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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낌없이 주는 나무 ㅣ 하서명작선 36
쉘 실버스타인 지음 / 하서출판사 / 1995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참으로 많은 곳에서 출판이 되었다. 서점에서 두세곳의 책을 비교해보고 원문도 있고 해설면에서도 별 무리가 없어 이 책을 구입하게 되었다. 초등학교시절이었을까,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때만 해도 참 착한 나무구나, 아이가 좀 너무하는구나 하는 식의 단순한 기억밖엔 없었다. 그런데 서른의 중반에 다시 읽는 맛은 사뭇 다른 감동을 동반했다. 아이적 시각으로는 깨달을 수 없었던 완전한 사랑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
소년이 아직 어린애였을 때 그림마다에서 보여지는 나무는 소년을 바라보고 배려해주고 온마음과 온 몸을 다하여 보듬어주는 모습이었다. 아이의 눈높이에 맞추어 마주보아주는 사랑.
아이가 자라면서 나무는 you will be happy라고 말한다. 아이가 자라 무언가 부족한 것이 있어 찾아올 때마다 나무가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하는 말이다. '내 것을 가져가, 그러면 행복해질거야' 그리고 나무는 행복했다. (the tree was happy) 왜? 소년이 그것으로 기뻐하였으므로... 이는 꼭 한쪽에서만이 바라보는 외사랑이다. 짝사랑이다. 그럼에도 나무는 주기만 하는 것으로도 행복해 하였다. 그러나 줄기까지 베어주고 나서는 '그러나 정말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but not really...'라는 구절이 나온다. 역시나 사랑은 바라보기만 하는 것으로는 완전히 채워지지 않는가.
비로소 소년이 많은 방랑 끝에 늙어 온전히 자신에게 돌아온 후에야 다시금 'the tree was happy.'이다. 이미 많은 것을 겪은 소년은 더이상 아무것도 필요없다며 늘 자신의 뒤에서 지켜봐준 나무의 품으로 돌아왔다. 그럼에도 나무는 남은 자신의 몸을 소년에게 내어준다.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주는 사랑은 앞에서 보여준 것과는 다소 다르다. 물론 소년의 사랑이 나무의 사랑에 비할 바야 안되겠지만은, 마치 한자리에 앉아 같은 곳을 응시하는 노부부의 모습같기도 하다. 나무와 아이가 서로가 하나가 되는, 나무가 진정으로 추구한 완전한 사랑의 모습이 이런 것이 아니었을까. 그에게 아낌없이 내어주고 그와 하나가 되는, 동일시 되는 사랑말이다.