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게임 - CSI: 과학수사대, 라스베이거스 #7
맥스 알란 콜린스 지음, 이수현 옮김, 한길로 감수 / 찬우물 / 2006년 2월
평점 :
품절


 CSI소설 7편인 살인게임은, 드라마로 치면 5시즌 직전, 혹은 5시즌 초반에 벌어진 사건입니다. 라스베가스 팀원들이 한 팀이 되어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던 시기이고, 또 캐서린이 새 반장이 되기 위해 에클리에게 잘보이려고 노력하던 시기니까요. 팀원들이 단합해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니까 역시 이 시절이 가장 그립더군요. 다만 그렉은 역시 연구소에 있을때가 가장 멋졌어요. DNA실을 자신만의 성역으로 삼고 그 안에서 갖은 장난에 괴짜짓을 하던 그렉이 귀여웠는데, 현장에서는 이리치이고 저리치이는 초짜 취급이라 속이 상해요. 그래도 조금씩 사건의 실마리를 던지기도 하는게 대견하기도 합니다. 7편의 사건 자체가, 대원들이 현장에서 뛰는 장면이 많은 만큼, 다른 소설에 비해서 증거수집보다는, 초를 다투는 액션장면이 많은 편입니다. 또 이제 '정형화'되어 버렸다는 CSI의 기본 플롯에서 상당히 벗어나 있기 때문에, 범인 찾기가 좀 어렵습니다. 대원들과 함께 이런저런 증거를 모아보는 재미가 꽤 쏠쏠합니다. 

 90년대가 X파일과 프렌즈의 시대였다면, 2000년대에 미국 안방을 점령한 것은 섹스앤더시티와 CSI입니다.  그중에서도 CSI는 원작인 라스베거스 6시즌과, 스핀오프인 마이애미 4시즌, 뉴욕 2시즌이라는 방대한 양을 토해낸 대작이지요. 경찰 드라마에서 항상 보조역할이었던 과학수사대원들을 중심에 놓고, 그들의 전문성에 초점을 맞춘 드라마입니다. 기존의 수사드라마가 주인공들의 개인적 능력에 의해 사건을 해결하는 방식이었다면, CSI는 그리썸의 팀외에도 경찰들, 그리고 수많은 연구원들이 모두 자기의 전문분야에서 사건 해결에 도움을 줍니다. 현실에서는 슈퍼맨이 없고, 모든 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이야기하죠. 덕분에 보조연구원이었던 그렉이 팬들의 사랑에 힘입어 정식 대원으로 등극하는 해프닝도 있었죠. 주인공만이 아닌 보조까지 멋진 전문가라는 것, 그것이 CSI의 매력중 하나인 듯합니다. 물론 드라마상, 주인공인 그리썸 대원들의 역할이 두드러지죠. 그리썸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증거가 모든 것을 말해 준다"는 말을 앞세워, 해결 못하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도 한 회에 두세건의 사건을 척척 해결하는 CSI대원들을 보면서, 멋지다고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이라고 느끼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매회 신기한 첨단 장비와 치밀한 논리, 그리고 과학지식을 보여주면서, 사건 자체를 굉장히 현실적이고 실감나게 풀어가는 솜씨가, 그런 사소한 단점을 덮고도 남죠. 

 CSI가 소설로 발행되었다는 말에, 다른 팬들과 마찬가지로, 저도 상당히 걱정했습니다. 리메이크작이 나올때마다 항상 그렇듯, 원작의 인기에 영합해 급조한 작품이 원작의 감동을 감소시키지 않을까 우려했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CSI소설을 집어들수 밖에 없는 이유는, 이미 CSI대원들의 매력에 사로잡혀버린, CSI 마니아의 숙명이었던 것이죠.  

 소설을 펴낸 맥스 알란 콜린스는 굉장히 영리하게도, 드라마와는 전혀 다른 사건들을 다룹니다. 원작에 비해 어찌어찌하다는 비판에서 조금 자유로울 수 있는데다가,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라도 더 알고 싶어하는 전세계의 팬들이 기다리고 있으니까요. 

 CSI소설의 매력은 영상으로는 다루지 못하는 주인공들의 성격, 그리고 미묘한 감정 대립이 섬세하게 그려지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매회 두세건의 사건을 처리하느라, 그냥 암시만 하던 인물 관계가 논리적으로 펼쳐집니다. 그리썸과 새라가 왜 서로에게 기대게 되었는지도 소설에서는 좀더 개연성 있게 표현되고 있지요. 부유하게 자란 티가 물씬 풍겨나는 닉도, 실은 엄격한 가정 환경에서 힘들어 했었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죠. 편모인 캐서린이 일과 가정사이에서 겪는 갈등, 그리고 한때 방황하던 워릭이 새 삶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등이 잘 보이더군요.

  CSI는 소설이 낫냐, 드라마가 낫냐는 질문은 우문인듯 합니다. 둘다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서로 미흡한 점을 보완하죠. 소설은 캐릭터 하나하나에 숨결을 불어넣어주고, 드라마는 박진감넘치는 영상으로 시선을 사로잡는것, 둘다 좋아요. 드라마는 이번 시즌이 마지막이라는 데, 드라마가 끝나도 그리썸 대원들을 계속해서 소설로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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