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BL] Dear. George; 디어 조지 4 (완결) [BL] Dear. George; 디어 조지 4
우주토깽 / W-Beast / 2019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꼭 다시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라 발간 소식을 전해 듣자마자 곧바로 구매를 했습니다.

예전 사이트 연재 때 열심히 챙겨 보았던 작품이에요.

읽으면서도 작가님을 전혀 떠올리지 못했던 데다 후에 작가님 이름을 확인하고도 놀라움이 컸던 글입니다. 평소 그려주시는 이야기와는 조금 다른 분위기의 글이라 그랬던 것 같아요.

디어조지는 제목이 글의 이미지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어떤 느낌의 글인지 어떤 분위기의 글인지, 제목을 보고서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게 합니다. 사실 작품 속에서는 존재감이 크게 없는, 등장부터 몇 번 되지 않는 제목이지만 이상하게 분위기가 잘 담겨있어요. 두 사람과 그들의 과거와 미래와 모든 것이요.

글만 접했던 당시에도 그렇게 생각을 했었는데, 발간되어 표지에 쓰인 제목을 보니 또 한 번 같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깊이 묻어두었던 몇 년 전 기억을 꺼내들게 만드는 감성적인 표지까지 더해져, 순식간에 글에 몰입하게 되었어요.

선호하는 키워드가 아니었고 다시 읽게 되기까지 시간 흐름이 있다 보니 제 취향도 많이 바뀌어서 과연 그때처럼 그때 만큼 재미있을까 싶었는데 푹 빠져 읽게 됐습니다.

 

설정을 풀어가는 과정이 필요한 작품이다 보니 글이 조금 깁니다. 사실 이전에는 분량이 길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했었는데 한동안 이북 작품을 많이 접하다 보니 중간중간 조금 쉬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권수부터 4권이니 이북에서는 굉장히 긴 장편이죠.

하지만 순전히 분량 때문만은 아니었고 두 주인공이 처한 상황에 멈칫하게 되었던 것도 있어요.

어린 나이 조지가 겪고 있는 현실이 너무 끔찍해서 화가 치밀어 올라 힘들었습니다. 예전에도 분명 화는 났었지만 이런 감정과는 달랐던 것 같은데 나이를 먹고 보게 되니 살짝 달라진 방향으로, 조금 더 크게 분노하게 되는 것 같아요.

조금 냉정한 말일 수도 있지만 다른 작품이었다면 강석원의 배경 설정이 취향에 맞지 않아 분명 거부감을 느꼈을 텐데, 이 작품은 지현이의 가정환경이 너무 끔찍해서 배경에서 취향을 따질 여력이 없었어요. 오히려 누구의 방해도 없는 두 사람이 안정을 느끼는 공간이 있다는 것에 안도하고 그곳에 지켜줄 어른 하나 없이 단둘이 서로를 보듬고 있는 것에 안타깝고, 그랬습니다.

 

평범하지 않은 설정을 담고 있지만 그럼에도 굉장히 일상적인 느낌이 드는 글이에요. 일상이 가장 잘 표현되는 학창시절을 주로 그리고 있어 그런 것 같기도 하고요. 학교를 세세하게 묘사하는 작품은 아니지만 학업에 충실한 주인공이 등장하고 그들이 사용하는 단어들이 자연스럽게 학교생활을 떠올리게 해서 그랬던 것 같습니다.

회귀를 했다는 것 외에는 판타지 요소가 없는 데다 회귀 설정의 다른 글과 다르게 전후의 변화가 크지 않아 그런 것도 있어요.

물론 중요한 결과는 크게 변하지만요. 다행히도.

 

회귀물이다 보니 초반에는 빠르게 전개됩니다. 얼른 7년 전으로 돌아가야 하니까요. 두 사람의 재회와 과거 회상을 통해 시작한 글은 빠르게 회귀해 새로운 미래를 쓰게 됩니다.

회귀라는 기회가 주어지게 된 상황을 보여주고 그의 간절함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해줘요.

사랑하는 상대가 나 때문에 꿈을 잃었다는 것

그에게 또 한 번 상처를 주게 되었다는 것

결국 진짜 끝이 나버렸다는 것.

