버려요.
이를 갈면서도 저항하지 못하는 선배와 이 상황이 제법 만족스러운 후배. 대체 이런 두 사람의 관계가 어떻게 발전이 가능한 것인지. 글이 제법 진행되었음에도 여전히 투닥투닥 하는 사이인 두 사람이 어떻게 연인이 될 것인지 궁금했는데 이 또한 가볍게 술술 풀립니다.

시종일관 유쾌한 이야기라 부담 없이 읽었어요. 설정이 촘촘한 작품이 아니라서 즐겁게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습니다.
아쉬운 부분도 물론 있지만 이 또한 사소하게 넘길 수 있을 부분들이고, 대체로 즐거운 상황이 이어져서 웃으면서 봤어요. 나름대로 감정선도 깔끔하게 잘 그려주셔서 페이지를 넘기며 자연스럽게 따라갈 수 있었습니다.

두 주인공의 성격이 매력적인 데다 마지막까지 캐릭터를 잘 살려주셔서 흔한 상황도 특색있게 다가왔습니다.
설정만으로 재미가 보장된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유쾌한 글이라서 2권 분량이 몹시 짧게 느껴졌어요.
예전 명랑 감성에 거부감이 없으시다면 가볍게 유쾌하게 읽을 작품으로 추천해요.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