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지나의 대망 1
송지나 원작, 이원준 각색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3년 4월
평점 :
절판


드라마로 보았을 땐 그저 ‘대망’이 주인공 재영과 여진의 사랑이야기인줄만 알았다. 그러나 책을 읽으면서 이 책엔 주인공이 재영만이 아닌 모두라 생각되었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사람이 있었다. 난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 인물은 바로 재영의 형인 박시영이다. 그는 잔인하고 냉정한 사람으로 모든 이에게 비춰진다.

그러나 그는 누구보다 마음의 상처를 갖고 있는 그 상처를 보이고 싶지 않은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무예에 관심이 깊어 무예를 익히며 강하게 자란 그는 겉보기엔 가슴이 있는 사람이라 느끼지 못할 만큼 냉정하지만 항상 외로움으로 가득 차 사랑 받고 싶어 한다. 동생 재영과는 달리 그의 얼굴에는 해맑은 웃음이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 같다고 할까..

그런 그에겐 사람을 죽이는 일은 한 낮 재미에 불과한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서슴치 않고 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동생의 여자 여진을 통해 그 또한 감정을 가진 사람이라 느끼게 된다. 여진을 통해 그는 처음으로 사람답게 살고 싶다는 느낌을 갖는다. 그러하기에 누구에게도 뺏기고 싶지 않았지만 자신의 동생에게 마음을 준 그녀를 보며 그는 괴로워한다. 쉽게 남을 믿지도 못하고, 쉽게 남에게 자신을 내보이지도 않고, 쉽게 남에게 사랑을 주지도 못하는 그를 보며 나는 그에 대한 연민이 가슴 한 구석에 치솟았다.

박시영 입장에서 보면 세상은 참으로 재미없고, 모든 인간이 어리석게만 보인다. 그의 말 중 이 구절이 생각난다. ‘어려서부터 별로 애쓰지 않아도 사람들의 마음이 보였습니다. 누구나 갖고 있는 더러움과 비겁함. 그래서 저는 세상 사람들을 참을 수 없습니다. 버러지 같은 그들의 인생 속에 내가 끼어 있다는 것도 견딜 수 없습니다. 견딜 수가 없어서, 내가 무슨 짓을 하게 될지 나도 두렵습니다.’

난 책을 읽으면서 시영의 세상은 참 불쌍하구나 싶었다. 힘들고... 모든게 순탄하지 않는... 그래서 괴로운... 그래서 그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어우러져 살아가려면 서로를 위해주고 서로를 신뢰하며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를 사랑한 사람도 있었다. 왜 그는 그 사랑을 알지 못하는 걸까... 그가 받은 사랑을...그걸 알았다면 그럼 그도 더 쉽게 세상을 살아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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