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로 돌아가다 - 경제학적 맥락에서 고찰한 철학 담론
장이빙 지음, 김태성 외 옮김, 정성진 외 감수 / 한울(한울아카데미)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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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옮긴이의 후기인 동시에, 번역과 교정 과정을 통해 텍스트를 몇 차례 꼼꼼하게 읽은 옮긴이가 처음 읽는 독자를 위해 제공하는 길안내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서양에 경도되어온 한국 학술계에서 중국학자의 서양학 관련 연구서는 낯설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중국학자가 칸트의 비판철학을 연구한 결과물인 리쩌허우(李澤厚)비판철학의 비판을 한국어로 번역 출간하는 일은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해야만 가능한 일이었던 것이다. 이 책 또한 중국학자가 마르크스 텍스트를 연구한 책이기에, 중국학자의 연구서에 대한 한국 독자들의 낯선 느낌이 없지 않을 것이다.

현재 중국의 마르크스주의 연구 수준을 한 마디로 개괄하기는 어렵지만,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이후 중국 공산당이 집권하면서 마르크스주의 특유의 비판적 성격이 약화되고 마르크스주의 연구의 주류가 관변적 성격을 갖게 된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이 책은 다소 달랐다. 중국 내 관변적 학자들은 장이빙(張一兵)󰡔마르크스로 돌아가다󰡕에 대해 어느 정도 이론적 급진성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를테면 탕정둥(唐正東)「『마르크스로 돌아가다와 당대 중국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발전(2018)에서, 이 책으로 인해 중국 학계의 많은 학자들이 경전 텍스트 의식을 가지기 시작한 점, 경전 문헌을 운용할 때 뚜렷한 역사의식을 가지게 된 점, 다성악(polyphony)적인 해석 논리로 마르크스 철학 및 마르크스주의 철학의 심층적인 내용을 깊이 있게 이해하게 된 점을 그 긍정적인 점으로 들었다. 하지만 비판적 지식인들의 입장에서 보면 장이빙의 󰡔마르크스로 돌아가다󰡕주류 이데올로기 범주에서 수행되는 연구의 일환일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되 우리는 실사구시의 입장에서 장이빙의 연구 성과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저자 장이빙은 난징대학 부총장, 난징대학 마르크스주의사회이론연구센터 주임, 마르크스주의연구원 원장 등을 역임했는데, 그의 저서 목록은 그의 경력만큼이나 다양하다. 마르크스 역사변증법의 주체 국면(2002: 2)텍스트의 심층 경작서양 마르크스주의 경전 텍스트 독해(1, 2004; 2, 2008)마르크스로 돌아가다와 더불어 마르크스 및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연구서이고, 무조(無調)식의 변증법적 상상아도르노 부정변증법의 텍스트학 독해(2001), 문제설정, 징후적 독해와 이데올로기알튀세르의 텍트스학 독해(2003), 불가능한 존재의 참라캉 철학 영상(映像)(2006), 푸코로 돌아가다(2006) 등은 서양의 마르크스주의자인 아도르노, 알튀세르, 라캉, 푸코에 대한 연구서이며, 레닌으로 돌아가다철학 노트에 관한 포스트텍스트적 독해(2008)마르크스로 돌아가다와 비슷한 연구를 레닌에 대해 진행한 저서다. 특히 돌아가다의 표제가 붙은 세 권은 현상학의 취지에서 진행하는 사상의 고고학시리즈다. 그 연장선상에서 현재는 후배 학자들과 함께 개념의 맥락과 사상의 고고학: ‘마르크스로 돌아가다의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기하이데거로 돌아가다라는 표제의 저서를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저자 장이빙이 마르크스뿐만 아니라, 레닌, 라캉, 알튀세르, 아도르노, 푸코, 하이데거 등을 폭넓게 전문적으로 연구한 경력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그의 저서들의 표제로부터 그의 주요한 연구방법이 텍스트 해석학 또는 포스트텍스트학임을 유추할 수 있다.

이 책을 독파하기 위해서는 우선 세 가지 주제어를 이해해야 한다. 첫 번째는 텍스트 해석학이고 두 번째는 이 책의 부제이기도 한, 경제학 맥락에서 고찰한 철학 담론의 전환이며, 세 번째는 저자가 자신의 연구를 명명한 역사현상학이다. 이는 저자가 해제에서 제시한 다섯 개의 키워드마르크스로 돌아가다, 텍스트학 연구, 경제학 맥락, 잠재적 철학담론, 역사현상학와 중복된다. 그 가운데서도 이 책은 마르크스·엥겔스 전집2판의 최신 문헌을 효율적으로 활용해 대량의 마르크스의 초기 경제학 노트를 독해했고, 이를 철학 이론 분석과 연결시킴으로써 학술적 혁신을 완성한 책이라는 경제학자 훙인싱(洪银兴)의 평가처럼, 경제학과 철학의 융합적 해석은 이 책의 커다란 성과라 할 수 있겠다.

그러면 세 가지 주제와 다섯 개의 키워드를 주요 표지판으로 삼아 아래에서 간략한 길안내를 시작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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