비참한 현실. 조지는 다른 무엇보다 첫 번째를 바꾸겠다고 결심합니다. 그의 미래를 위해서 그를 포기하기로 해요. 물론 오래가지는 못합니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그와의 관계를 제 손으로 끊기엔 조지가 강석원을 너무 좋아하거든요.

모범적인 조지가 피해보려 나름대로 여러 시도를 해보지만 과거 몇 번의 상황을 사라지게 만들었을 뿐 결국 두 사람은 관계를 만들어버립니다. 오히려 사라진 상황들이 아쉬워지는 시도였죠.

강석원이 조지에게 관심을 표한 이후로는 두 사람 사이의 연결점을 끊어버리겠다는 해결책은 더 이상 시도할 수 없게 됩니다. 그의 관심을 냉정하게 쳐버리는 짓을 조지는 절대 할 수 없으니까요.

그와 감정을 나눌수록 조지는 변화에 대한 결심을 굳힙니다. 실패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생각하고 또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조지는 필사적으로 틀어지려는 방향을 바로잡고 그가 놓아버렸던 미래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해요. 그 과정에서 몇 가지 법칙을 알아챕니다. 물론 쉽게 얻지는 못해요. 끔찍한 현실을, 계속해서 끔찍해지기만 하는 현실을 눈앞에 들이밀어 가슴에 생채기를 내고서야 깨닫게 됩니다.

그는 혼자서 이 상황을 해결해야 했고

없었던 것처럼 지나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완전하게 지워버리지는 못한다는 점을 깨닫죠. 무슨 짓을 해도 막을 수는 없다는 것을요.

조지를 사랑하는 강석원은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는 아무것도 알 수 없고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조지가 답답하고 그가 겪는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는 스스로의 약함에 절망합니다.

몇 번의 위기는 그러한 두 사람의 깊은 애정 탓에 벌어지죠. 그래서 더 안타깝고 더 강하게 몰입할 수 있게 합니다. 그러면 안 된다는 걸 분명 알면서도 차마 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그들의 깊은 감정을 다시 한 번 느끼죠.

마음먹은 대로만 흘러가지 않는 상황은 이전과 다를 바 없어 보이면서도 분명 차이를 보입니다. 힘든 상황이지만 희망은 끝까지 버리지 않도록 분명 길이 보였습니다.

조지가 홀로 고군분투 어떻게든 변화를 이끌어 내려 노력하지만 여러 차례 실패를 겪고, 결국 큰 줄기는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돼요.

큰 줄기. 그들의 과거는 여러 차례 가지치기를 한다고 해도 견딜 수 없는 혹독함인데. 따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버립니다.

절대 바꾸지 못하는 미래. 7. 게다가 상대에게는 정확하게 설명의 말도 전하지 못하고 7년의 공백을 만들어야 한다는 게 너무 절망적이었어요.

받아들이기 힘들어하는 강석원이 안쓰러웠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똑같은 행동을 하면서도 과거와는 다르게 조지는 해결책을 찾았고 절대 하지 않아야 할 몇 가지를 기억하며 상대와 믿음을 나눕니다.

실수를 결코 반복하지 않겠다고 결심하고 7년 뒤를 기약하죠.

이대로 7년이 흘러버리는 건가 그 시간이 아까워 답답함이 밀려왔는데. 다행히 7년이 아무것도 없이 흐르진 않았어요.

너무 긴 시간을 돌아 돌아 허비했다는 건 여전했지만, 그래도 두 사람은 7년의 기다림을 조금의 접점으로 채웠습니다.

조지의 바람을 깨트리지 않을 허락된 정도의 접점이 그들 사이에 있었어요.

그로 인해 강석원은 그 해 국가대표 선수가 되지 못했고 조지는 평생 짊어질 병을 얻었지만 7년의 기다림을 견딜 수 있게 해줄 전화 통화를 조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7년을 지나 왔을 때는 저 역시 조지만큼이나 불안했어요. 이제 괜찮은 건가. 아마 이 불안은 두 사람이 함께하는 시간을 조금씩 쌓아가며 자연스럽게 해소가 되겠죠.

