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멜로우 (외전) - Another Story 1 [BL] 멜로우 3
니타 지음 / 베아트리체 / 2020년 2월
평점 :
판매중지


두 사람의 후일담을 보고 싶어 혼났습니다. 외전 출시 소식을 들은지 한참인데 신간란에 모습은 모이질 않고, 안절부절 혼자 끙끙 앓았어요. 언제쯤이면 만나볼 수 있으려나 마음 졸이던 때에 드디어! 알라딘에서 출시된다는 소식을 듣고 단번에 달려왔습니다. 기다림이야 언제나 긴 법이지만, 이번은 유독 힘든 시간이었어요 흡ㅜㅜ
외전이 나온 김에 본편도 다시 한번 열어봤어요. 언제 봐도 흐뭇한 두 사람입니다. 짤막한 외전이라 훌쩍 마지막 장을 보게 될 것 같아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이 작품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연하공의 특징이 잘 살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연하 설정을 달고 나온 많은 작품을 보았지만 키워드 성격이 잘 드러난 글은 찾아보기 힘들거든요. 보통 호칭 정도의 존재감에 그칠 뿐 나이 차이가 크게 의미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숫자만 몇 개 부족하다뿐이지 능력도 재력도 기타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부족함 따위 없는 인물이 대부분이지요. 물론 이쪽도 나쁘진 않아요ㅎㅎㅎ) 멜로우의 주인공은 나잇값을 톡톡히 해주는 인물입니다. 젊고 어려요.ㅎㅎ
사실 주인공만 따로 떼어보면 아주 어린 나이는 아닌데 두 주인공 나이 차가 범상치 않아서ㅎㅎ 설정에서부터 해당 키워드를 제대로 살려보겠다는 의지가 팍팍 느껴집니다. 평범하게 한 둘, 넉넉잡아도 손가락 몇 개면 충분할 여느 작품들과 달리 사장님-신입사원(경력직) 관계에 걸맞은. 현실적인 나이 차를 보여주거든요.
나이만큼이나 지위 차이도 큽니다. 앞서 말했듯 사장님과 입사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사원, 하늘과 땅 차이죠. 젊은 회사라곤 하지만 어쨌거나 사장님은 사장님이니까요.
거기다 주인공의 나이 외 설정도 소소하게 매력 발산에 힘을 보태줍니다. 적당히 유연하게 사회생활을 하지만 책임감은 크지 않는, 살짝 가벼운 성격의 인물이라 설정이 더욱 실감 났어요. 나름대로 능력 있고 적정선에서 욕심도 부리지만 아직은 노련함이 부족한 흔한 듯 흔치 않은 주인공입니다.
지난 연애 역시 그 순간은 상대에게 충실했지만 깊게 파고들면 결국, 스스로 즐기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았죠.
이 작품의 또 다른 매력은 이러한 현실적인 면을 적당한 선에서 잘 살렸다는 점이에요. 주인공은 평범하게 연애하고 사랑을 해온 인물입니다. 물론 진지하게 평생을 함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건 함사장님이 처음이지만. 감정의 깊이와는 별개로 평범한 연애를 해왔어요. 어쩌면 누군가에겐 내키지 않는 설정일지 모르겠습니다. 전 좋았어요. 평범하게 데이트하고 영화를 보거나 함께 밥을 만들어 먹거나 여행을 하거나. 추억을 만들어 가는 것. 주인공이 현실을 떠올리게 하는 인물이라는 점이 정말 좋았습니다.
가벼운 마음으로 적당히 취향에 맞는 사람과 연애해온 주인공이 취향과 동떨어진 사장님에게 자꾸만 눈이 가고 관심이 가고 마음이 가고. 마지막 둑인 이성적인 판단을 무시해버린 선택을 해버리고.