조지가 이룬 변화가 벅차올랐습니다. 강석원이 포기하지 않은 미래가 조지만큼이나 기뻤어요.

절대 벗어나지 못할 것 같아 두려움이 커졌던 부모의 존재가 더 큰 울타리 밖으로 튕겨나간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는 커다란 짐승이 발톱을 내밀고 달려들어도 안전할 수 있으니까요.

조지가 만났던 인연이 여전해서 좋았고 혼자가 아닌 모두의 도움으로 과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러웠습니다.

조지의 곁에 강석원만이 아닌 모두가 함께해서 좋았어요.

그들의 시작이었던 편지 속 디어 조지는 사라졌지만 반지로 다시 만날 수 있어 좋았습니다.

 

마지막 외전까지 읽고 나니 정말 좋았어요. 조지의 후회와 고군분투만을 알고 있어 아쉬움이 있었는데 짧은 외전을 통해 과거가 아주 조금, 정말 조금이지만 내 예상보다는 조금 덜 끔찍했던 것 같아 다행스러웠고, 그들이 다시 만든 미래가 그 시작부터 두 사람의 바람을 담고 시작된 것이라는 것이 좋았습니다.

 

조금 아쉬웠던 부분은 시간을 거슬러 돌아간 조지의 나이가 크게 실감이 안 되었다는 점이에요. 물론 7년의 차이를 글로 표현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오히려 조지보다 신체나이 스무살 강석원이 더 어른스럽게 느껴질 때가 많아서 아쉬웠습니다.

조지의 성장과정, 방치된 트라우마를 생각하면 노련한 대처가 오히려 말이 안 되는 상황이라 가정 내에서의 상황은 이해가 되지만, 두 사람의 관계에서는 그래도 차이가 느껴졌으면 했는데 전혀 보이지 않았습니다. 강석원이 두 살이나 많고 경험이 다르고 여러 가지를 고려하면 납득은 되지만 그래도 어린 나이 강석원의 미숙함은 보이는 반면 조지의 어른스러움은 보이지 않는다는 게 아쉬웠습니다.

분명 두 사람에게는 벌어진 시간이 존재하는데 오히려 선배와 후배라는 관계가 더 부각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게다가 애정은 4권 내내 충분히 보여줬다지만 그래도 험한 산을 오르내리는 기분으로 달려왔는데 정상의 상쾌함이 비교적 짧은 느낌이라 그 점도 아쉬웠습니다.

물론 7년 후 두 사람의 일상을 더할 나위 없이 깔끔하게 담아주었고 주변 인물, 과거 잔재까지 정말 깨끗하게 정리해주었지만 그래도 역시 이런 내용은 길면 길수록 좋으니까요.

감정 위주의 글이고 두 사람의 위기를 조금 더 치열하게 더하고 더하다 보니 악역이 지나치게 악만 남은 느낌이라 그 점도 아쉬워요. 분명 저런 사람 현실에 없다곤 말 못 하겠지만 글은 생동감을 표현해주어야 전달이 되니까요. 조지의 부모님이나 최기열이나 미술 선생이나 캐릭터다 보니 생생함이 조금 떨어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오히려 조지에게 작게 상처를 주었던 관장님이 적당한 선에서 현실적인 느낌이 들어 더 생생하게 느껴졌던 것 같아요.

 

몇 가지 아쉬움은 남지만 그래도 역시 읽어서 좋네요. 이북을 접하면서 가볍게 유쾌하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선호하는 쪽으로 취향이 바뀌어서 살짝 걱정을 했거든요. 기억을 되살리면서 분명 보고 싶었던 작품인데 다시 읽을 수 있을까, 조금의 암담함 두려움이 있었는데 정말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깊게 몰입해 읽다 보니 취침 시간도 잊고 빠져들어서 다음 날 일어나는데 고생했어요.

기억 속에만 남아있던 조지의 치열함을 다시 보게 되어 기분이 묘했습니다. 훨씬 더 힘들게 그 시간을 견뎌왔구나 대견했어요.

당분간은 디어 조지의 감성에 푹 빠져 지내게 될 것 같습니다. 잘 읽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