결국 연애를 시작하기까지. 멜로우는 그 간질간질한 과정을 실감 나게 잘 그린 작품입니다.
인물의 성격이 가벼운 탓에 시작 부분에선 살짝 화가 치밀 수도 있어요. 주인공이 가벼운 만큼 주변 어울리는 인물들도 만만찮게 가볍고 마음에 차지 않는 면면들이라. 초반의 대화는 삐딱한 마음으로 보게 되거든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진지해질수록 주인공 역시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함사장님도 현실적인 면이 녹아있는 인물입니다. 나이가 쌓이도록 연애를 한 번 해보지 않았다는 점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지만(잘생기고 능력 좋은 함사장님인데... 심지어 선 자리도 드문드문 나가는데 매번 잘 안 되죠. 물론 사장님 마음이 콩밭에 가 계신 탓이지만...), 그의 첫사랑 이야기는 누구든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할만한 사연이에요.
상대와 같은 마음을 품고도 어긋난 타이밍 탓에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는 점. 소설 주인공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한 번쯤 겪을 흔한 사연이죠. 주인공 자리를 차지한 게 누구냐에 따라 앞으로의 전개는 달라지겠지만, 어긋나버린 인연 정도는 지나가던 엑스트라에도 있을 법한 과거니까요.

흔하고 뻔한 이야기지만 언제봐도 안타까운 이 설정은 우리 함사장님을 오랜 시간 미련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합니다. 주인공 두 사람 연애사 외엔 철저하게 무관심한 편인데 이 작품 속 과거 연애는 나름 집중해서 봤습니다. 잔잔하게 흐른 서술 덕분에 큰 동요 없이 웃고 안쓰러움에 찡그리고 털어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돌고 돌아 다시 한번 맞춰보려고 하지만 이번 시도마저 늦어버리고만, 탄식 없이 볼 수 없을 상대방의 사연 역시 현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용기가 부족했고 선택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별수 없죠.  

 

제목의 동글동글 부드러운 어감만큼이나 간질간질한 연애의 시작과 과정을 잘 보여준 글이었어요. 마냥 달콤한 면만을 그린 글은 아니었지만 잔잔하면서도 폭발하듯 열정적이고, 한편으론 영원을 떠올리게 하는 감정을 그려주어서 여러모로 만족스럽게 잘 읽었습니다.
특히 어리고 살짝 철이 덜 든 연하공 시점이라, 색다른 장면들이 많았어요.
양가 어른들을 모셔 상견례 비슷한(게 아니라 상견례죠...파격적이었습니다 하하...) 자리를 만들어버린 다소 무모한 에피소드에선 얼이 빠져 헛웃음이 나오기도 했지만. 어쨌거나 결과는 좋았으니 웃으며 봤습니다. 함사장님의 노련함이 여기서 빛을 발하네요.
벚꽃을 떠올리게 만드는 따스하고 간질간질한 글이라 갑작스럽게 무거운 전개가 나오진 않을까 염려했는데 마지막까지 유쾌하게 흐른 것 같아 좋았어요.

외전이 너무 짧아 아쉬웠지만 기다렸던 두 사람의 후일담을 볼 수 있어 기뻤습니다. 잔잔한 일상, 짧은 에피소드에서도 두 사람의 성격이 고스란히 보여서 끝까지 몰입이 깨지지 않았어요. 많이 다른 두 사람, 설렘으로 시작한 연애가 어떠한 형태로 흐를는지 궁금했는데 둘의 차이를 나름의 방식으로 좁혀가는 모습이 그려져 흐뭇했습니다. 내심 걱정스러웠던 부분을 긁어주신 것 같아 상쾌했어요. 나에게 좀 더 의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나 나름의 표현으로 일상을 공유하는 것이나, 소소한 후일담 정도를 기대했는데 기대 이상의 무게 있는 이야기를 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만족스러웠습니다.
애정이 컸던 인물들이라 꾸준히 잊지 못하고 떠올리곤 했는데, 다시 만나게 되어 기뻤어요. 즐거웠습니다. 잘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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